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면 날마다 오는 게 아닙니다, 1/4분기 회고

시간이라는 화살은 얼마나 더 멀리 날아갈까

Gordon Choi
9 min readApr 22, 2023

여는 말: 시간의 흐름이 무상하구나

필자의 말버릇이다. 특히 오랜 친구들을 만날 때 많이 하곤 하는 말이다. 무상하다~ 라는 말은 신속하게 변화하고 생멸한다, 정도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인생무상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필자에게 인생은 시간의 흐름 위에 올라가는 것이기 때문에, 저런 말을 하지 않나 싶다. 대충 시간 참 빠르네~ 같은 느낌으로 하는 말.

2023년도 1/4분기가 지났다. 사실 지난 지가 좀 됐다고 할 수 있다. 이제사 회고를? 할 수도 있지만, 본디 회고란 지난 것을 돌아보고 앞으로 어떻게 행동할지 정하는 작업이 아니던가?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데 적합한 때라는 것은 또 없다는 생각이 든다. 언제고 향상심을 발휘하면 그걸로 좋은 것. 그리고 마침 2022년 회고도 1월이 보름이나 지나고서야 하기도 했고.

말 나온 김에, 2022 회고 끄트머리에 다짐했던 내용을 필자는 잘 지키고 있을까? 그 때 다짐했던 것은 크게 두 가지였다. 내가 어떤 개발자가 되고 싶은지 생각해볼 것, 그리고 운동할 것. 전자의 경우 개발하면서 이렇게 많이 생각해봤나 싶을 정도로, 모든 순간 생각했던 것 같다. 의미있는 중간 결론을 얻기도 했다. 반면 후자의 경우 여느 운동 결심이 그렇듯… 이라고 말하면 너무 비겁하지만, 어쨌든 전혀 이루어지지 못했다. 심지어 헬스장 재등록도 안 했다. 어떻게 된 거냐 나 자신!

각설하고, 필자는 2023 1/4분기에 무엇을 했는가? 차근차근 짚어 보도록 하자.

선요약

이 사람은 1/4분기에 무엇을 했는가

구직 활동

필자에게 가장 큰 당면과제. 작년 한 해 여러 배움을 통해 어엿한 개발자로 거듭났다! 라는 전개라면 좋겠지만, 어엿하게 거듭나려면 역시 “일”을 해야 하는 법이다. 3개월간 적다면 적고 많다면 많은 회사에 지원했고, 온갖 케이스의 탈락을 겪어 봤다. 개중에는 좋은 연락을 주신 곳도 있었지만, 필자가 생각하는 성장의 조건과 맞지 않아 거절했다. 막말로 내 몸을 갈고 내 정신을 갈 회사인데, 갈아낸 대가로 성장이 남아야 하지 않겠는가? 급여보다도 그런 부분에서 더 까다로워지는 것 같다. 시장이 이런데,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린 걸수도.

가장 인상깊었던 경험은 몇몇 회사의 과제 전형을 경험해본 것이었다. 과제 제한 사항을 통해 이 회사가 어떤 환경에서 프로덕트를 운영하는지도 알 수 있었다. 한편 이런 앱은 이런 기술을 주로 원하는구나~ 와 같은 시각도 조금은 넓어지는 것 같았다. 이외에도 잘 모르는 기술을 적용해야 할 때도, 와 신기하다! 라는 생각이 먼저 들고 두근두근했던 것 같다. 과제를 제출하기까지 며칠 동안 하얗게 불태울 수 있기 때문에 끝나고 나서 만족스럽기도 했다. 혼자서 하려고 할 때는 그렇게 안 되더니.

팀 프로젝트 — 잠시 휴점

네이버 커넥트재단 부스트캠프(이하 부캠)에서 팀 프로젝트를 했던 팀이 있다. 당시는 개발 기간도 짧았고 필자 역시 미숙했던 점이 있어 아쉽지만 일단 마무리했다. 수료 후 이제 정말 길게 보고 제대로 만들어서 출시하자! 라는 계획이었다. 지금은 일단 심사에 필요한 자잘한 기능을 더하고, 서버 마이그레이션을 하고 있는 상태.

네 명의 팀원 중 두 명이 이름 들으면 누구나 알 법한 회사에 취직했다. 직장에 다니면서 사이드 프로젝트를 굴리기는 쉽지 않다는 것은 알고 있다. 두 사람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책임을 다하느라, 아무래도 팀 프로젝트에 쏟을 여력이 없다는 것이 느껴졌다. 남은 두 명도 본격적인 구직 시즌이 다가오다 보니 지금은 합의 하에 개발은 쉬고 있는 상태. 역시 현실의 벽은 높다. 대신 앞으로 어떤 것이 필요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항상 활발히 논의하고 있다. 일 주일에 한 번은 팀 디스코드에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사실 프로젝트도 프로젝트지만, 좋은 친구들을 얻었음에 감사하곤 한다. 그래도 역시 출시가 돼야 하나의 의미를 더할 수 있겠지. 새단장을 위한 (정신적) 리모델링 기간이라고 여기기로 한다.

우리 플젝 정상영업 합니다. 진짜라니까요? 저 모퉁이에서 오른쪽으로 돌아오시면…

스터디

지식욕이 있는 사람답게, 몇몇 스터디에 참여해서 활동하고 있다.

첫 번째는 참여해서 활동한다.. 고 하기 약간 민망한 게, 필자 이외 구직 중인 나머지 한 명의 팀원과 함께 CS 스터디를 진행하고 있다. 매주 목요일에 만나, 운영체제/네트워크/데이터베이스 지식에 대해 정리하고 자유롭게 이야기 나누는 식으로 진행한다. 필자의 역할은 당연하게 여겼던 것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보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스스로 생각해봐야 기억에 오래 남지 않겠는가? 논리적으로 납득될 만 한 흐름을 가정하고, 증명하고, 기록하곤 한다. https://github.com/VSFe/Tech-Interview 레포지토리에 나온 질문을 참조해 공부했다.

두 번째는 WWDC 스터디. 야곰아카데미 동기 세 사람과 필자 넷이서 진행하는 스터디다. 매주 흥미 있을 것 같은 WWDC 세션을 보고 공부해 와서 발표하는 식. 수요일마다 진행한다. 꼭 구직에 도움이 될 것을 겨냥하고 한다기보다는 다른 측면에서 길게 보고 참여하는 스터디이기도 하다. 앞으로 짧지 않은 시간 iOS 개발자로 살게 될 필자에게, WWDC를 꾸준히 보면서 인사이트를 교환할 수 있는 동료 iOS 개발자와의 만남을 주기적으로 갖는다는 것은 가치있는 일이다. 그래서 주제도 자유롭게, 분위기도 해피하게 가져가고 있다. 과장 좀 보태서 스터디 희망편이라고 해도 되지 않을까? 다들 성의있게 발표하고, 이번주는 쉬자고 하면 하하호호 웃기도 하고. 그리고 무엇보다 테크 라이팅을 위한 글감을 계속 보충할 수 있어서 좋다. 최근 필자는 PencilKit에 대해 주로 발표하고 있다. 다음 글로 기대해보셔도 좋다.

글또

1/4분기 필자의 삶의 굵은 줄기 중 글또 8기 활동을 빼놓을 수 없다. 이전부터 필자의 개발자로써의 강점은 무엇일지 생각해 보았다. 서글프게도 일정 부분에서는 (당장은) 전공자를 뛰어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채용 과정에서도 대부분 그런 편견을 가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얘는 비전공이니까 전공자보단 좀 딸리겠네~ 하는 것. 그렇다면 인문학도였던 필자가 개발과 관련된 부분 중에서 비교우위를 가질 수 있는 부분은 뭘까? 필자는 그것이 글쓰기라고 생각했다. 약간 생각을 전환한 것이다. 얘는 인문학도 출신이니 글은 잘 쓰겠네! 라고 또 자연스럽게 편견을 가질 수 있지 않겠는가?

한편, 글도 써야 는다는 것 또한 자명하다. 필자는 자신의 가이드 역할로 글또를 선택하고자 했던 것. 그리고 감사하게도 참여할 기회가 주어져 활동하고 있다. 벌써 8기 활동 기간의 절반이나 지났다니, 역시 시간은 참 빠르다.

그렇다고 필자의 글 쓰는 습관이 잡혔느냐? 필자는 이에 대해 아직은 물음표를 띄운다. 테크 라이팅은 꽤나 쉽지 않았다. 물론 예상했고, 공부하려고 글또에 참여한 거지만, 이전 글에서도 말했듯 어려운 걸 어렵다고 말하는 것 정도는 괜찮지 않은가? 모름지기 테크 라이팅이란 기술에 대해 공부하고 정리한 다음 적용해 보고 또 생각해 봐야 한다고 여긴다. 한편 이러한 과정 하나하나가 품이 많이 드는 과정이다 보니, 선뜻 하기가 꺼려지고 미루게 된다. 그래도 글을 보실 독자 여러분께 부끄럽지 않은 글을 쓰고자 노력하다 보니 어느 것 하나 빼먹을 수가 없다. 그리고 일단은 이게 옳은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미루는 것만 어떻게 좀 해 보면 좋을텐데.

닫는 말: 다시 여유가 필요할 때

오만한 말일수도 있지만, 1/4분기 필자는 시장한테 소위 말하는 ‘억까’를 당했다고 생각한다. 역량이 대단히 모자라서 일자리를 구하지 못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단지 운이 좀 심히 안 좋지 않았나 싶다. 뭐 누군들 요즘 같은 때 안 어렵겠냐만..

여담이지만, 생각해보면 필자의 인생에서 걸림돌이 되는 국가들은 항상 레드팀 국가들이었다. 중어중문 전공이 유망하다길래 선택하니 지도자가 바뀌면서 폐쇄적으로 바뀌질 않나, 개발자가 하고 싶어서 이쪽 진로를 선택하니 어디서는 코로나가 터져 나오고 저기서는 웬 빡빡이가 옆 나라에 전쟁을 걸어서 시장 상황이 박살나질 않나. 물론 이러한 사례들은 필자 개인의 정치적 성향과 관련이 없음을 밝혀두는 바이다.

한편 자기 자신에 대해서도, 부캠이 끝나고 줄곧 게으르게 보내 왔다고 생각했다. 근데 또 조금 생각을 바꿔 보면, 쉴새없이 뭔가 하려고 했다. 위에 나열하지는 않았지만 애플 디자인 챌린지를 신청해서 듣기도 하고. 코드를 부캠에 있을 때처럼 많이 짜지 않았을 뿐, 좋은 개발자가 되려는 노력은 끊임없이 수행했다고 느낀다. 매일 부캠때처럼 밀도있지는 않았더라도, 나름 열심히 살았다는 생각이 들어 자책하지 말자고 생각했다. 매일 그렇게 살면 죽을거다. 아마도.

나름 열심히 살았다곤 해도, 몇 가지 개선해볼 수 있는 점은 있다.

먼저 좀 더 일과 시간을 확립하는 것. 하루에 쓰는 시간이 다른 사람들과 다른 것은 아니지만, 시간축이 심하게 뒤틀려 있다. 특히 한동안 여러 회사의 채용 프로세스를 겪어 오다가, 한 숨 돌리는 지금 시점에 특히 그렇다. 다시 일과를 확립하여 좀 더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 보자. 몸은 밥 때와 잠 때만큼은 기억한다고 한다. 자신이 조정할 수 있는, 밥 때를 일정하게 고정하고 5일 정도 생활한 다음, 마지막 날 알람을 맞추지 않고 일어나면 그것이 내 몸에 필요한 적정 수면 시간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시도해보려고 한다. 이럴 때 맞춰보지, 언제 맞춰볼까?

다음으로 무조건 무 조 건 운동 시작하기. 유산소라도. 이건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요즘 살찐게 느껴진다.

개발에 좀 더 시간을 쏟고자 하는 것도 빼 놓을 수 없다. 개발자로서 나는 이것저것 관심이 많다. 주 무기를 갈고 닦되, 관심이 가고 흥미가 있는 것을 지속적으로 공부하는 것이 성장의 과정이라고 부쩍 느낀다. 다양한 분야에 흥미가 있는 것은 좋으나, 프로덕트 레벨의 숙련도를 확보하려면 그만큼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함을 항상 상기하고자 한다.

마지막으로 글 쓰는 습관 확립하기. 글또 활동을 통해 좋은 글을 쓰고자 시도할 수 있었고, 나쁘지 않은 결과를 내고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상술했듯 습관이 들었는지는 다소 의문이 존재한다. 2/4분기 회고를 할 때 쯤 글또 활동기간도 끝날텐데, 필자는 이 때 지속 가능한 기술 블로거로서의 첫 발을 뗄 수 있을 것인지. 글쓰기 파이프라인을 얼마나 확립할 수 있을 것인지. 체크해보기로 한다.

생활에 치이는 삶이었다면 이렇게 자신에 대해 깊이 생각해볼 수 없었을 것이다. 당장 생업에 뛰어들어야 하는 상황이 아닌, 내가 하고 싶은 것에 집중하고 투구할 시간이 있다는 사실에 감사한다. 당장 자리를 잡지 못한 자신을 자책하기보다, 지금의 처지에 감사하는 이런 마음을 가지고 2/4분기를 보내 볼까 한다. 조급하면 다 티 나니까, 조금은 여유를 가지고 플러스의 감정 위주로 가지고 가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