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미래창조과학부 산하의 IT 인재 육성 프로그램 소프트웨어 마에스트로의 멘토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많은 시행착오를 겪고 있지만, 저는 프로그램에 매우 만족하고 있습니다. 좋은 개발자를 100명이나 육성하는 프로그램은 흔치 않고, 기간과 비용, 멘토진을 고려했을 때, 현재 대한민국에서 운영하는 IT 지원 프로그램 중 가장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아직 발전의 여지는 있겠죠. 저 역시 한 명의 멘토로서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멘토로 활동하면서 많은 경험을 얻고 있습니다. 회사에서는 “왜 코드를 복사해서 붙여넣으면 안 되나요?”라고 물어보면 대답하기 막막하지만, 이제 막 프로그래밍을 시작한 고등학생이 이런 질문을 하면 성실하게 알려줘야겠죠. 이 과정에서 소프트웨어 공학의 필요성에 대해 다시 한 번 곱씹어보게 됩니다. 누군가에게 소프트웨어 공학을 가르치기 위해서는, 저 자신이 소프트웨어 공학의 모든 걸 깨우쳐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프로그래밍 외적으로는 스타트업에 관한 질문을 가장 많이 받습니다. 군 문제를 해결하고, 학교를 졸업해야 하지만, 언젠가는 회사에 들어갑니다. 부모님은 안정적인 대기업에 취업하길 바라지만, 누구나 더 늦기 전에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국에 부는 스타트업 열풍과는 반대로 스타트업에 대한 정보는 매우 부족합니다. 마치 신기루를 바라보며 모래사막에 들어가는 심정입니다.

“어느 스타트업에 들어가야 할까요?” 이 질문에는 많은 의미 — 미션, 성공, 보상 등 — 가 담겨있으며, 솔직히 정답은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피터 티엘(Peter Thiel)이나 마크 안데르센(Marc Andreessen)조차 스타트업의 성공을 100% 장담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스타트업에 발을 들인 개발자라면 한 번쯤 고민해야 하는 질문입니다.

오늘은 시간을 내서 이 질문에 답변해보고자 합니다.

저는 폴 그레이엄(Paul Graham)프레드 윌슨(Fred Wilson)이 운영하는 블로그의 열렬한 애독자이지만, 이들만큼 강렬한 영감을 줄 수는 없을 겁니다. 어디까지나 참고자료로 읽어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또한, 이 글은 초기 스테이지(엔젤 ~ 시리즈 A, 직원 10명 이하) 스타트업에 들어가는 소프트웨어 개발자를 대상으로 작성하였으며, 외주를 하지 않는 — 내지는 최대한 적게 하는 — 스타트업이라는 가정하에 작성하였습니다.

1. 돈에 연연하지 마라. 하지만 조금이라도 돈을 벌고 싶다면 반드시 성공하는 회사에 들어가라.

제가 스타트업으로 이직하길 원하는 분들에게 가장 먼저 하는 질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돈을 얼마나 포기할 수 있으세요?”

예를 들어보죠. 삼성전자에서 연봉과 기타 수당을 합치면 1년에 7,500만 원을 받는 개발자가 있습니다. 스타트업으로 이직한다면 얼마나 받을 수 있을까요? 아마도 전액을 보장받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개발자 한 명에게 7,500만 원을 흔쾌히 지급할 수 있는 스타트업은 거의 없습니다. 이미 성장을 마친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갖춘 스타트업만이 가능할 것입니다.

신입 개발자도 다르지 않습니다. 네이버에서 연봉 3,500만 원을 받을 수 있는 신입 개발자가 있습니다. 스타트업으로 이직한다면 얼마나 받을 수 있을까요? 마찬가지로 연봉 3,500만 원을 보장받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정말로 뛰어난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 이상, 신입 개발자에게 연봉 3,500만 원을 쾌척하는 스타트업은 거의 없습니다.

스타트업으로 이직하길 원하는 개발자에게 이야기하는 첫 번째 사실은, 돈을 보고서는 스타트업에 들어올 수 없다는 것입니다.

스타트업은 여러분이 생각하는 것보다 가난합니다. 언론에서는 매번 신규 스타트업이 억대의 투자를 유치했다고 하지만, 3억을 투자받아도 초기 구성원 10명에게 연봉 3,500만 원을 쓰면 10개월도 버티지 못합니다. 만일 3억으로 1년 6개월을 버티고 싶다면? 연봉 3,500만 원을 받는 5명의 구성원이 밤낮으로 일하거나, 연봉 1,800만 원을 받는 10명의 구성원이 끈질기게 버티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죠. 스타트업의 급여 조건은 개발자들이 생각하는 기대치 이하라고 보시면 됩니다.

그러므로 돈은 깔끔하게 포기하는 걸 추천합니다. 자신의 마음속에 돈보다 더 소중한 무언가가 있다면 그때 스타트업의 문을 두들기세요.

많은 개발자가 부족한 연봉을 스톡옵션으로 메꿀 수 있다는 희망을 품습니다. 아쉽지만 이는 실현 불가능에 가까운데, 매우 소수의 스타트업만이 스톡옵션을 돈으로 환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스톡옵션을 연봉과 똑같이 계산하는 건 추천하지 않습니다. 마치 우리가 직장에서 월급과 주식 투자를 다르게 생각하는 것처럼 말이죠.

스톡옵션으로 얼마나 벌면 좋을까요? 주변 개발자들의 공통적인 답변은 “회사가 성공했을 때 수도권에 집 한 채 정도 살 수 있으면 좋겠다.”였습니다. 그럼 내가 가진 스톡옵션으로 수도권에 집을 살려면 회사는 얼마나 성공해야 할까요? 대부분은 여기에서 계산을 못 합니다.

샘 알트만(Sam Altman, Y-Combinator 대표)이 작성한 Employee Equity에 따르면 스타트업은 초기 10명의 직원에게 총 10%의 스톡옵션을, 다음 20명에게 5%, 다음 50명에게 5%의 스톡옵션을 할당할 것을 권장합니다. — I think a company ought to be giving at least 10% in total to the first 10 employees, 5% to the next 20, and 5% to the next 50. — 여기에 지분 희석과 세금 납부 등을 추가로 고려해야 합니다.

위의 내용을 종합해 보았을 때 — 물론 스톡옵션은 위의 내용 외에도 다양한 경우의 수를 고려해야 합니다. — 스타트업의 초기 10명의 직원이 수도권에 집을 사기 위해서는 회사가 적어도 1,000억까지는 성장해야 하는 것 같습니다. 아니면 1조가 넘어가는 유니콘 클럽(국내에서는 쿠팡, 카카오 등)에 회사를 매각하는 방법이 있는데 이 역시 초기 구성원이 큰돈을 만지는 건 어렵습니다.

많은 경우의 수를 고려해야 하지만, 한 문장으로 요약해야 한다면 이렇게 대답할 겁니다. “무조건 대마(大馬)에 들어가라. 상장(IPO)을 목표로 하는 매우 크게 성공할 스타트업에 합류해라.” 100억 ~ 300억에 회사를 매각하는 게 목표인 회사에서 초기 구성원은 큰돈을 만지지 못합니다. 이를 염두에 둬야 합니다.

2. 개발자를 대우해 주는 곳으로 가라

로켓에 자리가 나면 일단 올라타라는 말이 있습니다. 에릭 슈미트가 셰릴 샌드버그에게 조언했었고, 셰릴 샌드버그는 이 조언을 떠올리며 페이스북의 COO로 합류했다고 하죠.

제 주변에도 로켓에 올라타려는 수많은 개발자가 있었습니다. 이 중 몇몇은 로켓에 올라타는 데 성공했죠. 그들은 결국 성공했을까요? 글쎄요. 아직은 모르겠습니다. 몇몇은 그러했고, 몇몇은 그렇지 못했습니다. 간혹 로켓에 올라탔지만 돈도 명예도 갖지 못한 개발자들이 있었습니다.

솔직하게 이야기하자면, 사람이 성공하는 것과 그 성공한 사람이 나를 대우해 주는 것은 전혀 다릅니다. 마찬가지로 회사가 성공하는 것과 성공한 회사가 나를 대우해 주는 것은 다릅니다. 회사가 성공했음에도 개발자들에게 좋은 대우를 해주지 않는 회사들이 분명 존재하며, 스타트업에 들어가기 전에 이를 염두에 둬야 합니다.

그럼 어떤 회사가 개발자를 대우해주지 않을까요? 회사의 재무상태, 창업가의 개인 성향, 개발문화에 대한 임원들의 이해도 등 여러 가지 요소가 있습니다만, 많은 개발자가 간과하는 것 중 하나는 회사의 비즈니스 모델입니다. 쉽게 말해 회사의 핵심 역량에 개발이 필요하지 않은 경우를 고려해야 합니다.

가령 전자상거래 모델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좋은 전자상거래 회사가 되는 데 필요한 요소들은 매우 많습니다만(상품기획, 홍보, 영업, 운영 등등), 이 중 IT 개발의 우선순위는 낮습니다. 대부분의 전자상거래 회사에서 개발은 보통 운영(Operation)의 하나로 분류하며, 회사가 개발자한테 요구하는 사항은 1. 서버가 뻗지 않을 것, 2. 결제 프로세스에 이상이 없을 것. 정도입니다.

전자상거래 회사에서 이 이상으로 개발이 필요한 경우는 운영 최적화에서 IT 기술력이 필요할 때입니다. 아마존의 예를 들자면, 아마존의 장점은 높은 고객 충성도에서 나오는 브랜딩, 그리고 넓은 미국에서도 빠르고 정확한 배송을 보장하는 물류 시스템입니다. 후자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높은 IT 기술력이 필요하며, 이는 아마존의 핵심 비즈니스와 연관이 있습니다. 아마존이 집중하는 IT 기술이 드론이나 예측 배송과 같은 물류 시스템 최적화라는 것이 이를 증명합니다.

반면 대한민국은 상황이 다릅니다. 좁고 비효율적인 토지구조와 이에 따른 대도시로의 인구밀집 현상, 일명 택배 상하차로 불리는 저임금 노동력을 활용한 물류 환경으로, 보세 의류 쇼핑몰조차 1,500원 ~ 2,000원이면 국내 어디든지 물품을 빠르게 배송할 수 있습니다. 한국의 전자상거래 시장은 미국과는 전혀 환경이 다른 셈이죠.

물론 모든 전자상거래 업체가 개발을 소홀히 하는 것은 아닙니다. 물품 대부분을 해외에서 수입하는 명품 비즈니스, 반대로 국내의 물품을 해외로 수출하는 스타트업, 또는 내년 전자상거래 트렌드인 당일 배송을 준비하는 몇몇 업체는 IT 기술력 확보를 위해 개발자에게 충분한 대우를 할 용의가 있을 겁니다. 빅데이터의 대표주자인 상품 추천 엔진도 후보 중 하나입니다. 그러나 비즈니스적으로 개발이 중요하지 않은 평범한 전자상거래 업체라면, 개발자에게 좋은 대우를 해줄 이유가 전혀 없습니다.

로켓에 자리가 나면 일단 올라타는 것도 좋은 전략입니다. 하지만 로켓에 올라타기 전, 본인이 로켓 안에서 최선을 다한다는 가정하에, 어느 좌석까지 올라갈 수 있는지 고려해야 합니다. 회사에서 여러분의 개발 실력에 대해 카페24 쇼핑몰 빌더 이상의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면, 여러분은 절대로 이코노미석을 벗어날 수 없습니다.

3. 합당한 대우를 받고 싶다면 스스로 움직여라.

많은 개발자가 스타트업의 협상 테이블에서 큰 어려움을 겪습니다. 스타트업의 협상 테이블은 대기업의 형식적인 분위기와는 다릅니다.

협상 테이블에 들어가기 전 반드시 사전 지식을 공부하세요. 스톡옵션 x%를 제안받았을 때 이 옵션의 가치를 빠르게 계산하지 못하면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 수 없습니다. 또한, 스톡옵션에는 퍼센티지나 주당 가격 외에도 많은 조건이 있습니다. 적어도 베스팅(Vesting)과 클리프(Cliff), 그리고 태그 얼롱(Tag-Along)은 반드시 숙지하고 들어가세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변호사에게 자문하는 겁니다. 계약서 검토는 중견 로펌(Law Firm)에서도 큰돈을 요구하지 않습니다. (10만 원 ~ 40만 원?) 본인의 인생이 걸린 일에 40만 원을 아낄 필요는 없습니다. 무턱대고 도장을 찍지 말고 반드시 변호사의 조언을 받으세요.

협상 테이블이 어려운 점은 더 좋은/나쁜 조건을 요구할 때 그에 합당한 이유를 대야 한다는 점입니다. 스타트업의 대표는 이 부분에서 여러분보다 더 뛰어납니다. 여러분에게 제시한 스톡옵션이 업계 표준이라는 점을 강조할 수 있고 — 하지만 여러분은 업계 표준을 모릅니다. — 이사회의 방침이므로 대표인 자신도 힘이 없다고 호소할 수 있습니다. — 하지만 여러분은 이사회를 만날 권한이 없죠. -

저는 협상 테이블이라는 개념부터가 개발자에게 너무 불리한 자리라고 생각합니다. 만일 협상 테이블에서 만족스러운 대우를 받지 못했다면 대기업으로 돌아가세요. 꿈을 찾아 스타트업에 왔는데 안 좋은 조건에 매달릴 이유가 있을까요? 협상 테이블에서 조금이라도 본인이 열정이 식어간다는 생각이 들면 미련을 버리세요.

무슨 일이 있어도 스타트업에 합류하고 싶다면 최선을 다해 협상에 임하세요. 업계 표준에 얽매이지 마세요. 업계 표준은 존재합니다. 그러나 여러분이 업계 표준에 맞춰야 하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나는 업계 표준보다 더 뛰어난 개발자이므로 특별한 대우를 받고 싶다고 강조하세요. 여러분이 이사회에 합류할 생각이 아니면 이사회 이야기는 무시하셔도 됩니다.

가장 중요한 건 가능한 많은 스타트업과 만나는 겁니다. 가능한 많은 협상 테이블을 열고 탐욕스럽게(greedily) 협상하세요. 마치 스타트업이 자금 조달(fundraising)을 하는 것처럼 최대한 많은 계약서를 받으세요.

물론 이 중 성공하는 스타트업은 극소수이며, 여러분은 협상 결과와 관계없이 무조건 성공하는 스타트업에 합류해야 합니다. —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오직 성공하는 스타트업만이 스톡옵션을 돈으로 환전할 수 있습니다. — 하지만 성공 가능성이 없는 스타트업과의 계약 조건은 성공 가능성이 있는 스타트업과의 협상 테이블에서 요긴하게 활용할 수 있습니다.

4. 일을 즐길 수 있고 사명(mission)을 이룰 수 있는 곳을 선택해라.

어느 스타트업에 들어가야 할까요?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일단 성공하는 스타트업에 들어가야 한다는 건 확실합니다. 그럼 어느 스타트업이 성공할까요? 그건 저도 모르겠습니다. 특히나 지표(metric)가 없는 초기 스타트업은 정말 알 길이 없습니다. 이건 명망 있는 벤처 투자자도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그러므로 초기 스타트업에 합류하는 건 추천하지 않습니다. 저는 농담 삼아 “초기 스타트업은 머리가 아니라 가슴으로 들어간다.”라고 조언합니다. 회사가 쫄딱 망하고 인생을 낭비하더라도 후회하지 않겠다는 각오가 생기면 합류하세요. 초기 스타트업은 제품이 아니라 사람을 보는 걸 추천합니다. 사람이 정말 마음에 들고 배우자로 삼고 싶을 만큼 신뢰한다면 함께 하세요.

지표가 나오는 스타트업은 어떨까요? 다소 구분할 수 있지만, 개발자의 얕은 지식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가장 확실한 방법은 전문가에게 물어보는 겁니다. 이 분야의 전문가는 단연 벤처 투자자입니다. 주변에 아는 벤처 투자자에게 자문하세요. 지표의 업계 기준치, 시장의 크기와 변화, 경쟁자를 상대로 승리할 가능성, 회사가 잘 안 되었을 경우 매각 전략 등, 이 모든 것을 직업적으로 분석하는 것이 벤처 투자자입니다. 단연 여러분보다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염두에 둬야 하는 것은, 여러분이 아무리 노력한들 높은 확률로 스타트업은 실패할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스타트업은 대기업보다 성장 굴곡이 가파르며, 성공하는 스타트업조차 성장 과정에서 여러 번의 위기를 겪습니다. 오직 성공만을 바라보고 스타트업에 합류한 사람은 회사가 가라앉기 시작했을 때 다가오는 스트레스를 견뎌내지 못합니다. 가라앉는 회사를 살려내기 위해 노력해야 함에도, 회사가 성공할 수 없다는 사실을 직감한 순간 모멘텀을 잃어버리고 방황합니다.

그러므로 스타트업에 합류하고 싶다면 돈과 성공에 너무 집착하지 마세요. 개발자가 돈을 버는 정도(正道)는 높은 연봉과 정년, 9 to 6가 보장되는 기업에 들어가서 퇴근 후의 저녁을 유용하게 활용하는 것입니다. 저녁에 개발 스킬을 키우거나, 주식과 부동산을 공부하거나, 아니면 고수익의 개발 아르바이트를 한다면 스타트업으로 이직하는 것보다 더 쉽고 안전하게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습니다.

저녁이 있는 삶을 위해 스타트업의 문을 두드리는 것도 큰 오해입니다. 고객의 요구사항은 하루 8시간 주 5일제로 정확하게 끊어서 들어오지 않습니다. 시스템이 갖춰진 대기업은 안정적으로 대응할 수 있지만, 인원도 예산도 부족한 스타트업은 그럴 수 없습니다. 토요일 밤에 생긴 장애는 토요일 밤에 해결해야 하며, 대부분의 경우 해결할 수 있는 개발자는 나밖에 없습니다. 악덕 사장이 개발자를 학대하는 것과는 별개로, 스타트업은 필연적으로 일과 삶이 나뉠 수 없는 환경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선데이토즈와 카카오톡의 연이은 성공, 그리고 실업난 극복을 위한 창조경제 정책에 힘입어 스타트업 열풍이 거세게 불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와는 별개로 개발자가 찾을 수 있는 스타트업 정보는 매우 부족합니다. 많은 개발자가 높은 연봉과 스톡옵션 대박의 꿈을 안고 스타트업의 문을 두드리며, 야근에 지친 몇몇 개발자는 스타트업에서 일과 삶의 균형을 찾으려 노력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대부분 이루어질 수 없는 꿈입니다.

한 가지 확실한 건, 스타트업은 대기업과 비교하면 월등히 좋지 않은 근무 환경을 갖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개발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적어도 한 번은 스타트업에서 일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스타트업은 레거시 코드에 대한 부담이 덜하므로 새로운 기술들을 마음껏 체험해 볼 수 있고, 복잡한 과정(결재 상신 등)을 거칠 필요 없이 IRC나 Slack으로 빠르게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습니다. 스타트업에서는 좋은 개발자 문화를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뛰어난 케미컬을 갖춘 A급 엔지니어들은 검수 과정을 생략하고 실시간으로 기능을 배포해도 제품의 퀄리티를 떨어뜨리지 않기 때문이죠. 이러한 개발자들이 만들어가는 문화는 시스템과 관리를 중시하는 대기업에서는 불안요소이지만, 시스템을 무너뜨리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게 목표인 스타트업에서는 훌륭한 무기가 됩니다.

“어느 스타트업에 들어가야 할까요?” 글쎄요. 좋은 스타트업을 구분하는 기준은 있지만, 그것이 삶의 행복을 보장하지는 않습니다. 스타트업의 조건보다 중요한 건 스타트업에 들어가고자 하는 개발자 자신의 마음가짐입니다. 일단 저는 스타트업을 이해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하는 걸 권장합니다. 무턱대고 스타트업에 합류하기보다,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개발자에게 조언을 구하면서 천천히 고민해도 나쁘지 않습니다. 내가 합류한 스타트업이 좋은 결과를 내지 못하더라도 후회하지 않겠다는 확신이 서면 그때 문을 두드리세요.

성공해야 얻을 수 있는 것보다 실패해도 얻을 수 있는 것에 가치를 느낀다면 그때가 스타트업에 합류할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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