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세 살의 롤러코스터


별 거 아니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쉽지도 않습니다


마흔 세 살 남자의 롤러코스터 타기란

마흔 세 해 동안 살아오기란


화창한 일요일, 가족 단위 향락객이 몰리는 아침 시간을 피해야 하고

고속도로 입구부터 꽉 막히는 교통체증을 참아야 하고

오천원 남짓 차액을 아끼기 위해 오후권 판매를 기다려야 합니다


놀이공원 끝에 척추처럼 박힌 롤러코스터를 찾아 걸어야 하고

그 척추가 뿜어낸 척수액처럼 흘러나온 줄에 서서 수 시간을 기다려야 하고

그 동안 저려오는 무릎과 쑤셔오는 허리를 주물러 달래야 합니다


앞에선 한 쌍 연인의 알콩달콩 사랑이야기를,

뒤에선 꼬마의 칭얼거림에 섞인 한 가족의 행복한 시간을

무심히 표정없이 물끄러미 사심없이 쳐다보아야 합니다


혼자 오셨나요, 안내 직원의 의뭉스러운 물음을

아이가 무서워해서… 뜻하지도 않은 거짓말로 넘겨야 하며

결국 채워지지 않는 내 옆자리의 허전함을 견뎌야 합니다


앞에 탔던 날씬한 아가씨가 조여 놓은 벨트를

불툭 튀어 나온 내 뱃살에 맞추어 풀어 매야 하며

안전바 내려오고 나서야 허겁지겁 선글라스를 벗는 빈축도 사야 합니다


열차가 꼭대기로 덜컹덜컹 올라갈 때는

어린 시절 성장이라는 이름의 조바심을 기억해 내야 하며

움직이지 않는 듯 움직이는 정점에 이르러서는

흔치 않게 가졌던 작은 성공에 탐닉한 순간을 떠올려야 합니다


수직같지 않은 수직의 궤도를 떨어지며

한때 날 속인 사람들과 세상에 이를 갈아보기도 하고

그 때문에 내가 겪은 추락을 다시 경험해야 합니다


상승의 짜릿함과 추락의 아찔함이

인생이 부침과도 같다는 어설픈 깨달음 때문은 아니라도

왠지 모르게 북받치는 기쁨인지 서러움인지 모를 이상한 느낌에

결국은 터져나올 울음도 참아내야 합니다


내 위에 아무것도 없는 달콤한 비상과

내가 제일 아래에 있는 씁쓸한 전락 속에서

안전바는 날 잡아둔 속박이자 목숨을 구해준 구원임을 깨달아야 합니다


즐거움인지 고통인지 모를, 스릴이라는 괴상한 감정에 젖어 있다가

순식간에 열차가 죽은 듯 멎으면

어지러움과 메스꺼움 속에서 비틀비틀 다시 세상으로 나가야 합니다


결국,

그 중에 한 가지를 해내지 못하여

우습게도 한 해의 성장을 보류하게 되었지만

남들 다 아는 비밀을 뒤늦게 깨달았음에 만족하여 웃습니다,


어느 순간 어디에서든

좋든 나쁘든 행복하든 불행하든

인생이든 롤러코스터든


뭐가 됐든 <곧> 멈출 것이고,

그 때가 오면 상승도 하강도 아닌

수평에서 내리게 될 것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