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적인 삶을 위해 Part 1. 무계획에서 할 일 앱까지

이문기
8 min readFeb 24,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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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우리의 모든 할 일 또는 작업이라고 부르는 무엇을 어떻게 관리하는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그러니까 계획에 관한 이야기 입니다. 어떻게 30년 넘는 세월 동안 계획하나 없이 살았던 사람이 계획을 세우면서 살게 됐는지, 그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우리 계획을 세워봅시다

사실 우린 모두 계획적인 사람

사실 우린 계획적인 사람인지도 모릅니다. 전 이 사실을 얼마전에 알게 됐습니다.

사람은 기본적으로 예측 가능한 미래를 선호합니다. 그럼 어떤 사람은 “아닌데? 난 아무 계획 없이 보내는 시간이 좋은데?”라고 하실 수 있고 우린 그 사람을 ‘모험적인 성향'을 가진 사람이라고 부를지도 모릅니다. 여러분은 여행을 할 때 계획을 세우는 편인가요? 전 전혀 계획없이 여행을 하는 걸 좋아합니다.

해외여행을 처음 갈 때, 전 비행기표와 숙소만 예약하고 여행을 떠났습니다. 그밖의 다른 건 전부 무계획이었죠. 전 여행뿐만 아니라 다른 거의 모든걸 계획 없이 했습니다.

그런데 얼마전 작업을 효율화하기 위해 노력하면서 깨닫게 된 건 “아, 내가 무계획이라고 생각했던게 다 계획이었구나"입니다.

넌 계획이 다 있구나

생각해보면 집에서 뒹굴거릴 때에도 나도 모르게 “오늘 하루종일 뒹굴거릴거야"라는 계획을 세우고 있던거죠. 예를들어, 뒹굴거리고 있는데 누군가 내 휴식을 방해했을 때 나는 짜증은 계획이 무너졌을 때의 절망적인 감정을 표현한게 아닐까 했습니다.

그렇게 생각해보니 전 모든게 계획적이었습니다. 점심은 12시에서 1시 사이에 먹을걸 기대하고 밤 11시 이후엔 잠자고 있을거라 기대하고, 이번주 토요일엔 친구와의 약속을 기대하고 회사에서 누군가 업무를 내일까지 할거라 기대하는 등 모든 것들이 의식적으로 세우지만 않았을 뿐이지 무의식적으로, 자동적으로 계획된 것들이었습니다. 그리고 어떻게 보면 당연하게 느껴졌습니다. 아무것도 예측 불가능하고 혼돈만이 존재하는 세상에서 살아간다면 아마 불안해서 미쳐버리지 않을까요?

이러다가 엉망진창이 되겠어

세상에 이러다가 엉망진창이 되겠어

대학생 때부터 회사생활을 시작하고 4년이 넘어가는 시점까지 전 주로 종이와 펜을 사용해 할 일을 관리했습니다. 사실 종이와 펜이면 나은 편이었죠. 대부분은 기억에 의존했습니다.

이렇게 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학생 땐 해야할 게 많지 않았고 회사를 다니는 초기에도 그랬기 때문입니다. 공부할게 아무리 많아봐야 전공과목 6개, 과제 두어개가 전부였고 회사에선 굵직한 프로젝트와 잔업이 전부였죠. 구체적인 과제 그리고 지시사항이 있거나 회의를 들어갈 때면 노트와 펜을 들고가 끄적끄적 적어내려가면 ‘어느정도’ 관리가 됐습니다.

하지만 업무의 종류, 해야할 일들이 많아지면서 이제는 기억과 종이에 의존하는 업무 관리가 한계를 드러냈습니다.

가장 큰 한계는 일정관리 입니다. 언제까지 해야하는지 적어놔도 종이가 넘어가거나 적어놓은 게 많으면 적어놨다는 사실조차 까먹기 일쑤였습니다.

그리고 가장 문제가 많이 드러난 것은 간단한 일이었습니다. 간단한 일은 보통 종류도 다양하고 자주 발생합니다. 그래서 기억에 의존하든 적어놓든 놓치기 너무 쉬웠습니다. 간단한 일을 자주 놓치다보니 함께 일하는 동료나 스스로에게 신뢰를 잃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이 방법은 제 일상을 엉망진창으로 만들기 쉬웠습니다. 어떤 일을 하다가 다른 사람이 저에게 맡겨 놓은 일의 진행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물어보면 그때부터 일정이 꼬이기 시작했습니다. “지금 이걸 끝내야하는데 저 일을 까먹고 있었네… 어떤 걸 먼저 하지…”. 특히 회사가 전반적으로 바빠지기 시작하면 이런 일이 자주 발생했고 말그대로 모든게 엉망진창에 되는 일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그 유명한’ 할 일 앱을 써보자

업무를 관리해야겠다는 필요성을 느끼고 가장 먼저 머릿속에 떠오른 단어는 할 일 앱이었습니다. 그래서 전 할 일 앱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사용했던 앱에선 아래 기능을 포함하고 있었습니다.

  1. 할 일 등록 (당연하지만)
  2. 일정 관리
  3. 우선순위 설정
  4. 할 일 리스트 관리
  5. 할 일의 하위 업무 관리
  6. 알림기능
  7. 습관 관리

등등 정말 똑똑한 앱이었습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쓰고 있었고 회사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쓰고 있었습니다.

처음엔 저 기능을 다 쓰진 못했습니다. 아니 오히려 할 일을 등록하고 마감일을 설정하는 정도였습니다. 필요한 만큼 잘 쓸 수 있을거라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써보질 않아서, 평소에 익숙한 방식이 아니라 가장 단순한 방식으로 쓰기 시작했습니다.

그래도 기억이나 종이에 의존했을 때보다 업무 관리는 훨씬 수월했습니다. 남아있는 일은 무엇인지, 언제까지 마무리해야 하는지, 그리고 어떤 일이 더 중요한지 파악하기 훨씬 쉬웠습니다. 계속해서 사용하다보니 앱에서 제공하는 이런저런 기능을 다양하게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참고해야하는 내용, 그리고 논의했던 내용 등을 관련있는 할 일에 메모해 둘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적기는 이렇게 적었지만 초반엔 조금 힘겨운 과정이 있었습니다. 익숙한 방법을 버리고 새로운 방법을 사용하는 건 쉽지 않았습니다. 변화는 쉽게 생기는 게 아니라는 걸 새삼 느끼게 됐습니다. 하지만 일을 놓치거나 까먹는 일이 줄어들고 함께 일하는 사람들, 그리고 제가 받는 스트레스가 줄다보니 업무 효율도 올라갔습니다. 이렇게 선순환이 생기고 더 세세하게 일을 관리하게 되면서 더 많은 기능을 활용하게 됐습니다.

덕분에 엄청난 변화가 생겼어!

‘할 일’ 리스트는 날 지치게 만들어

할 일 앱은 큰 도움이 됐지만 한계도 많이 느꼈습니다. 어떤 한계를 경험했는지 공유해보겠습니다.

  1. 해야 할 일과 진행중인 일을 구분하기 어렵다.
  2. 다른 사람들과 마무리된 일을 리뷰하려고 할 때 어떤 작업을 리뷰해야하는지 알기 어렵다.
  3. 완료된 일을 분류하기가 어렵다.

이 세 가지가 서로 다른 이유 같지만 사실 같은 이유 입니다. 바로 할 일을 분류하는게 어렵다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할 일 앱, 그리고 할 일 관리는 ‘할 일'과 ‘한 일'의 조합입니다. 그래서 어떤게 해야 할 일이고 어떤게 진행중인지 구분하기 어렵습니다. 당연히 그 밖의 분류도 어렵습니다.

이번에 소개해드릴 한계는 알진 못했지만 관련된 책을 읽다보니 알게된 사실이었습니다. 그러니까 할 일 관리 앱을 사용하면서 느끼고 있었지만 의식적으로 알진 못했습니다. 그건 바로 사용하는 사람을 지치게 만든다는 사실 입니다.

할 일 앱이 날 지치게 만든다는 말이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전 이미 느끼고 있었습니다. 조금 더 자세하게 적어보면 ‘일을 분류 할 수 없으면 사람을 지치게 만든다'가 될거 같습니다.

4. 사람을 지치게 만든다.

먼저 ‘할 일'과 ‘진행중인 일'을 구분할 수 없다는 건 ‘할 일'에 있는 모든 일이 전부 내가 해야만 할 일이라는 것입니다. 전 일단 할 일이라고 느끼면 일단 등록을 했습니다. 예를 들어 ‘방 청소하기'라는 일이 갑자기 생각이나서 만들었다고 해보겠습니다. 하지만 ‘할 일'로 만들어뒀다고 일이 사라지는 게 아닙니다. 내가 그 일을 실제로 해야 ‘완료'가 됩니다. 보통 방 청소는 너무나도 귀찮은 일이기 때문에 계속해서 미루게 됩니다. 그렇게 미루던 중 ‘가족에게 전화하기'라는 일이 또 추가되고 ‘혼자 영화보기'라는 일이 추가됐습니다. 이 일들의 특징은 ‘해야 할 일이라는 생각은 들지만 마감일이 없는 경우가 많다.'입니다. 그러다보면 ‘할 일'리스트는 엄청 길어지고 넘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 일들은 소리치죠.

“언제 할거야 !!”

이제 그만… 지친다구

결론

처음 일이 엉망진창이 되고 할 일 앱을 사용한지 2~3달이 될 때 즈음 할 일 앱의 한계를 많이 느꼈습니다. 조금 더 내 생각대로 작업을 관리하고 싶어졌습니다. ‘할 일'에서 ‘완료한 일'로 넘어가는 단순한 흐름은 현실에선 적절하지 않았죠. 회사에선 ‘할 일'도 종류가 있었고 ‘완료'까지 가려면 몇 단계가 더 있어야 했습니다. 일상과 관련된 작업들도 그리 단순하진 않았습니다. 그리고 할 일 앱은 제 일상이 다람쥐가 챗바퀴를 도는 듯한 경험을 줬습니다. 일은 계속 생기고 계속해서 완료했습니다.

그래서 전 조금 더 다른 방법으로 일상과 작업을 관리해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다음엔 그 경험을 공유해보려고 합니다. (다음 글을 쓰면 아래에 링크를 걸어두려고 합니다 !)

우리 일상이 관리되지 않고 관리할 필요를 느낀다면 조금씩 정리하고 관리해보는 건 어떨까요?

다음 글 : 계획적인 삶을 위해 Part 2. 칸반 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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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기

사용자를 생각하고 개발자를 생각하는 프런트엔드를 만드는 데 관심이 많습니다. 표준, 접근성, 아키텍처, 테스트 등을 꾸준히 훈련하고 적용하려고 노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