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이 많은 게이는 인기가 없어요”

어디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해야할까요. 아마 앞으로 2017년은 저에게 완전히 모든 것이 뒤집혀버린 해로 기억될겁니다.

이제 대부분 저의 지인들이 아시겠지만, 전 지금 여자친구가 있습니다. (성지향은 아직 탐색 중입니다.) 10대에는 짝사랑한 여자들이 있었고 단 한 번, 정식으로 사귄 여자친구의 어머니가 둘이 사귄다는 걸 알고 저와 그 친구를 폭행한 후로는 여자친구를 사귀지 않고, 그런 저의 모습 자체도, 과거도 덮고 살았어요. 뭐 우울하게 이야기할 생각은 없습니다. 제목처럼, 걱정이 많은 게이는 인기가 없으니까요. (10대 LGBTQ 자살과 우울증 등은 앞으로도 제가 할 수 있는 범위에서 진지하게 해결하고 싶습니다.)

“사랑과 정의의 바로 그 이름”

그 사건 이후 제 20대는 ‘누구보다 더’ 이성애자로 보내왔어요. 이걸 아는 사람은 제 인생을 통틀어 열손가락도 차지 않았으니까요. 그러다 2017년 4월 25일 JTBC 대선 토론회 이후 29년을 누르고 살던 외침이 나오고 말았어요.

니가 뭔데 날 반대해?

“제가 좀, 너무 게이라서요"

지금까지 말하지 못한 이유는 정말 많았죠. 제가 여자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스스로 깨달은 그 순간부터 지금까지는 모두 제 신변을 보호하기 위한 작업을 해왔거든요. 내가 나임을 밝혀도 안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란, 예를 들어 이런 것들이죠.

  1. 가족에게서 여러모로 독립하기 (가족의 배경과 도움에 따라 생활이 현저하게 차이나는 대한민국에서!)
  2. 내 의도와 관계없이 내 성적지향이 드러나더라도 생계에 위협을 받지 않을 직업과 기술과 경력과 동료를 가지기
  3. 역시 자의든 타의든 내 성적지향에도 나를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친구를 만들기

.. 걱정이 없는 게이가 되긴 힘들겠군요.

하지만 저는, 운이 좋게도, 위 세가지를 거의 10년간 준비해왔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딱히 제 성지향을 밝힐 이유를 찾지 못했던 차에 “니가 뭔데 날 반대해" 소리가 나와버렸어요.

온라인에서 만난 바로 그 목소리들

이유는. 오프라인에서 쉽게 나오지 않는 이야기라 언급도 되지않던 LGBTQ 이슈에 대해 동료와 친구들이 온라인에서 표현과 공감을 나누어줬기 때문이에요. 신변의 위협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커밍아웃을 온라인에 공개해준, 존재를 보여준 용기있는 사람들도요. 고맙게도, 그 목소리들이 제가 29년만에 처음으로 있는 그대로 사회에 나올 수 있게 도왔습니다.

저도 사실 지금 제가 새로 태어난 것 같아요. 예전엔 LGBTQ 정체성이 저를 잡아먹을까, 저의 모든 커리어를 삼킬까 두려웠는데 왠걸.. (말하고 보니 게이인게 너무 좋아요)

걱정없이, 꿀과 클로버와 무지개가 뜨는 초원에서 만나요

허니.클로버.레인보우.클럽의 로고
초원을 만들려면 꿀과 클로버가 필요하다 — 에밀리 디킨슨

고맙게도, 앞서 밝혔듯이 운이 너무나 좋게도 저는 좋은 동료를 얻었고, 이 동료들이 함께 이런 이슈를 함께 목소리 내어주고, 민주주의 활동가-디자이너-아티비스트(artivist)로 실제로 해결도 해볼 수 있는 일을 하고 있어요. 제가 저 스스로를 받아들이고, 선언하면서 드디어 내가 왜 이 일을 하고 있었는지 이제야 조금 이해가 되기도 했구요.

이 짧은 글로나마, 제가 지금껏 받았던 응원들을 모아 감사의 마음을 돌려보내고, 또 모아보려 합니다. 앞으로 LGBTQ 컬쳐(베를린 게이 여행기!), 그리고 인권 이슈를 허니.클로버.레인보우.클럽 빠띠(https://parti.xyz/p/honeyclorainbow) 에서 공유할 예정이에요.

이렇게 제 이슈로 여러 사람과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보는 경험을 할 수 있게 도와준 빠띠 플랫폼, 그리고 저희 동료들에게 특히 고맙습니다. 이렇게 재밌게 하다가 문득 돌아보면 이슈 커뮤니티를 만드려는 다른 분들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기를.

허니.클로버.레이보우.클럽 가기 : https://parti.xyz/p/honeyclorainb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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