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맘에 대한 일본의 시각

Discussion of ‘Working mother problem’ in Japan companies

Alex Lim
6 min readAug 26, 2013

지난 주 닛케이 비즈니스에는 Mobage로 유명한 DeNA의 설립자이자 대표이사인 난바 토모코 사장의 인터뷰가 실렸다. “여성 임원 할당제와 같은 인사는 여성에 대한 실례”라는 공격적인 제목의 인터뷰에서 난바 사장은

“사회생활 시작하면서 육아나 결혼 문제로 고민한 적도 없고, 내가 여성이라서 손해를 본 적도 없다. 여성 관리직 쿼터제 등은 열심히 일하고 있는 여성에게 실례다. 그런 제도를 지지하지 않을뿐 아니라 여성에게는 슬픈 일이다”

라고 말한다. ( “底上げ”人事は女性に失禮, Nikkei Business)

이렇게 말하는 일본은 여성 임원 비율 1.1%로 산업화된 국가 중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한다.

GMI Ratings’ 2013 Women on Boards Survey

참고로 한국은 꼴찌에서 두 번째인 1.7%다. 일본은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447개의 기업을 조사했고 한국은 106개의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하였다.

(자세한 표는 여기서 보실 수 있습니다.)

무척 훌륭한 난바 사장이 “나는 여성 임원 쿼터제 없이도 글로벌 기업의 사장이 되었다”라며 “내가 해봐서 아는데…”의 변주를 울리고 계시는 동안, 닛케이 비즈니스의 라이벌 경제 주간지인 “ 동양경제”는 “직장의 짐짝인가? 전력인가? 워킹 마더(職場のお荷物か?戰力か?ワーキングマサー)”라는 커버 스토리를 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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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피도 도발적이다.

「일본의 모든 과장들에게 묻는다 “워킹맘을 사용할 수 있습니까?”」

일본 총무성의 조사에 의하면 첫 아이를 낳은 후 직장에 다시 복귀하는 여성은 38%에 불과하다. 전체 인구가 줄어들고 있어 일할 수 있는 1년 짜리 출산휴가, 3년 짜리 육아 휴직, 4-6시간만 일하는 정사원 제도, 여성 임원 쿼터 제도 등 일본내 여러 기업들이 워킹맘을 위하여 실시하고 있는 다양한 제도의 현황을 알아보고, 이런 것들이 실제로 기업에 도움이 되는 제도인지, 아니면 울며 겨자먹기로 마지못해 하고 있는지 등에 대해 진지하게 질문한다.

이런 다양한 조사들을 보다보면, 난바 토모코 사장의 인터뷰는 안타깝게도, 일하는 여성을 둘러싼 사회적 구조 — 공정한 기회를 보장받을 수 없는 현 사회 구조의 부조리 — 에 대한 빈약한 인식을 드러냈을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경영자로서 지속적으로 훌륭한 성과를 거두고 있는 난바 사장 본인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공했으니까, 본인의 성공이 ‘여자라 대접받아서’ 얻은 게 아니라 순수하게 혼자 노력하여 얻은 것이라 말하고 싶으니까, 라고 난바 사장의 발언을 이해하고 지나치기에는 일하는 여성에 대한 일본 사회적 대우는 처참하다. 임원 비율 1.1%라는 숫자가 말하고 있듯.

임원 중에 여성이 많은 것의 장점은 다양하게 증명되고 있다. 그중에서도 위의 GMI Ratings의 발표를 소개한 가디언의 기사가 눈에 띈다.

Board diversity: can voluntary change succeed?

“혼성 그룹과 같이 다양한 구성원으로 구성된 그룹은 문제 해결에 더 우수한 능력을 보입니다. 다양성이 있는 팀은 집단적 사고를 방지하고 문제의 더 많은 부분을 꼼꼼하게 검토할 수 있습니다. 예를들면, 남성과 여성으로 구성된 이사회는 감사에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고, 남성 이사들은 여성이 포함된 이사회에 더 잘 출석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또한 Credit Suisse 의 MSCI All Country World Index (Morgan Stanley Capital International가 전세계 주식시장을 대상으로 조사한 국가별 주식 인덱스 데이터로 세계 주식 시장의 기준점 역할로 활용되기도 함)에 등재된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혼성 그룹 이사회’가 ‘남성만으로 구성된 이사회’ 보다 매우 높은 성과를 냈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이런 근거들로 인하여 많은 투자자들은 기업들이 이사회를 좀 더 다양화하도록 촉구하고 있습니다. 이사회에 여성의 참여는 서서히 확대되고 있지만, GMI Ratings의 리포트는 이런 변화를 더욱 빠르게 할 것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심한 의역+발번역)

전직장에서 무척 훌륭한 여성 기획자가 있었다. 하지만 그 양반의 딸이 초등학교에 들어가자 10여년만에 처음으로 일을 쉬고 육아와 가사에 전념하기 시작했다. 회사는 PC 통신 시절부터 인터넷까지 꿰뚫고 있는 훌륭한 인재를, 육아에 빼앗겼다. 그 사건을 계기로 언젠가 내가 사장이 된다면, 4시간 혹은 6시간만 일하는 정직원 제도를 만들거라 생각했다.

당연히 나만 그런 생각을 한 것이 아닌지라, 육아 중인 여성이 아침부터 점심무렵까지만 근무하는 형태는 이미 있고, 일부 기업들에서 활용되며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기도 하다. 이외에도 육아 중인 여성을 잘 활용하여 더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는 기업의 사례와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육아 중인 여성의 발목을 붙잡고 있는 것은 그들을 활용하는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거나, 그들이 성과를 내지 못하기 때문이 아니라 우리의 인식이 거기까지 미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인식이 바뀐다면 더 많은 기업들이 여성이 아이를 키우면서도 더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다양한 방법을 도입할 것이고, 더 많은 여성이 능력을 발휘할 수 있을 때 기업의 수익도, 국가의 GDP도 더 올라가게 될 것이다.

동양경제가 표지부터 던진 도발적인 질문을 되새겨본다.

우리는 우리의 회사에, 우리의 팀에, 하루에 5시간만 일하는 아이 어머니를 채용할 수 있습니까?

추가1: 난바 토모코 사장은 무척 훌륭한 경영자라 생각한다. 그의 비전과 시장을 읽는 눈은 무척 탁월하고 그런 것들이 지금의 DeNA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이 글은 난바 사장을 비판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여성이 성공하기 어려운 일본 사회에서도 커다란 IT기업을 창업할 수 있었다는 것이 난바 사장이 얼마나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고 있는지를 말해준다고 생각한다. 또한 통계적으로 본다면, 그가 남자로 태어났다면 더 큰 성공을 거뒀을 가능성이 높다.

추가2: 여성의 사회 생활은 선진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다보스 포럼으로 알려져있는 세계경제포럼의 조사에 의하면, 전세계에는 1억 3천만 명의 미취학 청소년들이 있고, 그 중 70%가 여자아이다. 또한 여자 아이들은 자기가 버는 돈의 90%를 가족을 위해 쓰는 반면, 남자 청소년들은 자기가 버는 돈의 30–40%만 가족을 위해 쓰고 있다. 이 여자애들의 10%를 학교에 보낼 때 국가 GDP가 평균 3% 성장한다고 한다. (출처: 세계경제포럼 인포그래픽 https://agenda.weforum.org/2014/10/close-gender-gap-use-technolog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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