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감정

overwinter
Jul 30, 2017 · 2 min read

퇴사했다. 쉬지 않고 일한 2년 중엔 들떠있던 시기도, 우울감과 슬럼프에 빠져있던 시기도 있었다. 그리고 지금은 다시 출발선에 선 기분이다.

첫 회사를 다니며 스타트업에 관심을 갖게 된 즈음, 한 IT인 모임에서 처음 본 J님은 일을 삶에 녹이는 방식에 대해 이야기했다. 요약하자면 ‘깨어있는 시간의 절반을 일하면서 쓰게 되는데, 그 일이란 걸 내가 주도적으로 이끌고 나갈 수 있다면 삶을 더 길게 사는 셈이다.’였다. 당시에 꽤 감명을 했고 지금도 당연히 공감한다.

후에 J님과 같이 일하게 되었을 때 그래서 기뻤고, 이제부터는 뭔가 제대로 된 커리어를 쌓을 수 있을거라고 기대했었다. 실력있는 사람과 같은 팀에서, 유행하는 기술과 도구들을 활용하며, 출퇴근 시간에 제한이 없는 자유로운 분위기의 그룹에서 일을 해보니 즐겁기도 했다.

회의감이 들기 시작한 건 어쩌면 예견된 순서인데, 결국 일터는 정말 많은 사람과 상황의 이해타산이 엉켜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나의 능력을 보고 함께 일하기 위해 나를 채용한 사람이 내 급여와 인상률에는 아무런 관여를 하지 못한다. 능력과 장점을 인정받고 입사를 해도 그 당시의 상황 때문에 전혀 다른 일을 하게 되기도 한다. 업계에서 인정받는 실력자들에게 일을 시키는 사람들은 이 분야에 까막눈일 때가 많다. 일 자체를 좋아하고 능동적으로 하는 사람들에게 기업은 더 과도한 업무량을 요구하고 미치치 못했을 때에만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다. 얽히고 설킨 조직들은 모두 함께 무언가를 완성하기보다는 각자가 돋보일 수 있는 업무에 따로 집중한다.

일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바로 그 애정 때문에 소모되는 걸 보는 게 무엇보다 괴로웠다. 일을 좋아하기 때문에 누가 시키지 않아도 문제 해결에 매진하며 야근과 주말근무를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부에서 과하게 설정한 목표치에 다다르지 못해 비난만 듣는 모습들. 그런 모습들을 보며 나는 저렇게까지는 못하겠다는 생각을 계속 했고 그렇게 슬럼프가 왔다.

슬럼프가 퇴사의 직접적인 이유는 아니었지만, 이번 퇴사로 다시 노동에 집중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싶다. 예전처럼 열정이니 애정이니 아름다운 개념 말고, 노동의 기본적인 이유인 생계와 책임을 바탕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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