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Farewell to the Facebook

지금부터 나는 페이스북을 그만둔다. 아니, 정확히 하자면 페이스북에 관심을 끊는다.


페이스북을 처음 시작한게 아마 2011년 봄이다. 나는 그 때의 페이스북이 그립다. 그 때의 페이스북은 별로인 디자인, 별로인 기능, 뭐 그랬지만, 본질에 충실한 서비스였다. 내 상태를 올리고, 내 관심사를 정리하고, 다른 사람의 소식을 보고.
그 때도 그랬고, 이제는 아니겠지만, 나는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동시에 하고 있으며, 트위터를 더 많이 쓴다. 트위터와 페이스북은 내용과 상황에 따라서 적절히 골라서 쓸 수 있는, 상호보완적인 관계였다. 트위터에서는 많은 사람들과 가볍게 떠들고 혼자서 헛소리를 지껄였으며, 페이스북에서는 좀 더 친한 사람과 대화하고 소통하는 공간.

지금은? 글쎄.
페이스북은 거대해졌다. 기능은 많아졌고, 기능이 많아질 수록 복잡해졌다. 대체 뭐가 뭔지, 뭐가 그렇게 많은지 모르겠다.
뭐, 복잡하다고 그만두는 건 아니다. 그만두는 정확한 이유는 다르다.

내가 페이스북에서 보고 싶었던 건 다른 사람의 소식이다.
2년 전, 3년 전의 오늘에 내가 무슨 글을 쓰고 싶었는지가 아니다.
누군가 어떤 페이지―내가 관심 없는 페이지―가 올린 어떤 동영상에 댓글을 달아 누군가를 호출했다는 것도 아니다.
누군가 어떤 글, 그것도 아주 오래된 글에 댓글을 달아서 추억을 되새기는 모습도 아니다.


맘에 들지 않는 것이 너무 많다.

이를테면, 몇 만 개의 ‘좋아요’를 받은 페이스북 페이지가 동영상을 올리며 그 밑에 무슨 카지노니 바카라니 광고하는 모습. 광고도 보기 싫고, 영상도 보기 싫고, 페이지도 보기 싫다. 페이지가 올린 영상은 이미 다른 곳에서 본 영상이다. ‘뒷북’이다. 불법으로 퍼온 컨텐츠이다. 사진들은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JPEG의 손실 압축이 셀 수도 없는 만큼 적용되어 원래의 깔끔한 이미지가 어땠는지 추측조차 할 수 없을 만큼 변질되어있다.

하지만, 우리에게 그런 것을 보지 않을 권리란 없다. 페이스북은 그런 페이지를 신경쓰지 않는다. 저작권을 침해하고 있다, 음란물을 올리고 있다, 등등의 이유로 그런 페이지 하나를 신고해도 그들의 ‘우수하고 뛰어난’ 자체적 판단 기준에 의해 거절당한다.
그런 페이지가 하나라면 차단할 수 있다. 안 볼 수야 있다. 하지만 페이지는 하나가 아니다. 수십, 수백, 수천개다.

페이스북 자체 설정에는 그런 것을 보지 않는 옵션따윈 없다. API, 혹은 서드파티 기능을 이용해서 차단할 수 있는 방법조차 이제는 없다. 페이스북 API는 최근 ‘홈 타임라인’을 읽을 수 있는 기능을 쓸 수 없도록 만들었다. API의 가장 중요한 기능을 쓸 수 없게 함으로 서드파티 앱에 대한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시키고 본인들이 만든 웹과 앱을 통해서만 페이스북을 이용하도록 만들었다.

‘×××님이 태그되었습니다.’, ‘×××님이 좋아했습니다.’ 따위의 것들이 타임라인에 범람하고 있는 것도 맘에 들지 않는다. 이런 것들을 보지 않는 방법도 마찬가지로 없다. 페이스북 설정, 서드파티 기능, API, 확장 스크립트, 전부 불가능하다.

페이스북은 크게 잘못되어 있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라고 했다.

그리하여, 나는 이제 페이스북에 관심을 끊는다. 홈 화면에 있던 페이스북 앱은 얼마 전부터 ‘쓰레기’ 폴더 3페이지에 위치하고 있다.
자의로 글을 올리는 일은 거의 없을 것이다.
아마 내가 알지 못하는 연동되어 있는 어떤 서비스를 통해서 글이 올라오는 일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자의로 글을 올릴 생각은 하지 않을 생각이다. 신변에 큰 위협이 생겼거나, 뭔가 좋은 일이, 그것도 상상조차 할 수도 없는 좋은 일이 생겼거나 하는 때라면 혹시 모르겠다.
데스크톱 브라우저에 고정된 탭으로 남아있던 페이스북도 이미 닫았다. 하지만 모바일 앱만은 설치된 채 남겨둘 예정이다. 페이스북으로만 연락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으니까. 하지만 왠만해선 자의로 앱을 켜는 일도 없을 것이다.

페이스북이여 잘 있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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