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브랜딩.

고등학생 때 한 번은 인체 조소 작업을 해본 적이 있다. 매번 종이에 그림만 그리다가 직접 형상을 빚어보는 일이 처음이어서, 시간이 지난 후에도 기억 속에 남아있는 것 같다. 처음엔 반듯하기만 했던 찰흙 덩어리를 열심히 만져서 크게 형태를 잡아놓고, 조금씩 가다듬어 가면서 흙을 붙였다 떼었다 하는 과정을 반복하며 완성이라고 느껴질 때까지 집중해서 형태를 빚어나간다. 오랜 작업뒤에 이젠 완성이다하고, 잠시 눈을 돌렸다 다시 보면 계속 모자란 부분이 보이기 때문에, 꼭 완성해야 하는 때가 정해져 있지 않다면 정말이지 끝도 없이 가다듬어 나갈 것만 같은 작업이었다. 특히 모두에게 너무나도 익숙한 ‘인간’의 형체를 만든다는 게 그 일을 더욱 그렇게 만들었던 것 같은데, 문득 떠오른 그 과정이 브랜딩과 꽤 비슷하단 느낌이 든다.

사실, 아무리 유능한 전문가라고 해도 각 브랜드가 풀어야 할 숙제가 제각기 다르기 때문에, 처음엔 어떤 상품에 꼭 들어맞는 브랜드를 구체화하기까지 꽤 고된 사고과정을 거친다. 그리고 그 엄청난 양의 빚음 끝에 브랜드를 처음으로 세상 밖에 내보내는 순간, 당시에는 완성이다 싶은 마음에 안도하지만, 앞서 말한 조소 작업처럼 어느 정도 형상을 갖춘 후엔 나와 세상의 생각 움직임에 의해 완성은 계속해서 재정립되고 만다. 그래서 완성에 가까워지기 위해, 멈추지 않고 앞서 발견하지 못했던 빈틈을 계속해서 다시 다듬어 나가야 한다.

그러고 보면 어느 순간 디자인이란 개념이 지고 브랜딩이 한창 정점에 올랐다. 그런데 대세인 것에 비해 이해가 좀 부족한 면도 있어 보인다. 포트폴리오 사이트나 디자인 스튜디오의 몇몇 작업을 보면, ‘첫 번째 완성’만 전부인 것처럼 화려하게 포장된 경우가 많으니까. 브랜드의 내부에서 한 브랜드를 시작부터 긴 호흡으로 이끌어가다 보면, 이 일은 결코 이목을 끄는 새로운 것을 생산하기만 해서는 완결될 수 없는 일인데 말이다. 물론 탄생의 고민과 결과물이 과소평가 되어야 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늘 새로운 걸 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며, 우리가 열광하는 브랜드들의 스토리도 시간의 페이스트리지 하루아침에 생긴 건 아니다. 그 브랜드를 그것답게 유지하면서 결점을 보완하고, 시대에 뒤처지지 않도록 쉼 없이 관리하는 것도 브랜딩에 있어서 정말 중요한 부분이다. 그리고 정작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의 호감의 구슬을 꿰는 인사이트는 이 부분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크기도 하다. 아마 한국에서도 우리가 사랑하는 좋은 브랜드가 나오려면 완성의 완성을 거듭할 수 있도록 좀 더 긴 호흡을 위한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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