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톡톡] 아직도 어린이

진실을 깨닫는 순간은 언제나 쓰라리다. 친구가 본인 아들보다 내가 더 어린이 같단다. 내가 초등2학년 보다 더 어린이 같다고? 친구 아들은 가기 싫은 피아노 학원도 잘 다니고 하는데, 나는 하기 싫은 거 너무 못한다고 한다. 무엇보다 ‘어린이같다’라는 형용사를 다른 사람 입에서, 그것도 나를 아주 잘 아는 사람 입에서 듣게 된다는 것은 무척 큰 충격이었다.

그래 인정한다. 감정 못 숨겨서 다 들키고 마는 것. 싫어하는 거 못하는 것. 먹고 싶은 것은 지금 꼭 먹어야 하는 것. 마쉬멜로우 테스트하면 나는 5초도 안되서 다 먹을 거다. 하기 싫은 거 못 참고 먹을 거 못 기다리는 나는 껍데기만 어른이지 알멩이는 아직 어린이다.

어린이들의 특징은 자기중심성이다. 모든 것이 자신을 기준으로 돌아간다. 내 앞에 있는 누군가가 웃으면 ‘나를 좋아해서’ 그럴 것이라고 판단한다. 모든 것이 자기기준으로 돌아가는 사람들 부류는 또 있다. 직장에서 상위직급을 차지하시는 분들. 그분들은 부하직원의 함박웃음 리액션을 정말 웃기고 재밌어서 하는 것이라고 착각을 하신다. 이른바 권력관계에서 일어나는 일들이다.

그런데 내가 똑같은 착각을 해왔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제까지 학창시절에 말이 정말 잘 통한다고 느꼈던 아이들은 다 남사친(남자사람친구)였다. 사실 그들은 엄청나게 나를 배려하고 있던 것이었다. 스킨쉽 전혀 없는 담백한 관계였지만 유전생물학적인 결과로 남자인 그들이 여자인 내게 은연중에 뭔가 바라는 게 있었을 수도 있다. 접대차원에서 일관계로 만난 사람에게서 ‘말이 잘통한다’는 얘기를 들을 때의 그 끔찍한 기분. 나는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고 그냥 내가 잘 들어주고 맞춰주는 것일 뿐인데, 내가 느꼈던 기분을 나의 남사친들도 똑같이 느꼈을까.

어쨌든 나는 내가 아직도 어린이라는 것을 친구 덕분에 뼈져리게 깨달았고, 아주 조금은 성장하고 싶은 기분이 든다. 어린이인 상태에서 맛보는 세상과 청소년인 상태에서 맛보는 세상. 또 훌륭한 어른으로 성장한 상태에서 보는 세상은 각자 다 다를테니까. 그게 궁금하다.

2017.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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