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에 대한 잡담 #1

Scott Im
Scott Im
Jul 30, 2017 · 6 min read

우리는 사용자들의 의사결정 방식과 행동 패턴을 관찰해야 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인간에 대해 얘기할 때는 뇌를 빼놓을 수가 없습니다. 우리의 모든 행동은 여기에서 시작되니까요. 이전 글에서 얘기했듯이 시각정보도 뇌에서 처리하기 때문에 더욱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뇌의 기본 구조나 성질을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인간 사고나 행동의 기본적인 메커니즘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뇌의 구조

먼저 인간의 뇌 구조를 파악해보면 대략 이렇게 세 영역으로 분류합니다. 인간의 뇌라고 부르는 영역이 우리의 의식에 해당하고 포유류와 파충류의 뇌라고 부르는 부분이 무의식에 해당하는 영역입니다. 인간의 뇌는 파충류의 뇌구조로부터 초기 포유류를 거쳐 겹겹이 쌓아가며 진화를 해왔기 때문에 이렇게 비슷한 영역을 가지고 있습니다.

파충류의 뇌 — 본능의 뇌

파충류의 뇌는 욕구 및 신체 활동을 담당하는데 고차원적인 사고보다는 생존과 생식에 많은 관심을 두고 있는 영역입니다. 이 뇌는 평상시엔 가만히 있는 듯하다가도 생존이나 생식에 관련된 신호가 온다면 반응을 합니다. 그 신호가 강하면 가끔씩 주도권을 가져가죠. 길을 걷다 갑자기 폭발음이 들렸을 때 의식적으로 그 방향을 바라보는 사람은 없습니다. 의식이 판단하기 전에 반응하게 되죠. 흔히 말하는 동물적인 감각입니다. 점심 메뉴를 생각하며 걷다가도 이런 위협적인 신호가 들어보면 파충류의 뇌는 모든 행동이나 생각을 차단시키고 통제권을 잡았다가 안전이 확인된 뒤에나 다시 통제권을 넘겨줍니다. 참고로 우사인 볼트가 출발 신호에 반응하는 속도는 0.165인데, 위협적인 상황에 반응하는 속도는 0.05초입니다. 이때 이성의 뇌에게는 이 신호가 전달되지 않습니다.

고칼로리 음식에도 파충류의 뇌는 반응합니다. 이성의 뇌가 여러 가지 이유로 안된다고 말해도 이 녀석은 계속 먹어야 한다는 신호를 보내죠. 이게 이 녀석의 역할입니다. 여러분의 다이어트가 힘든 원흉입니다.

원시 포유류의 뇌 — 감정의 뇌

파충류의 뇌는 원시 포유류의 뇌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칩니다. 생명의 위협을 느끼면 강도에 따라서 공포감이나 분노감을 느낍니다. 우리가 기쁨, 슬픔, 분노, 두려움을 느끼는 이유는 전부 이 영역이 상태에 따라서 감정의 뇌에 신호를 보내기 때문입니다. 생존과 생식에 멀어지면 부정적인 감정이 발생하고 반대로 가까워지면 긍정적인 감정이 발생합니다. 이런 감정들은 우리가 생존과 생식에 집중하도록 만드는 사이렌 같은 역할을 합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우리 감정의 주된 근원은 본능이라는 얘기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기제들의 중심축들은 본래의 목적을 잊고 해법이라고 생각되는 행동으로 옮겨진 부분들이 많습니다. 사냥을 잘한다는 것은 당연히 식량을 획득할 기회가 늘어나고 무리 안에서 높은 위치에 오를 수 있는 기회가 되며 그만큼 무리에서 버려지지 않을 수 있어서 생존에 유리한 조건입니다. 그리고 그 결과에는 만족감이라는 보상이 주어지죠. 그 만족감은 점차 생존보다는 도구 자체에 집착하는 행동으로 옮겨가게 됩니다. 사냥을 잘하기 위해 사냥 도구 제작에 온 신경을 쓰게 되지만 나중엔 도구 자체에 집중을 하게 되는 것이죠. 장비병이라 불리는 도구에 집착하는 심리들은 이를 반영하는 감정입니다. 지금은 생존을 위해 좋은 장비를 추구할 필요는 없지만 좋은 장비는 만족감을 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기제들은 현재 인류의 행동 패턴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우리가 지식에 대한 호기심을 갖는 이유, 예쁜 옷을 입는 이유, 좋은 차를 사고 만족감을 얻는 이유, 그 밖에 주변 사람들에게 이타적인 행동을 보이는 이유들이 전부 생존이나 생식을 위해 진화해온 심리기제들입니다. 인간 행동의 대부분을 카테고리로 묶다보면 최상위에서 이 둘을 만나게 될 테니까요. 역설적이게도 자살 또한 생존을 위해 발생한 심리기제의 부작용이라고 생각합니다. 진화 심리학에서 성선설, 성악설의 논쟁은 무의미합니다. 둘 다 인간의 본능이기 때문이고 선하다 악하다로 분류할 수 없다고 느껴집니다. 그저 본능에 의해 기제들이 만들어졌을 뿐입니다.

인간의 뇌 — 이성의 뇌

이성의 뇌는 사고판단 또는 수학 문제를 풀거나 언어를 사용하는데 활용되며 CEO 역할을 합니다. 특히 이 녀석은 에너지 소비를 많이 하는데 그 양이 커지면 파충류의 뇌가 제동을 걸리 시작합니다. ‘너 지금 에너지 소비가 너무 심해. 그만 좀 하지?’ 파충류의 뇌는 이러한 경고를 보내고 주도권을 가져가려고 합니다. 이런 이유는 수렵 채집 시대에는 식량을 구하기 매우 어려웠고 과도한 에너지 소비는 죽음에 이르게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관련된 현상으로 재난이나 사고로 고립된 공간에 갇혔을 때 파충류의 뇌는 쓸데없는 에너지 낭비를 막기 위해 모든 신진대사 기능과 행동을 컨트롤하는 생존 모드로 돌입하게 됩니다. [1]

아마 문명시대를 살고 있고 음식도 충분히 구할 수 있는 환경인데 수렵 채집 시대를 기준으로 생각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을 거라 생각됩니다. 하지만 인류가 탄생한지는 200만 년인데 문명이 시작된 건 2만 년도 안됐습니다. 인류 역사의 99%가 수렵 채집 생활이었고 거기에 맞춰 진화를 해왔는데 문명시대에 맞게 진화되기엔 너무 짧은 시간입니다. 그래서 우리의 뇌는 아직도 수렵 채집 시대를 살고 있는 겁니다.


정리하다 보니 본능의 뇌가 주인공처럼 보이네요. 언젠가 인간이 이성적인 동물인지 본능적인 동물인지 가벼운 설문을 한 적이 있는데, 70% 정도가 본능, 30% 정도가 이성이라고 응답했습니다. 그리고 이성이라고 응답한 분들 중 다수는 불쾌함을 표출하기도 했습니다. 이 사람들은 왜 저렇게 불쾌해하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흥미롭기도 했습니다.

놀라운 건 우리의 뇌는 우리가 움직이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 전에 움직일 준비를 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물론 움직일지 말지는 이성의 뇌가 결정하지만, 우리 생각과 행동의 주체는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에 잠기게 하는 실험이었습니다. 아마도 우리는 인간을 분석할 때 이성의 관점으로는 얻을 수 있는 것이 거의 없을 수도 있습니다.

여러분도 한 번 이런 뇌구조 메커니즘 관점으로 인간의 행동 패턴을 생각을 해보세요. 옆 팀 진상 직원을 이해할 수 있을지도 모르잖아요.

이상으로 알아두면 쓸데있을지도 모르는 뇌에 대한 잡담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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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생존 모드와 두뇌의 힘. Youtu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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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er @ coupang

Personal Site : http://www.frozensound.com


Originally published at brunch.co.kr on July 30,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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