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eBook의 안타까운 첫 경험

전자책을 사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든 것은 어느 소설책을 다 읽고 여운을 느끼기 위해 표지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때였다. 소설책의 경우 대체로 한 번 보고 나면 다시 읽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읽은 후에는 그대로 책장의 한 켠을 차지하게 된다. 그리고 주말에 날이 좋으면 이어폰을 귀에 꼽고 휘적휘적 걸어 서점에 가서 책을 한, 두 권 집어오는 취미가 있기에 느리긴 해도 꾸준히 책이 늘어나고 있다. 그러다보니 책장의 빈 자리는 이미 없어진지 오래고 책장을 늘려야 하나를 고민하곤 한다. 그러다가 소설은 전자책으로 사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이르렀다.

그리고 몇 주의 시간이 흐르고 재미있어 보이는 소설책을 살까 온라인 서점을 뒤적이던 차에 같은 책이 전자책으로도 판매 중인 것을 발견했다. 가격도 반 값. 다른 전자책은 종이 책의 66%정도의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는 것에 비해 이 책은 무려 반 값이었다. ‘이걸로 시작해보자.’ 라고 마음먹으며 바로 구매할 수 있는 전자책 단말기를 뒤적였다. 찾아보니 10만원 이하의 단말이 보이길래 바로 옷을 챙겨입고 단말을 사러 움직였다.

전자책 기기를 사고 벼르고 있던 전자책을 샀다. 구매를 하니 바로 다운로드를 받을 수 있다. 킨들에서도 많이 경험했던 것이라 그러한 경험 자체가 새로운 것은 아니었지만 한글로 된 책을 이런 방식으로 살 수 있다니 왜 이제서야 전자책을 사게 됐는지 살짝 후회했다.

그리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

전자책의 경험은 크게 보면 킨들과 다르지 않다. 다만 킨들이 정말 좋은 기기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느꼈을 뿐이다. 하지만 가격 차이를 생각하면 충분히 넘어갈 수 있었다.

책 중간중간에 보이는 글자가 없어 맞닥뜨리게 되는 네모난 상자는 아쉬웠다. 아마 기호일 것 같은데 전자책을 만든 후에 검수를 하지 않은 것일까? 그나마 내용의 전개와 크게 문제가 없는 부분이기에 넘어갈 수 있었지만 마음 속에 조금씩 불안감이 피어난다. 중요한 부분에서 같은 문제가 나타나면 어떻게 하지?

책의 마지막까지 다 읽은 후에는 분노에 휩싸였다. 종이책은 책이 모두 4편으로 이루어져 있었는데 이 전자책은 그 중 2편으로만 구성되어 있었다. 다시 웹사이트를 살펴보니 그제서야 책소개 부분에 2편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설명이 눈에 들어왔다. 결국 내 문제는 처음에는 종이책을 구매하려다가 전자책으로 바꾸면서 제대로 설명을 읽지 않은 탓이었다. 내가 알고 있던 상품 구성은 종이책이었고 전자책도 당연히 같은 형태로 구성되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미 상품을 다 소비했기에 반품도 안될 것이고 그렇다고 남은 두 편을 마저 읽기 위해 종이책을 다시 사는 것 또한 내키지 않는 일이었다. 더 우울한 것은 책에 포함되어 있지 않은 다른 두 편은 전자책으로는 팔지도 않는다는 사실이다.

한마디로 사기당한 느낌이었다.

이제 전자책을 사려면 종이책과 구성이 똑같은지 꼼꼼히 살펴야 하고, 본문에서 나오지 않는 글자가 있다면 그것은 어쩔 수 없는 일로 받아들여야만 한다. 편하자고 산 전자책 기기를 쓰기 위해서 두고두고 신경써서 상품을 구매해야 하는 웃픈 상황이 된 것이다. 당분간은 집에 쌓여 있는 읽지 않는 책이나 열심히 읽어야겠다.

ps. 책을 워낙 재미있게 봤기에 더 아쉬움이 컸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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