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와 포맷에 대한 옛날 대화

예전 싸이월드에 쓴 일기다. 동생이 제대하기 전이라면 아마도 2012년일거다. 저 때 나를 맹비난(?)하던 동생은 지금 스낵 컬쳐의 대표 주자라고 불리는 피어쩌구 회사에서 일하고 있다. 그 아이러니(?)가 새삼 웃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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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초여름 언젠가)

동생이랑 오늘 스파이더맨을 보고 오면서 컨텐츠의 포맷에 대해서 얘기하게 되었다

언젠가부터 모름지기 영화란 2시간에서 3시간 정도의 길이에, linear한 줄거리를 쭉 따라가며 확실한 기-승-전-결의 전개방식으로 관객에게 감동을 주는 컨텐츠를 일컫는 단어가 되었다

하지만 분명 옛날 영화들을 보면 지금의 포맷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영화 뿐이 아니다. 책도, 드라마도, 그리고 그림도 마찬가지 인 것 같다. 옛날의 그림은 기록의 수단이었다면, 요새의 그림은 기존 틀을 깰 수록, 사물과 이를 표현한 그림의 차이가 심하면 심할수록 주목을 받는다

사람이 오프라인 세상에서 언제/ 어디/ 무엇을 하며 그 컨텐츠를 보는지 context가 바뀜에 따라 컨텐츠의 포맷도 바뀔 수 밖에 없기 때문일거다

우리가 보통 주말에는 영화관에 가서 영화를 보기 때문에, 2–3시간 정도의 영화가 만들어지는 거고.. 우리가 퇴근 후 저녁 시간에 보통 TV에 앉아 드라마를 보기 때문에, 1시간 정도의 에피소드가 12개 정도 모여 시즌제로 만들어지는 드라마가 성행하는 거고, 등등등

그런 얘기를 하다가 내가 동생에게, ‘그러니까 너도 컨텐츠를 쓰고 싶으면, 지금 뜨는 포맷이 아니라 다음에 뜨는 포맷에 맞춰 쓰는거야.. 지금은 TV드라마, 영화가 컨텐츠의 대세지만 다음엔 분명 모바일이 됐건 tablet PC가 되었건, 거기에 맞는 포맷이 또 생겨날거고..” 라고 했더니 동생이 날 맹비난했다

‘거기서 누나와 나랑 차이가 있는거야. 난 내가 쓰고 싶은 포맷의 컨텐츠를 쓰고 싶지, 누나처럼 가장 뜨고 돈을 벌어다 줄 포맷을 찾아서 맞춰 쓰고 싶진 않아’라고

동생의 말을 듣고 생각했다. 나는 항상 컨텐츠보다는 미디어가 더 재밌었고, 어떤 포맷이/ 어떤 채널이 (결국 어떤 미디어가) 가장 뜨는지에 항상 더 관심이 갔다

컨텐츠를 직접 쓰고 만들고 제작하는 건 내가 동경하는 일이긴 하지만.. 할 엄두도 안나고, 내가 잘 해낼 수 있을 것 같지도 않고, 그리고 미디어보다는 관심이 덜 간다

그런데 그건 내가 가장 뜨는 미디어를 먼저 알고, 상업적으로 돈을 벌고 싶어서라기 보다.. 난 그냥 사람을 이해하는게 가장 재미있기 때문인 것 같다

요새 사람들은 이런 생각을 하면서, 이런 라이프 스타일로 행동하고, 이런 device로 컨텐츠를 보기 때문에, 이제 대세는 xx가 아니라 yy야! 라는 인사이트를 내는 게 재밌는 거라고 해야되나?

아주 짧은 대화였지만 내가 무엇을 왜 좋아하는지를 다시 생각하게 되서 좋았고.. 난 순간이라도 그런 생각을 하게 해주는 동생이 제대를 앞두고 있어서 너무 기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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