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어킹은 레벨 15까지 버둥거리기로 버틴다. 15레벨에 몸통박치기를 배우지만, 쓸만한 놈은 아니다. 5만 더 버티면 갸라도스가 된다. 내가 포켓몬스터를 할 때까지만해도, 갸라도스는 쓸만한 놈이었다.
버둥거리고 버둥거리다 몸통박치기를 해야할 때쯤이라고 생각한다. 갸라도스처럼 뭔가 되겠다는 원대한 말은 꺼내는 성격도 아니고, 그런 생각은 3초만에 사라진다. 몸통박치기를 하며 많은 것을 외면할 때쯤, 뜻밖에도 GMF 티켓을 받았다.
그리고 가을이 가득했다. 오랜만에 울적했다. 울적할 새 없는 한 해였다. 아니 울적한 것을 가리기 위해 버둥댔던 한 해였다. 어슴푸레한, 성공이라는 것을 좇아야 하는 나이가 되었다, 생각했다. 생각한다. 옛 사람들을 덜 만나고, 새 사람들을 더 만나기 시작했다. 지워야지, 라고 생각했다. 지웠다. 그것을 지웠다가 다시 쓴다.
제대로 음악을 들은지, 공연장에 간 지 얼마나 된지 기억도 잘 안난다. 음반 출고일로 따지면 강아솔 2집 정도, 아니면 f(x)의 새 앨범 정도.
완성되지 않은 KBS 자소서와 노트북을 등에 짊어지고, 지하철에서, 올림픽공원 화장실에서 — 전기를 쓸 수 있는 곳을 헤매다 찾았다. 가끔은 비염인 코가 기특할 때도 있다 — 얼기설기 만들어 보냈다. 그리고 들어갔다.
사람들로 가득했다. 가을이 가득했다. 나는 또 혼자 왔다.
이 정도로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구름 한 점 없는 날씨였다. 와, 가을이다. 싶었다. 바깥의 가을을 열 시간 동안 서서 보내본 적이 참 오래되었다는 느낌이 갑자기 밀려오네.
대부분의 공연을 혼자 다녔고, 어색함은 없었다. 담요를 나눠주는 이벤트 부스에서, 섬세하지 못한 남자 진행자가 ‘왜 혼자왔냐’고 물었을 때도 뭐, 나쁘지 않았다. 외로움이 습격한 가을에 의연하게 대처한 지 만으로도 스물 여섯해다.
다만 GMF가 처음이었기에, 그렇다 무려 처음이다, 영상으로만 많이 봤다, 동선이나 이동을 좀 헤맸다. 한 무대를 온전히 본 것은 10cm와 이소라 정도, 그 외에는 돌아다녔다. 사실 브랜뉴헤비즈는 제대로 보고 싶긴 했는데, 여기저기 돌아다니느라.. 인코그니토도 그랬지만 이소라의 무대에 만족한다.
여튼 이소라 얘기를 하려고 쓸데없는걸 죽 깔아놨네.
별
아멘
Track3
나를 사랑하지 않는 그대에게
Track4
Track5
Track6
나 focus
좀 멈춰라 사랑아
쳐
흘러 all through the night
넌 날
너는 나의
난 별
바람이 분다
7집과 8집, 그리고 안부르면 안보내줄 몇 곡을 했다. 세션도 호화로웠고, 한 번도 안 맞춰봤다는 이소라의 너스레는 접어둬도 될 정도로 좋았다. 호오가 갈리는 8집을 워낙 좋아했기에, 나 focus의 전주가 나오는 순간 얼었다.
다섯 달도 다 되어가는 전 연애에, 나 focus가 내 테마곡일 정도로 자주 듣고 다녔다. 스스로도 믿지 못할 말들로 가득한 형용 안에서도, 한 가지 진짜는, 너에게는 좀 더 잘하겠다는 것이었기 때문에. 그러나 오래 가진 못했다. 그리고 이소라의 음악도 잠시 치워두었다. 대신 그 자리에 이승환의 새 음반이 자리를 차지했다. 화양연화를 잔뜩 들었다. 하얗게 멀어져간다.
화양연화, 화양연화, 화냥년아.
이영광, 그늘 속의 탬버린.
서울국제작가축제에서 이영광 시인의 낭독으로 직접 들었다. 좋은 언어유희다, 생각했고, 다시 이승환과 이소라가, 그리고 그녀가 떠올랐다.
운 듯을 안했지만, 그건 뭐 예의상 뭐라 하지 않을 정도의 무대였다. 전작의 발라드를 좋아하는 팬들이 꽤 있었고, 볼멘소리가 여기저기 흘렀다. 붙잡고 앨범은 들어봤냐 묻고 싶었지만, 결국 먹물은 어딜 가나 먹물 티를 내니까, 하고 조용히 접어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