annenimJul 262 min read

Another start
온라인 상에 글을 남기는 것을 오랫동안 싫어했다. 정확하게는, 무서워했다. 나중에 내가 사라지고 나면 나의 자취들은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어서. 나는 없고 내가 남긴 것들만 디지털 상에 남아 4차원의 어딘가를 떠돌면 어떡하지. 하는 마음에. 잊혀질 권리를 위해, 요즘 뜨고 있다는 디지털 장의도 진심으로 찾아보기도 했다.
시간이 지나고 이제는 다른 걱정거리가 떠올랐다. 이 기록은 언제든 흔적도 없이 쉽게 지워저릴 수가 있어서. 내가 온라인 상에 남겨 둔 모든 것이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없어지면 어떡하지. 그래서 나의 존재도 흔적 없이 사라지는 건 아닌가.
영원히 남겨지는 것을 두려워했던 내가, 이제는 도리어 잊혀지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
아니 사실, 그 둘은 같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생겨나는 일들이라는 점에서. 이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은, 내 의지에 반(反)하는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두 겹의 방패를 치는 것이다. 일기장에쓴 걸, 블로그와 에버노트와 미디엄에 또 다시 쓰는 이중작업. 이 번거로움이 나의 최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