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11.5.수 많은 사람, 많은 말


너무 많은 사람과 너무 많은 말을 한 날이다.

오후 한 시에 일어났다. 중간에 몇 번이나 일어날 수 있었는데도 그렇게 하지 않았다. 전기장판이 나를 괴롭고 아프게 하고 있다 생각 하면서도 끝까지 일어나지 않았다. 그렇게 한 시가 되었고. 문백 삼춘에게 계속 전화가 왔다.

일어나서 햇반을 사다 밥을 먹고, 카레를 얼리고, 정리를 좀 하다보니 시간이 훌쩍 흘렀다. 뭐 한 것도 없이 집은 엉망이 되어갔다. 아. 청소. 아. 청소 하고 싶다. 하면서 있는데 게스트였던 분이 오셨다. 어제 이야기한 김밥을 사들고. 함께 풀밭집에 가서 집 둘러보고, 책 다시 가져오고, 삼춘과 이야기 나눴다. 냉장고를 두고 가면 쓰겠다는 말씀을 하셨다. 그렇지 이런 것이 인간이지. 했다.

진아 아버지께 연락이 왔다. 집 앞에 오셨다고. 그래서 다 함께 김밥 들고 포구에 가서 먹자고 했다. 나는 남원에는 언제가지 생각하면서도 지금 당장은 이걸 해야 맞지 생각하며 움직였다. 월평포구의 석양은 아름다웠다.

아버지랑 선교사의 집 상태를 체크하고 포구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다 돌아가려는데 등산복을 입은 아줌마들이 우르르 차를 좀 태워달라고 했다. 그러마고 하는데, 비용을 줄테니 풍림리조트까지 좀 부탁한다고 다시 그러신다. 뭐, 어차피 남원 가야 하니까요. 하며 태워 출발했다.

집에 들러 노트북을 챙긴 다음에 아줌마들과 남원으로 출발했다. 나보고 뭐하는 사람이냐고 물어서 이것저것 한다고 대답했다. 참 딱히 뭐라 말하기가 애매했다. 유명한 분이네요. 라고 하자마자 내가 뭔가를 분명 잘못 말했다는 사실을 알았다. 손사래를 치며 아니라고 했지만 이미 아줌마들은 내가 아닌 다른 나를 보며 감탄하고 있었다. 한숨이 나왔다. 풍림 리조트는 캔싱턴 리조트로 이름을 바꾸었다. 이름을 바꿔 단 캔싱턴 리조트 (정확히는 그 간판의 이름)를 보고 있자니, 이게 다 무슨 짓인가 싶은 기분이 들었다. 아무렇게나 살아도 상관없겠지 뭐 그런 기분.

열심히 운전했다. 운전이 재미있다. 아마 곧 사고를 내겠지. 나를 사랑해야겠다. 남원119에서 연경팀장님 태워서 대표님의 아파트에 도착했다. 쓸데없는 것 없이, 잘 가꿔진 공간에 들어서자 기분이 좀 묘해졌다. 정확히는 좀 움츠러 든 기분이었는데. 내가 아무리 좋은 것들을 만들고 만져도 소용없겠지 뭐 그런 기분이었다. 나 좀 정말 조금 실망스러운 상태구나 했다.

그래도 너무 따뜻하고 행복했다. 희망이라는 고양이도 있고. 같이 나눈 이야기도 좋았다. 그렇지만 이 슬픈 기분은 무엇일까.

돌아오는 길은 역시 아무것도 없는, 신호도 없는 그런 길이었다. 길을 달리다보면 까맣고 정말.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자주 그런 기분에 빠져야겠다.

돌아와 날을 새웠다. 딱히 그래야겠다는 생각은 없었지만. 밀린 일기도 쓰고, 좀 쓸데없는 생각들을 했다. 홍대의 작업실. 서울의 집. 갖고 싶던 워커 같은 것.

정말 한심하지만 내가 지금 이렇게 살고 있다. 대표님 말씀대로 멈추고 돌아볼 때, 뒤늦은 내 영혼이 마저 오기를 기다려야 하는 것이면 좋겠다.

조금씩 좋아지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