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우저 이용률로 본 언론과 독자의 관계

언론사에서 독자를 대하는 것은 IT업체가 브라우저를 대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인터넷 익스플로러 8이나 9를 예로 들어봅시다.

2016 상반기 기준으로 국내 PC 브라우저 이용률은 IE가 88%, 크롬이 7%, 파이어폭스가 2%입니다.(http://koreahtml5.kr/ 기준)

IE가 압도적으로 많이 사용되고 있죠.

IE를 버전별로 나눠보면 10이 38%, 11이 29%, 8이 11%, 9가 10%입니다.

다행히 8이나 9와 같은 구버전의 이용률은 몇 년 전에 비해 많이 내려갔습니다.

2014년 상반기만 하더라도 가장 많이 이용되는 버전이 8이었으니까요.

2014년 상반기 기준 IE 버전별 점유율

그럼에도 아직까지 10%대를 유지하고 있는 점도 참고할만한 사항입니다.

퍼블리셔나 웹에 관심이 많은 자라면 당연히 구버전은 버리고 사용자의 브라우저 업데이트를 권장할 것입니다.

아니면 크롬이나 파이어폭스 사용을 유도하거나요.

하지만 운영자 입장에서는 그렇지 않죠.

크롬보다 IE 8이나 9를 사용하는 독자가 더 많으니까요.

이들을 그냥 버릴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이들에게 브라우저 업데이트를 권하거나 다른 브라우저를 사용하라고 권유하더라도 이들이 이에 따를 가능성은 낮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결국에는 IE8에서도 서비스가 잘 보이도록 설정합니다.

문제가 발생할 위험이 크지만 사용자를 버릴 수는 없으니까요.

물론 시간이 지남에 따라 구버전에 대한 지원이 줄어들 것이고, 사용자들은 차츰 브라우저를 업데이트하거나 새로운 브라우저를 이용하게 될 것입니다.

문제는 지금 당장 어떻게 대처해야 되느냐인 것이죠.

정답은 없습니다.

속도와 안정성을 위해 최신 브라우저에 맞출 수도 있고, 일부 사용자들을 위해 구 브라우저에 맞출 수도 있죠.

포커스를 언론사에 돌려보겠습니다.


1. 시기상조

많은 언론사에서 인터랙티브 미디어를 비롯하여 새로운 포맷과 기술을 동원하여 뉴미디어에 어울리는 기사를 쓰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롤모델로 한때 뉴욕타임스의 ‘스노우폴’이나 가디언의 ‘파이어스톰’과 같은 롱 폼 저널리즘이 주목받았습니다.

국내에서도 많은 언론사들이 비슷한 콘셉트의 기사를 만들어냈죠.

하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았습니다.

힘들게 만든 수고에 비해 클릭은 절망적인 수준이었죠.

이것은 독자가 아직 그런 형태의 기사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여전히 역삼각형 구조의 텍스트 기사가 가장 많이 소비되고 있습니다.

새로운 플랫폼인 SNS에서는 스낵컬쳐라 불리는 짧고 간단한 콘텐츠가 대세입니다.

따라서 이런 과도기에는 전통기사와 뉴미디어 기사 간 균형성이 중요합니다.

2. 대중은 하나가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독자의 눈높이에 맞춰야 된다고 외칩니다.

그건 결국 눈높이를 낮추어야 된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왜냐하면 독자의 수준은 그렇게 높지 않기 때문입니다.

여전히 IE8의 점유율이 상당한 것 처럼요.

단언컨대 모두가 원하는 저널리즘, 모두에게 읽히는 그런 기사는 없습니다.

흔히 중학생이 보더라도 이해가 되는 글을 써야된다는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만 중학생이 다 같은 건 아니잖아요?

누구는 성인보다 더 뛰어난 독해력을 가지고 있을 수 있고 또 관심 주제에 따라 이해도가 다르니까요.

철수는 없습니다. 특히 요즘같은 시대에는요.

따라서 버티컬 전략이 필수입니다.

인텔리만을 타깃으로 고도화하거나 특정 주제만을 다루는 버티컬 미디어를 강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3. 후원이 절실한 대안언론

2010년을 기점으로 많은 뉴미디어 대안언론이 등장하였습니다.

그렇지만 기존 방송과 신문에서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는 전통언론 대비 자립하기에는 쉽지 않은 형편입니다.

이것은 마치 IE와 크롬의 점유율과 비슷해 보입니다.

얼리어답터들이 크롬의 속도와 성능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만 여전히 대세는 IE인 것처럼요.

그러니까 전통언론이 IE라면 대안언론이 크롬이랄까요?

물론 이 역시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차 크롬을 비롯한 새로운 브라우저들의 점유율이 높아지는 것처럼 다양성이 넓어질 것입니다.

당장은 전통언론의 영향력을 따라잡기는 어렵겠지만요.

이를 위해서는 제프 베조스가 워싱턴 포스트를 인수했던 것처럼 큰 자금을 가지고 있는 후원자들이 대안언론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을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야 이곳에서 새로운 실험과 도전을 할 수 있을 것이고 이를 바탕으로 전통언론에서도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겠죠.


세계적으로 IE8의 이용률이 가장 높았던 한국에서도 결국은 새로운 브라우저 이용률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시간이 지나면 수준 높은 기사나 뉴미디어 기술이 들어간 기사의 소비도 점점 늘어날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오랫동안 사람들에게 익숙해진 형태의 글기사와 간단하고 흥미위주의 짧은 기사가 더 많이 요구될 것입니다.

그 사이의 균형을 잘 맞추고 하나의 대중이라는 허상이 아닌 정교하게 타케팅 된 독자를 찾아 나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그리고 하루하루가 힘겨운 대안언론에게는 든든한 후원자들의 지원이 이어지길 기대합니다.

대안언론의 실험이 성공해야지만 전통언론에서도 모험을 떠날 수 있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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