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를 저어서

아래 글은 윌리엄 H. 그로스의 <채권투자란 무엇인가?>의 ‘Ch 2. 노를 저어서’를 일부 발췌한 내용입니다.


내가 한창 복잡한 문제로 고민하고 있을 때 오랜 친구가 “두 가지만 기억하라”고 충고한 적이 있다. “첫째, 사소한 일로 너무 힘 빼지 마라. 둘째, 세상의 모든 일은 결국 사소한 일이다.” 당시 나는 친구의 충고를 듣자마자 박장대소했고 걱정을 덜 수 있었다. 그 후로도 오랫동안 친구의 말이 생각나곤 했다. 달랑 두 문장으로 된 짧은 충고였지만 그 속에는 철학자나 라디오 토크쇼 진행자들도 혹할 만한 깊은 철학이 담겨 있었다.

만약 인생에서 겪는 모든 일들이 정말 별것 아닌 ‘사소한’ 일들이라면 인생은 마치 오래된 유행가의 마지막 구절처럼 꿈결 같기만 할 것이다. 만약 그렇다면 꾸준히 부드럽게 노를 젓는 것이 인생의 작은 굴곡을 헤쳐 나가는 최선의 방법일 것이다. 하지만 내 친구의 충고와 달리 인생이 자주 일어나는 ‘작은 일’과 가끔 일어나는 ‘큰 일’들로 이루어져 있다면, 때때로 우리는 큰 일을 헤쳐 나가기 위해 노를 빨리 젓기도 하고 긴장도 해야할 것 이다. 이 때 무엇이 큰 일인지 판단하고 이에 직면했을 때 의사 결정하는 것이 관건인데, 인생의 의미와 결과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그것이 쉬운 일만은 아니다.


살다보면 힘을 뺄 필요도 없는 소소한 일들도 있고, 반대로 집중과 지속적인 주의를 요구하는 큰 사건도 있다. 물론 아무리 힘든 일이라도 시간이 지나면 별 것 아닌 것으로 여겨질 수도 있다. 예를 들어, 17살 때라면 여자친구와 헤어지는 일이 너무나 힘들겠지만 10년쯤 지나 결혼을 하고 가정을 꾸린 후 돌이켜보면 그저 한때의 열병이었을 뿐이다. 30대에 승진에서 미끄러졌다거나 새로 직장을 옮기려다 실패했다면 꽤나 상심하겠지만, 20년쯤 지나보면 오히려 잘된 일이었다는 생각이 들지도 모른다. 배우자의 외도는 결혼 생활을 벼랑 끝으로 몰기 마련이지만, 건강이 악화된다거나 60대가 되어 노부부로 함게 늙어가다 보면 그저 작은 해프닝 중 하나로 느껴질 수도 있다. 한때는 심각했던 일도 시간이 지나면서 별것 아니었던 것처럼 생각되기 마련이다.

그러고 보면 인생에서 정말 큰일이 없다는 내 친구의 맞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어디 정말 그런가. 살면서 겪는 일련의 중요한 사건들을 시간이 지나면 아무렇지도 않게 된다고 치부해 버린다면 인생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위에서 내린 분석의 문제점은 이른바 ‘사건’을 인생의 큰일이라고 간주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물론 피할 수 없는 끔찍한 비극적인 사고들은 그 자체만으로도 인생의 ‘큰 일’이다. 하지만 그밖에 우리가 겪는 ‘큰 일’이란 대부분 사건과 그로 인한 감정, 생각, 행동이 짜여서 만들어 내는 정교한 옷감 같은 것이다. 우리에게 일어나는 사건 그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사건에 대해 대응하는 태도가 더 중요하다. 성공이냐, 실패냐가 문제가 아니라 게임을 어떻게 풀어나가는지가 문제다. 이 넓은 세상에서 자신의 존재가 얼마나 미약한지 깨닫고 다른 사람들에게 공정하고 친절하며 이기심을 최소화하는 태도를 갖고 있는가? 창조주를 원망하지 않고 미래에 얻게 될 다른 성공의 가능성을 기대하면서 지금 당면한 결과에 순응하는가? 노를 저어 강을 지나 알 수 없는 해변에 도착했을 때, 적어도 지금까지 노를 저어온 방법에 대해 자부심을 느끼는가? 이런 것들이 바로 ‘큰 일’이다. 다른 나머지에는 힘을 뺄 가치도 없다​.

One clap, two clap, three clap, forty?

By clapping more or less, you can signal to us which stories really stand ou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