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의 완벽한 피드

뤽
11 min readMay 22,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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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여름 더버지에 업로드된 글을 이바닥늬우스에서 번역 .

원문: https://www.theverge.com/2017/8/30/16222850/youtube-google-brain-algorithm-video-recommendation-personalized-feed

[이상할 정도로 잘 들어맞는 유튜브의 피드]

작년 말, 늘 그렇듯 비디오게임 ‘디스아너드2’를 하던 중에 유튜브에서 공략법을 검색했습니다. 평소처럼 제가 궁금한 것에 대한 공략법 영상을 찾을 수 있었죠. 그런데, 그 영상 외에도 유튜브는 더 엄청난 디스아너드2 관련 영상들을 추천해주더군요. 적에게 발견되지 않고 미션을 깨는 법, 매우 창의적인 방법으로 적을 물리치는 법, 게임 개발자들의 인터뷰, 날카로운 게임 리뷰와 같은 것들이었어요. 저는 그저 어떤 공략법을 찾기 위해서 유튜브에 들어갔을 뿐인데,유튜브가 또 다른 세계를 열어준 것입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저는 하루에도 여러 번 유튜브를 찾게 되었습니다. 대부분의 경우 특별히 무엇을 찾고 싶어서가 아니었습니다. 그냥 유튜브가 제게 좋아할 만한 무언가를 추천해주는 것에 익숙해져 버린 것입니다. 지난 1월 제가 ‘파인그로브’라는 밴드에 푹 빠진지 얼마되지 않아, 유튜브는 제게 밴드의 모든 라이브 영상을 알아서 제공해주었습니다. 올 봄, 새로운 아파트에서 요리를 하기 시작하며 판자넬라 샐러드 만드는 법을 찾아본 뒤에는, 재빠르게 제게 맞을 만한 유명 셰프들의 레시피 영상을 추천해주기 시작했습니다.

2005년 창립이래 유튜브는 늘 유용했으며, 인터넷을 받치는 거대한 기둥 중 하나였습니다. 하지만 지난 1년 동안의 유튜브가 그 전의 유튜브보다 무언가 기이하다 싶을 정도로 좋게 느껴졌습니다. 유튜브는 어느 순간부터 제가 관심을 가질만한 영상들을 소름끼칠 정도로 정확하게 예측해서 제공하기 시작했습니다. 도대체 무엇이 바뀐 것일까요? 지난 12년 동안, 유튜브는 무언가를 찾기 위해 검색하러 들어오는 서비스에서 그냥 사용자들이 방문하는 서비스로 변화했습니다. 그렇게 되기까지 수 백 번의 실험과 무수히 많은 재설계 그리고 비약적으로 발전한 AI 등이 필요했죠.

하지만 유튜브를 정말로 몇 차원 더 높은 수준으로 끌어 올린 것은 바로 ‘피드의 진화’였습니다.

[채널은 더 이상 유튜브를 지배하지 않는다]

이젠 오래 전 이야기가 되어버렸지만, 처음의 유튜브는 다른 사이트에 동영상을 쉽게 퍼가는 코드를 제공하는 도구 정도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은 대부분 그렇게 외부 사이트에서 유튜브 영상을 시청했죠. 그러나 유튜브가 점차 성장해감에 따라, 유튜브는 따로 보관하고싶은 TV 클립을 찾거나, 지난 코미디 프로그램을 다시보고, 최근 유행하는 바이럴 영상을 감상하는 곳이 되었습니다. 예를들어 탕비실에서 ‘할렘쉐이크’ 이야기를 들으면, 저녁 내내 유튜브에서 할렘쉐이크 영상을 보곤 하는 것이죠. 이제 유튜브는 위키와 더불어 웹의 블랙홀이 되어버렸는지도 모릅니다. 한번 들어가면 빠져나오기 어렵죠.

페이스북은 우리가 시간을 보내는 방법을 다시 정의했습니다. 바로 개인 관심사에 기반한 컨텐츠를 끊임없이 제공하는 ‘뉴스 피드’의 발명을 통해서죠.

그 이후 피드는 텀블러, 트위터, 인스타그램, 링크드인 등 대부분의 유명 웹서비스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되었습니다. 유튜브도 초기엔 이 피드 방식을 제한적인 개인화 도구로 활용하고 있었는데, 사용자가 특정 채널을 구독하도록 유도하는 방식이었습니다. TV 채널을 시청하는 것과 유사한 발상이었는데 엇갈린 결과를 낳았습니다. 컴스코어의 자료에 따르면 2011년 유튜브가 채널 구독자를 늘리기 위해한 노력들은 약간의 성공을 거뒀으나, 인당 평균 시청 시간은 늘리는데는 한계를 보였습니다.

채널은 더 이상 유튜브를 지배하지 않습니다. 지금 스마트폰에서 유튜브를 실행해보면 채널은 별도 탭에 숨겨져 있는 반면 개개인의 관심사에 맞춘 영상을 보기 좋게 나열한 피드가 가장 전면에 보입니다. 그리고 그 피드에는 당신의 구독 채널에서 제공하는 것도 있지만, 처음 보는 채널에서 제공된 것들도 함께 섞여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도 ‘디스아너드2’ 관련 비디오를 검색한 뒤로부터 관련 추천 영상들을 보기 시작했던 것이죠. 유튜브는 매우 정확하게 개인화된 방식을 개발했으며, 그 결과 전체 시청 시간을 대폭 끌어올릴 수 있었습니다.

짐 맥패든

2011년 유튜브에 합류한 추천 알고리즘 개발 리드 ‘짐 맥패든’은 말합니다. “우리는 사람들이 무언가 원하는 것이 있을 때 유튜브에 온다는 것을 알았지만, 원하는 것이 명확하지 않더라도 그들의 니즈를 충족시킬 만한 영상을 추천할 수 있길 바랐습니다.” 맥패든이 유튜브에 합류한지 얼마 안된 2011년은 제가 유튜브를 처음 방문한 때기도 합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유튜브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사람들이 영상을 보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쓰도록 유도하는 것’이죠. 그러나 당시에는 그렇게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았습니다. 맥패든은 이야기합니다. “홈페이지로서의 YouTube.com은 많은 방문을 유도하지는 못했습니다. 우리는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어떤 변화를 주어야 했을까요?”

유튜브는 가능한 모든 것들을 조금씩 시도했습니다. 탑 크리에이터들을 위해 전문 카메라 장비를 구입하기도 했고, 현재 보는 영상이 재생되는 동안 새로운 비디오를 대기시켜두는 ‘유튜브 린백’이라는 기능도 도입했으며, 채널 구독을 유도하기 위해 웹사이트 디자인을 바꿔하기도 했습니다. 사용자당 시청 영상 수는 변화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추천 알고리즘의 목표를 영상 클릭 수가 아닌 영상 시청 시간으로 다시 정의하자, 마침내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페이크뉴스와 자극적인 썸네일로 수익을 얻었던 제작자의 영상들은 하루 아침만에 조회수가 급격히 감소하고, 더 긴 시청 시간과 밀접하게 관련된 고품질 동영상의 수와 인기가 증가했습니다. 이후 3년간, 유튜브의 시청 시간은 매해 50% 이상씩 성장했지요. 매우 고무적인 결과인 것은 틀림없지만, 유튜브에는 저처럼 일부 채널을 구독하고 정기적으로 방문해 온 사용자를 더 여러번 방문하게 만들기 위해 무언가 새로운 도구를 필요로 했고, 1년 반 전에 그 도구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구글 브레인은 유튜브에 날개를 달아주었다]

유튜브 사무실을 방문했을 때, 맥패든을 통해 최근 급격히 개선된 추천 알고리즘의 원천인 ‘구글 브레인’을 볼 수 있었습니다. 구글 브레인은 유튜브의 모회사인 알파벳(구글)의 AI 부문으로, 유튜브는 구글 브레인의 기술을 2015년부터 점진적으로 도입해왔습니다. 구글 브레인이 유튜브의 첫 번째 AI 활용 시도는 아니었습니다. 유튜브는 이전에도 ‘시빌’이라는 구글의 또다른 시스템을 사용하여 머신러닝 기반의 추천 알고리즘을 적용한 바 있지요. 그러나 구글 브레인은 시빌과 달리 자율적인 학습(비 지도 학습)이 가능합니다. 즉, 구글 브레인의 알고리즘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가 결코 예상하지 못한 다양한 데이터의 관계를 스스로 찾을 수 있는 것입니다.

맥패든은 “구글 브레인을 통해 거둔 중요한 성과 중 하나는 보편성을 기반으로한 추천이 가능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어떤 코미디언의 영상을 시청했을 경우, ‘그 코미디언의 다른 비디오가 여기 있습니다’와 같은 추천들은 이미 꽤 잘 동작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구글 브레인은 유사하지만 동일하지는 않은 코미디언, 즉 보편적으로 비슷한 콘텐츠를 파악하여 추천할 수 있습니다. 너무 뻔하지 않은 추천이 가능해진 셈이지요.”

한 가지 예를 들자면, 구글 브레인 알고리즘은 모바일 앱 사용자에게는 짧은 동영상을, 유튜브 TV 앱에서는 더 긴 동영상을 추천하기 시작했습니다. 플랫폼 별로 다른 길이의 영상을 추천해주면 총 시청 시간이 늘어날 것이라는 사실을 스스로 짐작한 것입니다. 2016년에 유튜브는 이와 유사한 190건의 개선 사항을 발표했으며, 올해 300건을 더 공개 할 예정입니다. 유튜브의 프로덕트 매니저 토드 보프레는 이와 관련하여 “각각의 자그마한 개선사항들이 쌓이고 쌓여서 지금의 큰 개선이 이루어졌다”라고 말합니다. 하나하나의 자그마한 개선사항들을 위해서 유튜브는 수십가지의 실험을 거친다는 사실도요.

구글 브레인 알고리즘은 예전보다 빠르게 작동하기도 합니다. 지난 몇 년 동안 유저의 시청 패턴을 확인하고 새로운 것을 추천하기까지 여러 날이 걸렸습니다. 때문에 실시간 인기 급상승 중인 비디오를 찾아내는 것도 어려웠습니다. 토드 보프레는 이를 개선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고, 이제는 며칠이 아닌 몇 시간 또는 몇 분만 기다리면 유저의 행태가 정확하게 파악되어 추천으로 이어집니다.

[영상 시청 70% 이상이 추천 알고리즘에 의한 것]

구글 브레인의 본격적인 통합 이후, 사용자의 동영상 시청 시간의 70% 이상이 유튜브 추천 알고리즘을 통해 발생하고 있습니다. 유튜브는 76개 언어로 된 영상 2억 개를 매일 추천합니다. 그리고 사람들이 유튜브에서 동영상을 보는 데 소비하는 총 시간은 지난 3년 전보다 20배나 증가했습니다.

이 숫자는 제 유튜브 이용 패턴과도 상당히 일치합니다. 몇 년 전부터 점심시간마다 밥을 먹으면서 유튜브에서 영상을 보곤 했는데, 요즘은 추천들이 너무 좋아서 유튜브를 보기 위해 휴식 시간을 늘릴 정도가되었습니다. 더 나아가 이번 주에는 플레이스테이션4에 유튜브를 연동하고, 큰 화면에서 바로 추천 목록을 볼 수 있도록 세팅하기도 했죠.

이것이 개인화된 피드의 진정한 힘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힘은 다른 디지털 플랫폼과 비교하였을 때 유튜브가 제게 훨씬 더 와닿을 수 있도록 만들어줍니다. 페이스북의 피드는 친구들이 업로드한 포스트와 제가 구독한 페이지의 컨텐츠 위주로 구성됩니다. 누가 약혼을 했는지 또는 아기를 낳았는지를 아는 데에 유용하긴 하지만, 사실 그러한 소식들이 제게 큰 의미로 와닿지는 않습니다. 트위터의 피드는 내가 팔로우하는 사람들의 트윗과 그 사람들이 리트윗 한 것을 모두 포함합니다. 언론인으로서 저는 트위터를 다소 업무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는 편입니다. 요즘 트위터 피드는 끝없는 불안의 비명들의 연속이기는 하지만.

각각의 피드들은 나름의 강점을 가지고 있었지만, 근래 들어서 점차 그 강점이 줄어드는 느낌입니다. 트위터의 피드는 당신이 누구를 팔로우 하느냐와 관계없이 정치 싸움이 넘쳐나고 있고, 페이스북의 피드는 친구들과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이 점차 줄어들고 있습니다. (다만 이미지 중심의 인스타그램은 여전히 오아시스처럼 신선하고, 여전히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페이스북, 트위터 그리고 인스타그램의 피드 모두가 당신이 컨텐츠를 생산하도록 끊임없이 유도한다는 점입니다. 반대로, 유튜브의 피드는 당신으로 하여금 영상을 업로드하라고 강요하지 않습니다.

유튜브는 결코 우리를 압박하지 않아요. 우리는 그저 TV를 보듯이 유튜브를 재밌게 보기만 하면 됩니다. 마치 유튜브가 그렇게 대체하려고 하는 TV를 보는 것과 비슷하게요. 그리고 요즘 같은 시대에 그날의 뉴스에 대한 나의 반응을 묻지 않는 것은 왠지 모를 차분함까지 느끼개 해줍니다.

[유튜브의 피드는 마법의 지점입니다.]

유튜브가 ‘좋아할만한 동영상’과 ‘관련 동영상’에 방점을 두는 것은, 지속적으로 피드의 범위를 넓힐 수도 있고 더 많은 호기심을 자극할 여지가 있다는 것과도 같습니다. 유튜브에서 컨텐츠의 지평을 넓혀주는 것은 심지어 다른 피드들로부터 탈출하는 것처럼 느끼는 효과를 주기도 합니다. 그리고 저라면, 요즘 같은 어둠의 시대에 유튜브가 제공하는 현실도피 열차에 기꺼이 올라탈 것입니다.

2013년 더 애틀랜틱의 알렉시스 마드리갈은 우리가 알고있는 피드들이 당시에 정점을 찍었다고 분석했습니다. 그가 예상한 미래는 전자 메일 뉴스 레터, 미디엄의 포스트들, 10개 분량의 넷플릭스 시리즈 등, 대부분 한정된 길이의 경험을 제공하는 것들이 주를 이뤘죠. 그리고 피드가 제공하던 끝없는 컨텐츠의 흐름은 결국 쇠퇴할 것 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그로부터 4년 후, 유튜브의 접근방식은 피드가 얼마나 더 중요해지고 대단해지고 있는지를 역설합니다. 그 누구도 지속적으로 개선되는 개인화 추천 알고리즘과 함께 끝이 없이 늘어나는 거대 영상 컨텐츠 저장소의 시너지를 거부하기 쉽지 않을 것입니다. 유튜브는 이제 사용자들이 추천한 동영상을 얼마나 즐겼는지를 조사합니다. 이러한 조사들은 궁극적으로 유튜브를 지금보다 더 똑똑하고 재미있게 만들어줄 것이 분명하죠.

토드 보프레는 유튜브의 이러한 시도들이 ‘마법의 지점을 찾는 것’이라 말합니다. “내가 좋아하는 것과 밀접하게 관련된 콘텐츠, 대중적으로 인기가 급상승한 콘텐츠 모두 유튜브에는 있습니다. 그 두 가지가 겹치는 부분, 바로 마법의 지점이죠.”

이 마법의 지점을 찾지 못한다면, 유튜브와의 경쟁은 점점 더 힘겨워지겠죠.

번역 크레딧: 이태원파리지앵& 피맥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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뤽

안전가옥의 집사장. 뉴스를 많이 봅니다. 가끔 번역도 하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