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전면재택의 시작과 나의 첫 감금

극 외향 기획자 Stephanie
4 min readJul 3,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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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택의 기쁨과 슬픔: 두 기획자의 이야기

첫번째 이야기, 전면재택의 시작과 나의 첫 감금

우아한형제들은 나에게 온보딩이 가장 힘든 회사였다. 그 유일한 이유는 재택 때문이었다. 이직을 하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을 하고 일을 배우고, 사람들을 알아가는 과정에서 “온라인"이란 장벽은 너무 너무 가혹했다.

입사한지 한달 정도 되었을 무렵, 즉 2020년 11월 중후반 부 쯤에 나는 맛있지도 않았던 어느 “맛집"에서 다찌 자리에 앉아서 밥을 먹었다는 이유로 밀접 접촉자로 분류되어 대략 2주간 자가격리 되었었다. 갑자기 통보를 받아서 하필이면 야심차게 준비했던 땡스기빙 홈파티가 직전에 취소되고 (정말 직전이었다 우리집에 거의 다 도착했다는 첫번째 친구의 연락을 받고 얼마 안되서 자가격리를 해야된다는 전화를 받았었다) 나는 엉엉 울었었다. 코로나 때문에 안그래도 즐거운일이 다 사라진 상황에서 스스로 일을 벌려서 미국식 땡스기빙 디너 파티를 준비하고 친구들을 부르고 몇날 몇일을 음식을 준비했었는데 일보직전에 자가격리를 당하고 이는 나에게 너무나도 큰 좌절이고 형벌이었다.

땡스기빙 분위기를 내고 싶어서 쓸대없는 장식품과 냅킨 같은것도 잔뜩 준비 했었다.

자가격리가 되면서 내가 출근 했었다는 이유로 우리 회사 건물이 잠시 폐쇄가 되기도 했었다. 나는 입사해서 수습 기간도 안 지났는데 회사 잘리는 것 아닌가 걱정을 하기도 했었다.

그렇게 나는, 길어질지 몰랐던 전면 재택을 자가격리와 함께 시작했었다. 너무 우울했다. 집에 갇혀서 나에게 주어진 건 온라인 근무와 배달음식 밖에 없었다.

작디 작은 아파트에서 일하고 밥먹고, 퇴근을 해봤자 거기서 거기였다. 재택은 회사생활에 있어서 즐거운 요소는 모조리 제거하고, 순수하게 업무라는 뼈대만 남겨놓는 것 같았다. 출퇴근길에 콧바람을 쐬면서 올리브영에 들른다거나, 사무실에 출근해서 사람들과 대화하고 밥을 먹고, 우연히 가십을 주워듣고, 퇴근하고 소주한잔하고…하는 그 모든 것들이 제거되고 로보트 처럼 일만 해야했다.

온라인 회의에 들어가면 누가 누군지도 모르겠고 누가 기획자고 개발자고 어느팀인지도 헷갈려서 식은 땀을 뻘뻘 흘리던 무렵, 자가격리는 해제 되었지만 그 사이에 코로나는 심해져서 우리회사는 전면재택을 선언 했다. 그렇게 나의 2차 감금이 시작되었다. 너무 사무실에 나가고 싶었지만 갓 입사한 나는 아무도 나가지 않는 사무실에 혼자 출근할 용기는 없었고 (동시에 사무실엔 사람을 만나러 가는건데 아무도 없는 사무실은 큰 메리트가 없었다), 온라인으로 입사하고 직후에 자가격리를 당했던 나는 회사에 딱히 친해진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출근해서 편히 대화할 사람도, 밥을 먹자고 할 사람도 없었다. 춥고 외로웠다. 팀 사람들은 슬랙 채널에 하나의 프로필 이미지와 텍스트로만 느껴졌고 매일 매일 “온라인" 출근을 했지만 사람과 함께 한다는 느낌은 별로 들지 않았다.

그래서 세월이 흐른 후 어느날, 당시 같은 팀이었던 조혜인(hyein)님이 나에게 “오늘 스트레스를 받아서 그런데 저녁에 같이 삼겹살을 먹지 않겠냐" 라고 제안을 했을때 나는 감동해서 울뻔했다. 나는 참고로 감동해서 실제로 울어본적이 없는 사람이라 이정도면 격한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운명적인 삼겹살의 날이 오기 전까지 나는 어둡고, 우울하고, 외로운 회사생활을 했었다. 그렇게 한 해가 저물어 가고 회사는 온라인 연말 행사라는 것을 준비했는데… 행사를 좋아하는 나는 기뻤지만.. 두 배.. 아니지 한 열 두배 정도 더 즐거울 수 있었을 전사 연말 행사를 온라인으로 진행을 해서 너무 아쉬웠었다. 온라인으론 그 무엇을 해도 즐겁지 않았다. 솔직히 온라인으로 그 어떤 이벤트를 진행해도 결론적으로는 아무도 만나지 않고 모니터를 바라보는 일이라고 느껴지기 때문이다. 아마 온라인으로는 바람을 피거나 불륜을 저질러도 하나도 흥미롭지 않을 것 같았다 .

그래도 없는 것 보단 연말행사를 진행해주는 회사가 좋았다. 회사가 연말 행사를 “온라인"으로 진행 할 수 있도록 이것 저것 택배로 보내 주었고, 나 혼자 외롭게 모니터 앞에서 잔도 들고 머리띠도 끼고 연말 행사를 했다. 아 다시 되돌이켜 봐도 짠하네…

그렇게.. 2020년은 재택과 함께 마무리 되었었다. 이렇게 죽네 사네 질질 짜고 있었을 때 내향인 기획자 kimhanryang님은 조금 다른 경험을 하고 있지 않았을까? 생각이 된다. 그녀의 이야기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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