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글쓰기와 기록, 그리고 습관

글또 8기 회고

Gordon Choi
8 min readJul 16, 2023

여는 말: 나와 글또

2월부터 만 6개월 정도 활동했던 글또 8기의 활동 기간에 쓰는 마지막 글이 되겠다. 물론 글또 활동 유무가 필자의 블로그에 미치는 영향이 심대하지는 않겠으나, 아무래도 러닝 메이트가 있고 없고의 차이는 좀 있기 마련이므로.. 딱 그 정도의 영향이 있을 것 같다.

왜 글 쓰는 개발자의 모임 글또를 하게 됐을까? 그건 필자가 개발자이면서도, 말과 글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기 때문이다. 말과 글에 관심이 많은 데에는 크게 특별한 이유가 있는 건 아니고, 그것이 가진 힘에 대해 몇 번 경험해볼 기회가 있다 보니 그렇게 됐다.

한편으로는 글또를 시작한 올해 초에는 어찌 보면 살짝 방황할 때가 아니었나 한다. 부캠도 끝났고, 생각보다도 시장은 차가웠다. 그러다 보니 딱히 힘을 낼 만 한 요소가 없었다. 사치스러운 말이지만 쉬고 싶었다. 그러던 와중에 글또를 추천받았다. 원래도 개발하다가 궁금한 것 등에 대해서 자주 메모하긴 했지만, 이것도 게을러서 조금 미루고 있었다. 그러나 글또 모집에 즈음하여 필자 자신이 궁금한 포인트에 대해 새로이 알게 된 것을 기록으로 남기고, 그것을 남에게 그리고 미래의 자신에게 보여주는 것에 대한 필요성을 더 크게 느끼게 되었다. 요컨대 더 큰 글쓰기의 필요에 더해 놀지만 말고 뭐라도 하자, 라는 심리의 발로였던 셈.

글또를 하면서 뭘 얼마나 했고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생각해보려 한다. 미리 말해두자면, 제법 즐거운 시간이었다.

In a nutshell

여담이지만, 글의 내용을 묶어 초반에 소개하는 방법 또한 글또에서 알게 된 종윤님의 블로그(https://wormwlrm.github.io/2022/08/20/Personal-Branding-from-Technical-Writing.html#%EA%B8%80-%EC%B4%88%EB%B0%98%EB%B6%80%EC%97%90-%EC%9A%94%EC%95%BD-%EC%8D%A8%EB%91%90%EA%B8%B0)에서 영감을 받았다. 이 자리를 빌어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글또 8기를 하면서

Overview

글또 활동을 하면서, 이 회고글까지 합쳐 8개의 글을 썼다. 2주에 한 번씩 꾸준히 글을 썼다면 더 많이 썼을 것이나, 주어진 패스권을 2번 다 쓰고 나서도 2번을 빼먹었기 때문에.. 8개의 글 중 기술 포스팅은 3개, 비기술 포스팅은 이 회고를 포함해 5개를 작성했다. 조금 더 기술적인 이야기를 썼으면 좋았겠다 싶기도 하다. 하지만 필자는 또한 말과 글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고, 내 자신의 이야기를 푸는 것을 즐기는 사람이므로 이 또한 족하지 않나 생각한다.

블로그가 쌓아올려진 모양새

부캠이 끝나고 시작했던 미디엄 블로그는, 글또와 함께 조금은 성장했다. 링크드인에 공유하고 주변에 공유해도, 아직은 글마다 50~100회 정도의 조회수를 기대할 수 있는 정도에 머무르기는 한다. 하지만 꾸준히 글쓰기를 이어나가고 또한 더 좋은 컨텐츠를 풀어낼 수 있는 사람이 된다면 이것도 점점 증가하지 않을까 한다.

글또 활동을 하면서 올린 글의 대부분이 50% 이상의 Reading rate를 기록했다. 링크를 통해 유입된 분들 중, 정말로 필자의 글에서 시간을 보내신 분들이 그 정도 비율이 된다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필자의 글을 클릭한 분들 중 절반이나 글을 읽어 주신다는 것은 매우 감사한 일이다.

필자는 기술 포스팅을 더 쓰지 못한 것에 대해 아쉬움을 느끼지만, 막상 비기술 포스팅도 기술 포스팅 못지않게 좋은 반응이 있지 않았나 한다. 솔직한 말로는, 1/4분기 회고가 이미지 다운샘플링 실습만큼 조회수가 나올 줄은 몰랐다. 사실은 그냥 넋두리일 뿐인데. 성원에 힘입어 2/4분기 회고도 조만간 써볼 수 있을 것 같다.

지금의 목표는, 50% 내외의 Reading rate를 유지하면서 조회수를 좀 더 늘리는 것이다. 좀 더 재미있는 글과 소재를 찾아보고, 그것을 또한 재밌게 녹여낼 수 있는 글을 쓰도록 해 보자는 생각이 든다.

가장 기억에 남는 글

가장 기억에 남는 글은 두 번째 글로 작성했던 “Swift Image I/O를 통한 이미지 다운샘플링 실습” 글이다. 이 때의 필자는 (지금도 그렇지만 지금보다도) 꽤나 부족했다고 생각하는데, 구성이 꽉 잡혀 있지도 않고 재미있게 쓰려는 노력도 다소 미흡했다. 게다가 당시에는 필자의 지식 수준 또한 일천하다고 생각했다. 단지 평소 궁금했던 화제에 대해 실험해 봤고, 그걸 그냥 글이라는 형태로 써 냈을 뿐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필자가 생각했던 것보다 반응이 좋았다. 기대치가 너무 낮았는지는 모르겠는데, 여러 분들이 이 실험을 흥미롭게 봐 주시고 Like를 달아 주셨다. 어쩌면 결국 중요한 건 지식의 깊고 얕음, 기술적인 난이도의 높고 낮음이 아니라 그냥 그 궁금해하는 마음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해 준 포스팅이었다.

이후로도 두 번의 테크 라이팅을 시도했고, 노출을 목적으로 하는 테크 라이팅은 어느 정도의 난이도와 무게감을 두고 가야 할지 천천히 감을 잡아가고 있다. 이 글은 그 시작점이 되었다고 생각해 아주 뜻깊게 여기고 있다.

개인적인 변화

솔직히 아직 글 쓰는 습관이 형성됐는지는 잘 모르겠다. 뭔가 2주에 한 번 제출할 때도 숙제 같은 느낌을 완전히 지우지는 못했다. 평소에 기술적으로 생각하는 바는 많지만, 그걸 글로 엮어내는 데 아직 익숙하지 않아서 그런 걸까. 그렇기는 해도 블로그 포스팅을 쓰고 공개한다는 것 자체에 대한 거부감은 없어졌다. 필자가 쓴 글을 보고 잘 봤다고 해 주시는 분들 앞에서 더 이상 부끄러워하지는 않게 됐다고 하면 어떤 느낌인지 전해질까?

한편 초안을 써버릇하다 보니 — 글이 되지 못한 초안이 몇 개 더 있다 — 자신의 생각을 좀 더 잘 정리할 수 있게 됐다. 생각을 정리하는 요령이 생기다 보니 평소 생각했던 바를 날려먹지 않고 보존할 수 있다는 확신이 생겼고, 그에 따라 좀 더 보존할 만 한 생각을 더 많이 하게 됐다.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이 더 이상 헛수고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예를 들어 어느 날은 Python3에서 리스트를 복사할 때

numbers = [1, 2, 3]
a = numbers
b = numbers[:]

두 표현법 사이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에 대해 Bing AI와 갑론을박을 벌이기도 했다. 당연히 기록해 두었고.

한편 상술했듯 그럴 듯 한 글을 써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선뜻 글쓰기에 손을 대지 못하는 일도 있었다. 글쓰기의 본질은 꼭 남에게 보여 주기 위함은 아니지만, 일단 필자의 경우 누구나 볼 만 한 글을 글쓰기의 킥스타터로 삼고 있다. 그렇다 보니 필자의 글이 그다지 매력이 없을 경우에 대한 두려움도 무의식중에 어느 정도 잔존해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사실 혼자만을 위한 정리글이면 표현을 가다듬을 필요가 없다.

하지만 타인을 위한 글이기도 하다면 이는 필요한 일이 된다.

하지만 글이 인기가 없으면 결국 혼자 보는 정리글과 동치가 된다…

와 같은 생각의 연쇄가 있었다. 앞으로 좀 더 꾸준히 글을 쓰기 위해서는 이런 표현에 대한 고민도 완전히는 아니어도 조금은 내려놓아야 할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앞으로는 조금 덜 친절한 필자의 글을 보시게 될지도.

닫는 말: 지속 가능성과 습관의 형성

글또는 글 쓰는 습관을 들이기에 더없이 좋은 경험을 하게 해 주었다. 운영하시는 성윤님(https://www.youtube.com/@kyleschool) 또한 습관의 형성에 대해 강조하셨고. 어느 정도 이 흐름에 몸을 맡겨본 결과, 적어도 처음 이 곳에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때의 필자보다 지금의 필자는 훨씬 쉽게 글을 쓸 수 있는 사람이 됐다고 생각한다.

한편 최근에는 안 좋은 습관을 피하는 것도 습관이라는 생각이 든다. 좋은 습관의 형성에 초점을 많이 맞추지만, 안 좋은 습관을 배제하는 것 또한 하나의 습관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귀찮다는 말 하지 않기”. 평소 귀찮다는 말을 달고 살았다면 이렇게 마음먹고 나서도 무의식적으로 몇 번 “귀찮다”라는 말을 할 것이다. 하지만 계속 의식한다면, “귀찮다는 말을 하지 않는” 행위 자체가 점점 쉬워질 것이다. 이것이 안 좋은 습관을 피하는 습관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래서 필자가 글또를 마무리하며 다짐하는 바는, 게으름을 줄이는 습관을 들이자는 것이다. 게을러진다 싶으면 의식적으로 뭐든 하고자 한다. 이를 실현하는 하나의 방법으로, 꼭 글을 쓰지 않더라도 1주일에 한 번은 글쓰기와 관련된 시간을 보내려고 계획하고 있다. 쌓이면 풀고 싶어지는 심리까지도 이용하는, 어찌 보면 필자에 대해 가장 잘 아는 자기 자신이 제안하는 습관 루틴.

흔히 습관을 만드는 데 66일이 걸린다고 한다. 66일이면, 3일씩 22번이다. 작심삼일이라고 하지만, 그걸 스물두 번 하면 또 습관을 만들 수 있다. 그러니 부담을 조금은 덜고, 지속 가능한 개발자로서의 삶을 위한 좋은 습관을 들이고자 한다.

마지막으로 약간 여담이지만, 글또를 시작하게 된 데에는 글또를 하면서 취업이 된 분들이 많다는 말에 혹해서 그런 것도 있다. 글또 활동을 마무리하는 지금 시점에서 필자 또한 모 기업의 전환형 인턴에 합격해 다니고 있으니, 일단 절반의 성공은 거둔 셈.. 이라고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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