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4.29.수요일

영화를 보고 화요일 아침에 잠들었다가 오후 2시에 일어났다. 뭘 좀 먹고 정신 차리고 나갈 준비를 꼼꼼히 했다.

아무래도 긴장되었다. 물론 두 가지 이유에서였다.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는 일과 싫어하는 일을 마무리 지어야 하는 일이 동시에 왔으니. 선주랑 통화했다. 시리어스맨 이야기를 했다.

랍비. 대체 내게 왜 이런 일이 일어나죠? 글쎄요. 왜 그럴까요? 어떤 치과의사가 치아 본을 떴는데 신의 계시가 있었어요. 대체 신이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 건지 몰라서 그 치과의사는 며칠간 굉장히 고민했어요. 제게 물으러 왔구요. 그런데 한 일주일이 지나자. 일주일에 하루만 그 생각을 했고, 한달이 지나고 몇 달이 지나자 그 일에 대해 완전히 잊었어요. 그래서요? 그래서라뇨. 그냥 그랬다구요. 아니. 그런 법이 어딨습니까! 뭔가 해답을 알려주셔야죠.

인생이 그렇다는 걸 받아들이는데 이렇게 오랜 시간이 걸릴 줄 몰랐다. 그리고 신의 계시라는 것은 그저 왜 신이 내게 이런 말을 건네는 것일까? 를 생각하는 시간 그 자체를 주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재이랑 홍이랑 신라스테이 1층 로비 비즈니스존에서 오후 11시부터 오전 6시까지 대화했다. 주로 내가 얼마나 얼빠져 있었나에 대한 이야기였지만 사실 조직에 대한 생각을 깊이 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식구냐 아니냐에 대한 모호한 기준. 그러나 무엇보다 내가 간과한 것이 무엇이었느지에 대해 당황스러운 와중에 강제로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그것이 권고사직이었다는 것에 대해서는 이제와서야 생각한다.

아침에 들어와서는 내가 놓아야 하는 것이 대체 얼마나 되는건지 가늠이 되지 않아 엉엉 울었다. 라미와 대화했다. 변한 것은 없었다. 괴롭다는 것이 주 내용이었다. 괴롭다. 나의 괴로움과 조직의 괴로움. 그것들을 감당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알겠다고 했다. 준하랑도 대화했다. 하지만 변한것은 없었다. 내가 바꿀 수 있는 것도 없었다. 많이 슬펐다. 그런데 이 슬픔이 배제에서 나오는 것이라는 것을 알자 뭔가 굉장히 이상해졌다. 그래 어쩌면 나만 슬픈 것일지도 모른다. 조직의 사소한 문제에 나 혼자 감정 몰입하는 것인지도.

공항에 2시에 도착했는데. 비행기는 6시에 출발했다. 해무 때문에 오던 비행기가 광주로 회항을 했단다. 나는 공항 의자에 앉아 엄청나게 잠들어 버렸다. 편의점에서 아이스크림을 사먹었고, 핫도그도 먹었다. 나를 괴롭히는 느낌이었다. 그래도 시간이 흐르고야 말아서 오니기리를 하나 더 먹었다. 먹는다는 느낌이 없이 먹는다.

서울에 도착하니 여덟시가 조금 넘었다. 출구로 빠져나와 바로 앞에 있는 의자에 멍하니 앉아 있었다. 15분쯤 지났을까. 다시 좀비처럼 걸어서 지하철 타는 곳으로 이동해 또 20분쯤 앉아 있었다. 편의점에서 준하가 알려준 과자와 녹차를 사서 또 먹었다. 지하철을 타고 홍대에 내려 집까지 걸어오다가 코리아식당에 들렀다. 밥을 제대로 먹어야 할 것 같았다. 주인아저씨가 알아보고 인사해 주었다. 마을에 왔다는 생각이 들어 갑자기 뭔가 울컥했다. 아마 제주에서 너무 지쳐서 그런 거겠지. 아직도 섫고 이상하다. 밥을 먹고 제주에서 산 준치 두 마리를 꺼내 드리고, 집으로 걸어왔다. 한참을 앉아서 또 모니터를 바라보고, 선주랑 대화를 조금 하고, 음악을 틀어놓고 한참 춤을 추었다. 두시 이십분. 굉장히 피곤한데 이 이상하 느낌은 무엇일까. 자야겠다.

키소와 통화했다. 지금 상황에 대해 말했고 조언을 들었다. 홍에게 다시 전화했다. 카톡창이 만들어졌고 내 의견을 말했다. 나의 부족함에 대해 생각한다. 그러나, 시스템의 부족함. 사회의 부족함. 조직의 부족함에 대해서도 생각해야 한다. 이렇게 되어선 곤란하다. 정말 자야겠다.

One clap, two clap, three clap, forty?

By clapping more or less, you can signal to us which stories really stand ou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