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머들은 노인이 되어서도 행복할까?

80년대 헤비메탈 팬이었던 노인들은 그렇다고 한다.

나는 게임회사에서 커뮤니케이션을 담당하고 있기에,
게이머들이 누구인지 알고 소통하는 것은 무척 중요한 일이다.
나 또한 10대부터 ‘나를 키운건 팔할이 눈보라(?)’라고 공공연히 떠들고 다니는 골수 게이머라서 어쩌면 게이머들을 살피고 분석하는 일은 자아성찰의 시간일 수도 있다.

게이머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게이머들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할까.
어느날 이 주제에 관심이 많은 한 외국인을 만날 기회가 있었다. 그와 외국의, 그중에서도 북미 게이머들의 자존감과 사회적 인식에 대해 이야기했고,
그는 지금 우리나라의 게이머들이 비춰지는 모습이 과거 미국의 80년대 헤비메탈 팬들의 그것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흥미를 느껴 당시의 헤비메탈 팬들의 역사에 대해 검색해 보던 중,
작년 7월, 가디언지에서 헤비메탈 팬들의 행복도에 대한 기사를 쓴 것을 찾을 수 있었다. “헤비메탈 팬들은 다른 사람들보다 더 행복하다”는 제목이었다.

Metal fans … Call them sanity horns, not devil’s horns. Photograph: Paul Bergen/Redferns
요약해보면, 80년대 헤비메탈 팬들은 다른 음악을 들어온 사람들에 비해 지금 더 행복하고, 유년시절에 더 큰 행복감을 느꼈으며, 유년에 대한 후회도 적다는 것이다.

나는 헤비메탈 팬과 게이머 사이에 몇 가지 공통점을 찾을 수 있었고,
따라서 이 결과가 게이머들에게도 어느 정도는 적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첫 번째 공통점은, 이것들이 당시 ‘하위 문화’로서 인식되었다는 것이다.

‘하위 문화’, ‘서브컬쳐’라고도 하는 이것의 가장 큰 특징은 문화적 우열이 아니라, (기득권이 판단하는) 사회적 인식이다.
80년대 헤비메탈은 사람들의 도덕성과 사회적 통합을 무너뜨린다는 이유로 많은 비난을 받았고, 오늘날의 게임은 이유는 다르지만 비슷한 비난의 시선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수년 전, 게임을 중독의 프레임으로 몰고 가는 몇몇 언론이 있었고, 그에 휘둘려 게임을 규제하는 정책들이 하나둘 생겨났다. ‘게임이 문화가 될 수 있는가’ 하는 이슈 또한, 게이머가 아닌 대다수의 기득권들이 게임을 대중 문화에 편입시킬 수 없는, ‘하위 문화’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사회적 인식에도 불구하고 좋아한다는 것은, 누가 뭐래든 정말로 좋아하기 때문일 것이다. (대한민국 3대 취미라 불리는 영화감상, 독서, 사진찍기는 개인이 좋아하는 것도 있겠지만, 사회가 은연중에 강요하는 ‘건전한 취미’일지도 모른다는 의혹을 제기해 본다.)

두 번째로, 게임도 헤비메탈도 강한 커뮤니티가 형성되었다는 것이다.

게이머들은 치고받고 싸우다가도, 한국이 롤드컵을 우승한 순간에는 모두 하나가 된다.

기사에 따르면, 사회적인 지지는 유년기의 어려움을 극복하는데 큰 요소가 되는데, 헤비메탈 팬들과 뮤지션들은 커뮤니티를 형성하여, 동지애와 공감대를 느끼며 서로를 지지했고, 이것은 유년기의 그들에게 큰 안정감을 주었다고 한다.
지금의 게이머들 또한 서로 공감하고 지지할 수 있는 온라인 커뮤니티가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
루리웹, 인벤, PGR21같은 게임 커뮤니티는 주 연령대와 성향은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게이머’의 DNA를 가진 사람들이, 게임이라는 공감대 위에서 즐거워하고 떠든다.

마지막 공통점은, 좀 웃기는 일일지도 모르겠지만, 마녀사냥을 당했다는 것이다.

85년 주다스 프리스트(Judas Priest)는 그들의 노래가 두명의 소년 팬을 자살로 이끌었다는 이유로 법정에 섰고
그로부터 32년 뒤, 2013년에는 라이엇 게임즈(Riot Games) 한국 대표가 게임이 중독을 일으키고,
심하면 방화, 살인까지 이르게 할수 있다는 이유로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나와야 했다.

무대가 아닌 ‘법정’에서 노래불러야 했던 Rob Halford(Judas Priest)

할머니 할아버지가 된 지금의 헤비메탈 팬들이
지금 한국의 게이머들에게 한마디 해준다면, 아마 이렇게 말하지 않을까?

“네가 좋아하는 걸 좋아한다면, 너는 평생 행복할 수 있을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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