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1IT_#2] Visiting to Itoya paper shop in Japan_Korean ver.

엘스 Else
6 min readFeb 15,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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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2

P1IT의 두번째 이야기는 지난 1월, 일본 도쿄에서 3~4일 정도 여행했을 때 긴자에 이토야(Itoya)라는 유명한 문구샵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그 곳을 방문했던 이야기입니다.

긴자 거리의 이토야 건물 입구

한국에서도 몇 개의 페이퍼 샵에 방문했던 적이 있었는데 대부분 규모가 큰 매장들이라 대체로 잘 정리 되어있었지만 내가 원하는 종이 샘플을 찾거나 해당 종이를 구입하는데 있어서 불편한 점이 몇 가지 있었다. 이토야 페이퍼 샵은 그런 점에 있어서 나에게 큰 영감을 준 장소였다.

1. 색으로 고르다.

대형 종이 샘플판 — ‘색으로 고르다.’

이 마름꼴의 종이 패턴들이 보이는가? 페이퍼 샵의 한 벽면을 크게 차지하고 있는 이 거대한 벽은 ‘色で選ぶ’, 한국어로는 ‘색으로 고르다.’ 라는 이름의 명도, 색상별로 정리해놓은 이른바 대형 종이 샘플판이다.

7층에 들어서자마자 그 크기 규모와 색상들의 향연으로 인해 시선이 사로 잡혔다. 다른 페이퍼 샵에서는 누군가 샘플을 보고 있으면 그 사람이 다 볼 때까지 기다렸어야 했는데 이 대형 샘플판은 같은 샘플 종이가 몇 장씩 준비되어 있었고 또 낱개로 분리되어 있어 벽에서 빼내어 들고 다니면서도 보기 편했다.

분류별 샘플북과 종이 선반들

또 색지와 같은 경우 보통의 매장은 선반에 정리해놓은 경우가 많고 브랜드별로 구분 지어 놓기 때문에 비슷한 색상끼리 분류되어 있지 않는 경우도 있어 색상별로 한꺼번에 비교하면서 보기에 힘들었다. 이토야는 이를 큰 규모의 색지 샘플 벽과 색상별로 현재 판매하는 종이 브랜드를 정리해놓은 샘플북 등 여러 방면으로 정보를 정리해두고 있었다.

2. 촉감으로 고르다

물론 이곳에도 기본적으로 종이의 브랜드마다 정리해놓은 샘플북이 따로 비치되어 있었다. 보통 고객들은 브랜드별 샘플북을 보고 이를테면 스노우지, 문켄, 르누아르지 이런 식으로 샘플을 보며 고른다.

그런데 P1IT_#1에서도 종이 테스트를 해보았었지만 이런 종이에 대한 지식이 별로 없는 사람들에게는 종이 브랜드를 알려줘도 그 특성의 차이를 파악하기에는 다소 시간이 걸린다. 특히 나는 바쁘게 돌아가는 페이퍼 샵 현장의 소용돌이 안에 있을 때는 그 판단력이 더 떨어지는 느낌을 받기도 했다.

재밌는 샘플 분류 표현법

반짝반짝(キラキラ), 까칠까칠(ザラザラ) 등 의태어로 샘플북의 종이 분류명을 표현한 것이 유독 재미있었고 누구나 쉽게 샘플을 찾을 수 있게 어떻게보면 일종의 배려의 느낌이 강하게 느껴졌다.

‘나는 인쇄에 대해 하나도 모른다.’라고 P1IT의 타이틀을 내 건 나도 그만큼 편집 디자이너 분들보다는 많은 지식이 없는 탓에 종이를 찾고 선택하는데 까다로움을 느꼈고 멀게는 해당 디자인에 종사하는 분들의 영역이라고까지 거리감을 느낄 때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종이는 까칠하네? 이 종이는 반짝거려!’ 이러한 느낌은 어린아이라도 쉽게 원하는 종이를 찾을 수 있는 것이기에 이 페이퍼 샵이 사람으로 비유하자면 친절하고 편하게 느껴졌고 오랫동안 머물고 함께 하고 싶은 느낌을 주었다.

3. 공간에서 고르다

샘플 가판대에서 샘플북을 보고 있는 사람들

매장 안을 자세히 보면 샘플북이 있는 가판대와 종이 선반 사이는 전면 유리창으로 분리되어 있다. 방문객들은 샘플로만 종이를 만지고 볼 수 있으며 실제 판매되는 종이는 직원 외에는 만질 수 없게 되어있어 불량한 종이를 사게 될 위험이 적었다.

가판대에서 샘플북을 보고 원하는 종이를 유리창 건너편에 있는 직원에게 알려주면 직원이 선반에서 종이를 꺼내 고객에게 확인을 받은 뒤 바로 옆 오른쪽의 계산대로 이동하도록 안내한다.

이러한 공간의 구조가 자연스럽게 사람들을 질서 있게 안내했고 서비스 프로세스에서도 신뢰감 있게 느껴졌다. 매장의 따뜻한 원목 느낌과 함께 도서관과 같은 분위기도 앞서 말한 편안함에 한몫하여 이 페이퍼 샵이 한국에 돌아온 지금도 굉장히 인상 깊게 남는다.

‘나는 네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고 있어.’

이토야는 단순히 문구매장을 넘어 인포그래픽 디자인, 공간 디자인, 서비스 디자인 등 종합적인 사용자 경험(The Total User Experience)을 제공하는 곳이라고 생각된다. 특히나 치밀하게 짜여있는 동선과 공간 배치, 적재적소의 그래픽 배치는 마치 ‘나는 네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고 있어.’ 혹은 ‘네가 여기서 알아야 할 정보는 이것이야.’라고 메시지를 계속 던져주는 느낌이었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한 층씩 이동할 때마다 마치 영화의 타이틀 시퀀스처럼 저 멀리서부터 서서히 층별 인포메이션이 나에게 다가온다. 다른 매장이었다면 주변에 할인 광고 배너 같은 것이라도 있을 법한데 한치의 군더더기 없이 ‘당신이 지금 도착한 곳은 4층이고 여기는 스케줄에 관련된 물품이 있어.’라고 정확하게 메시지를 던져주는 모습이었다.

오로지 사람에게 집중하는 이러한 설계는 직원들이 일일이 내 옆에서 설명을 안 해주어도 계속 케어받는 느낌이었다. 비유가 맞을지 모르겠지만 마치 어린아이가 부모님이 옆에 없어도 ‘항상 부모님이 나를 지켜보고 있어. 나는 아무런 걱정이 없어.’라고 불안해하지 않을 수 있는 모습이랄까.

‘결국 사람이 중심이다.’

제가 이토야에서 보고 경험했던 것은 단순히 예쁘고 질 좋은 문구 제품들이 아닌 굉장히 인간 중심적인 사용자 경험(The Person-centered User Experience)이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왜 이토야를 사랑하게 되는지 알 수 있었던 좋은 여행이었어요. 다음에 또 도쿄에 갈 일이 생긴다면 다시 한 번 방문해보고 싶습니다: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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