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핵닷컴 제인의 이야기

그리고 데이터 수집하기

안녕하세요. 박근핵닷컴의 운영진으로 참여한 송은지라고 합니다. 박근핵닷컴을 시작하게 된 순간부터 운영 도중의 에피소드, 그리고 느낀 점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아래에서부터는 조금 편하게 말할 수 있도록 ‘반말체’를 사용하도록 하겠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

2016년은 다사다난 했다. 피스컬노트 코리아 인턴으로 스타트업계 입문, 애드테크 스타트업으로의 취업. 그 중에서도 ‘박근핵닷컴’의 운영진으로 참여하게 된 12월이 다사다난한 한 해의 대미를 장식했다.

1. 시작

시작은 10월 말 밤 11시경. 윤모님으로부터 받은 전화 한통을 받았다. 하야를 원하는 시민들의 열망이 광화문 광장으로 모이던 시기, 광화문에서 꺼지고 마는 촛불에 담긴 시민의 열망을 구체화시킬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고 싶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이 시국과 관련된 서비스를 만들어 보자’는 것이 전화 내용의 핵심이었다.

“너무 좋아요! 언제 만나요?” 대답은 너무 간단했지만 내가 섭외되기 전 이미 섭외가 된 분들과 다같이 만나기로 정해진 날짜는 일요일 오후. 선약이 있었던 터라 이 팀에 합류하지 못할 뻔(!)했지만, 어찌어찌 시간을 조율해 합류할 수 있었다. (합류 못했으면 큰일났을 뻔 ..ㅠㅠ)

2. 기획

전화 통화를 한 그 주 일요일. 처음으로 ‘이 시국과 관련된 서비스’를 위해 모인 4명이 대면했다. 로빈님, 윤모님, 알렉스, 그리고 나까지 모여 ‘이 시국과 관련된 서비스’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실현시킬 지 논의했다.

  • 논의사항 1. 우리 모두가 박근혜가 하야하기를(10월 말이니까) 또는 탄핵되기를 바라는가? 현 상황과 하야 또는 탄핵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가 오간 후, 결론은 모두 ‘물러나야한다'는데 동의. 이후 서비스에 대한 논의가 시작됐다.
  • 논의사항 2. 광화문에 모인 열망이 실현되기 위해 어떤 서비스를 만들 것인가? 이 부분에 대해서는 윤모님이 이미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결정하는데 긴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다. 광화문에 모인 사람들의 뜻은 ‘하야’. 하지만 박근혜가 하야를 선택할 가능성은 거의 제로였다. 박근혜를 대통령의 자리에서 내려오게 만드는 방법은 필연적으로 탄핵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었고 탄핵의 포문을 여는 위치에 있는 이들은 국회의원이었다. 난관은 촛불집회가 시작되던 초기에는 ‘탄핵’에 찬성하는 의원들이 많이 없었는 것. ‘그렇다면 이들을 움직일 수 있는 건 무엇일까?’ ‘지역구 유권자들의 표다!’ 지역구 유권자가 지역구 국회의원에게 ‘탄핵에 찬성하라’는 압박을 가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드는 것으로 결론이 지어졌다.
  • 논의사항 3. 당시 존재했던 하야와 탄핵이란 두 가지 선택지를 사용자들이 선택할 수 있도록 할 것인가? 이 사항에 대해서는 초반에 의견이 갈렸다. 당시까지만 해도 베스트 시나리오는 박근혜가 자발적으로 하야의 길을 택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청와대 신문고와 같은 페이지로 연결시켜 하야를 원하는 시민들이 의견을 표출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야 하지 않겠냐는 게 나의 의견이었다. 하지만 다른 분들의 의견은 한 가지 방법론으로 화력을 모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우리 웹페이지를 접속할 지 모르는 상황에서 의견이 분분해지면 안된다는 견해였다. 나는 곧 다른 분들의 의견에 동의했고, ‘탄핵’이라는 한 가지 방법론을 선택한 게 유효했다는 것은 920,000건에 이르는 청원수를 통해 증명됐다.
  • 논의사항 4. 개발적인 문제. 이 부분은 로빈님 & 알렉스가 자세히 ㅎㅎ
  • 논의사항 5. 가장 중요한 사이트 이름! 윤모님이 구글드라이브를 생성한 후, 합류하기로 한 멤버들을 초대했을 때의 폴더 이름이 “PGHack”이었다. 박근혜 + 탄핵 = 박근핵닷컴! 이 이름을 듣자마자 확 꽂혀 이름은 그대로 결정. 비하인드 스토리로 박근핵닷컴이 장기 서비스가 될 경우를 생각해 조금 덜 자극적인(?) 이름으로 바꿀 것을 제안해보았으나, 내 제안이 먹히지 않았던 것이 천만다행이었다. (제안하는 아이디어마다.. 흙)

3. 데이터 수집

사이트 런칭 전 내게 주어진 업무는 박근핵닷컴을 위해 쓰일 모든 데이터를 수집하는 것이었다. 전국 선거구 데이터, 300명 국회의원의 이름, 당적, 이메일주소, SNS URL, 그리고 그들의 이미지를 수집해야 했다.

  • 전국 선거구 데이터의 경우 우리동네후보 인턴을 하며 저장돼 있었던 선거구 데이터를 활용했다. 당시 서비스를 운영하며 생겨났던 버그들까지 다 수정돼 있던 상태로 자료가 보관돼 있어 선거구 데이터에 대해서는 전혀 수고를 들이지 않았다.
  • 두번째로는 300명 국회의원의 이름과 당적 등의 데이터였는데 처음 국회 홈페이지에 접속해 하나하나 복사하는 막노동을 수행했다. 그러다 구글 스프레드시트로 홈페이지 크롤링이 가능하다는 Big News를 접하고 이 방법을 시도했다. (링크) 하지만 구글 스프레드시트로 웹페이지를 파싱하는 방법은 크롤링하고자 하는 데이터가 해당 웹페이지에 그리드 형태로 가지런히 구성돼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이런 식. 하지만 국회 홈페이지에 정리되어 있는 국회의원 데이터는 그렇지 않았다. (아래의 이미지 참고)

각각의 이미지를 클릭하면 새창이 켜지는 형식이다. 국회의원의 이름을 클릭해 새창으로 들어가면 table 형식으로 해당 국회의원 한 명에 대한 정보가 나열되어 있기는 하다. 하지만 오히려 효율성은 떨어진다고 판단했다. 한 페이지를 크롤링 해 한 명에 대한 정보를 얻는다는 것은 곧 300개의 페이지를 하나하나 크롤링 해야 한다는 뜻이었다.

다시 막노동으로 돌아가는 게 막막해 회사 동료인 웹개발자분께 SOS를 요청했다. 웹개발자분은 곧바로 국회 홈페이의 구조를 분석하신 후, 빠른 시간 내 코드를 짜서 한번에 긁어오셨다. (너무 감사합니다…) 국회 홈페이지에 이메일 주소 및 SNS 정보가 없는 국회의원의 경우 개별 블로그를 찾아 네이버 이메일을 긁어오거나, 열려라국회와 같은 국회의원 정보를 업로드해놓은 웹사이트를 통해 다시 찾았다. 마지막으로 이미지까지 긁어온 후, 데이터 수집 과정은 완료됐다.

4. 운영

박근핵닷컴 런칭 후 예상치못한 트래픽이 몰렸다. 자연스레 언론의 관심도 받기 시작했다. (지치지 않는 화력으로 꾸준히 이메일을 전송해주신 박근핵닷컴 사용자분들께 심심한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특히 언론은 탄핵 찬반 결과에 주목했다. 그 중 골수 친박으로 분류된 한 국회의원이 ‘찬성’ 의견을 보낸 게 단연 이슈였다. 그는 박근핵닷컴에 ‘찬성’으로 분류된 탓에 여러 언론의 집중포화를 당한 듯했다. 답변은 이러했다. “박근핵닷컴이란 사이트를 알지도 못한다”라거나 “나는 절대 탄핵에 찬성하지 않는다”라고. 논란은 점점 커져 박근핵닷컴의 공신력 문제, 시스템 문제까지 제기되기 시작해 그와의 연락을 시도했다. 이메일을 확인한 내역이 우리 서버에서 확인이 되는데 답을 하지 않은 게 맞는지, 또는 언론에서 말한 것처럼 탄핵에 반대한다면 다시 이메일을 확인해 ‘반대’를 누르면 곧바로 시스템에 반영되니 다시 한 번 확인해보라는 말을 전달하고 싶었다.

연락을 시도한 첫 날. 아침부터 저녁까지 사무실 전화는 먹통이었다. ‘지금은 통화중이오니…’ 이 안내만 10번은 넘게 들었다. 연락을 시도한 둘째 날도 셋째 날도 마찬가지였다. 간간이 아침 8시, 저녁 8시 경에는 통화 연결음은 들을 수 있었으나 연결이 닿지 않은 것은 같았다. 그와의 통화는 실패했다.

비단 새누리당의 ‘그’뿐만은 아니었다. 이메일을 확인한 뒤 ‘찬성’ ‘반대’ 중 하나만 클릭하면 되는데도 불구하고 그 버튼을 누르지 않고 접속이 안된다며 ‘시스템의 문제’를 제기한 의원도 있었다. 박근핵닷컴 운영진은 이 의원들의 말을 단순히 넘기지 않고 이메일 전송, 이메일 확인내역 등 서버에서 확인할 수 있는 모든 데이터를 확인했고 그 결과 시스템상의 문제가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이후 우리는 제기되는 여러 의혹들에 흔들리지 않고 시스템 외 언론에서 표명된 의견을 반영하지 않기로 했다.

5. 느낀점

한창 취업을 준비하던 때 국가와 제도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있다. 내가 선택하지 않은 이 환경이 내 삶의 큰 틀을 움직여나가고 있는 상황에 대해서. 결국 국가의 역사와 제도를 조금이라도 공부해 이러한 제도가 좋은지, 싫은지 생각해보기로 했다. 만약 괜찮다면 이 제도를 나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별로라고 생각하면 어떤 부분이 개선해야 하는지 알아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때의 결론은 올바르게 흘러온 역사가 좋았고 1948년 이후 반쪽짜리라 하더라도 한국과 함께하게 된 민주주의와 자유주의도 좋았다. 하지만 역사는 항상 되풀이 되듯이 불의의 상황이 다시 왔다. 그럼에도 제도가 싫어지지는 않았다. 오히려 아직 우리는 대의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는 지켜본 적도, 권력을 견제하는 기능이 제대로 사용되는 것을 지켜본 적도, 그것을 성공시켜 본 적도 없다고 생각했다.

박근핵닷컴은 대의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될 수 있도록 국민의 살아 있는 의견을 국회의원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해냈다고 생각한다. 국회는 박근핵닷컴, 그리고 박근핵닷컴과 같은 여러 웹사이트들, 그리고 광장에 모인 촛불까지 이 모든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조금 더디기는 했으나 2/3에 이르는 국회의원(또는그들과 의견을 같이하는 국민들)을 설득하는 과정을 묵묵히 이겨내고 탄핵소추안을 발의했다. 국민은 ‘인터넷’이란 도구를 통해 의견을 곧바로 국회에 전달하고, 국회는 그 의견을 받았다. 그리고 이제, 권력을 견제하는 기능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는 순간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10월 말부터 시작돼 지금까지 약 3개월을 거친 이 기간은 비단 2016년이 아니라 인생 전체에서 큰 경험으로 남을 것 같다. 스타트업이란 세계를 알기 전, 그리고 박근핵닷컴의 일원으로 함께하기 전에는 개인이 하는 활동이 어떤 사안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상상 자체를 하지 못했다. 국가나 조직 내의 개인만 생각했을 뿐이었다. 박근핵닷컴의 일원으로 함께한, 그리고 정치에 관심을 가진 이후 나의 참여가 실제로 반영된 경험을 직접 겪을 수 있었던 2016년이 앞으로 남은 날들에 어느 정도의 영향을 줄 지 기대가 된다.

이런 큰 경험으로 이끌어주시고 피스컬노트 및 우리동네후보에 이어 또 한 번 가르침 주신 윤모님, 개발 쪽으로 많이 부족하지만 너무 편하게 커뮤니케이션 해주시고 넘치는 트래픽 감당, 잦은 업데이트 등을 다 감당해준 로빈님과 알렉스 너무 감사드립니다! 무엇보다 박근핵닷컴을 이용해주신 사용자분들, 저희와 함께해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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