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에이티브한 회사의 두가지 조건: 괴짜와 편차

모 광고회사의 김부장님은 요즘 회의에 회의를 느낀다.
내로라 하는 경쟁자들을 이기고 입사한 직원들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뽑고 나서 보니 아이디어들이 별반 다르지 않았던 것이다.

이상하다… 분명 잘하는 녀석들만 데려왔는데…

회사 근처서 커피를 마시며 부장님이 물어본다.
“직원들 아이디어가 왜 맨날 똑같지?”
평소 같으면 돌려 말하겠지만, 고민이 깊어 보였기에, 아니 우리는 같은 회사가 아니기에… 솔직한 생각을 말씀드렸다.

“똑같은 직원들만 있으니까요”

“그게 무슨 말이야, 다들 전공도 경력도 다른데.”

“달랐던 친구들이 똑같아진거죠.”

“좀더 자세히 말해봐…”

“선배, 혹시 회사에 ‘괴짜’같은 직원이 있나요?”

“그런 녀석들이 있었는데 진작에 그만 뒀지… 오래 못 버티더라고”

“그렇군요.. 그럼 회사 직원들 역량 차이가 큰가요?”

“딱히 잘하는 친구는 없고, 다 비슷비슷하게 잘해.”

“역시…”

나는 광고회사에서 카피라이터로 일하면서, ‘크리에이티브’의 중요성을 실감할 수 있었다. 클라이언트가 광고회사를 통해 얻을 수 있는 부가가치는 바로 ‘크리에이티브’에 있고, 모든 광고회사는 뛰어난 제작 인력을 확보하는 것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김부장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하지만 김부장의 회사는 앞으로도 크리에이티브한 인력을 확보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 두 가지가 결여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 두가지는 바로
“괴짜”와 “편차”이다.

1984년, 사회이론가였던 페터 블라우와 조세프 슈워츠는 
집단 간 경계를 제거할수록 사회통합이 더 쉽게 이루어지며,
집단 간 경계를 줄이려는 정책적 시도는 복잡다단한 의견 및 아이디어를 사회에 널리 퍼뜨리는 데 기여한다는 이론을 발표했다.

이 이론을 펜실베니아 대학의 데이먼 센톨라 교수는 아래와 같이 말했다.
“집단끼리 지나치게 뭉치면 사람들은 다른 집단과 접촉할 기회가 거의 없습니다.
같은 학교를 나와 같은 직장에 가고, 동일한 지역에 거주하며 같은 클럽에 다니면, 각자 속한 단일한 집단 너머로 인간관계를 뻗어나가기 어렵죠.”

하지만 집단 간 경계가 어느 정도 완화되면, 비슷한 정치성향이나 취미를 가졌다 해도 서로 다른 직업이나 다른 교육수준을 지닌 이웃과 마주할 기회도 커지고,
적당한 유사성을 공유하지만 서로 다른 사회적 집단에 속한 이들 사이에 교류가 일어나면서 새롭고 다양한 아이디어가 퍼져나가게 된다는 것이다.

회사에서 “괴짜”를 없애면 크리에이티브도 사라진다.

회사에서 괴짜를 없애는 것은 집단 간 경계를 유지하는데 있어 중요하다.
괴짜는 언제나 경계를 넘나들려 하고, 이 집단에서 통용되고 있는 규칙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괴짜가 가진 자신만의 주관은 획일화된 회사에 엄청난 이익이 될 크리에이티브를 선물할 수 있지만,
많은 회사들은 괴짜가 회사의 룰을 지키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그를 무례하거나 게으르다고 치부하여 관리대상으로 여긴다.

하지만 광고회사에 다닌 8년동안 내게 신선한 영감을 준 사람들은 모두 일종의 “괴짜”들이었고, 나도 누군가에게 그러한 괴짜였을지도 모를 일이다.
여러분의 회사에 괴짜가 있다면, 늑대를 보듯 “괴짜가 나타났다!” 하고 쑥덕거리기보다, 그가 내게 어떤 영감과 자극을 줄 수 있을지 생각하는게 우선이다. 그리고 그가 회사에 남아 있는 것을 감사하자…

진격의 거인 “조사병단" 이야말로 괴짜들의 모임이다.

만화 “진격의 거인”에 나오는 “조사병단”은 언제나 성 밖의 세상을 궁금해 하는 괴짜들이다. 이들은 거인 때문에 수없이 희생 당하면서도 굳이 더 큰 세상으로 나가려 한다. 손해야 크겠지만, 이들이야말로 인류의 유일한 미래이자 희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 안 기득권 세력인 “왕정”은 이러한 조사병단을 못마땅해 하고 통제하려 한다. “조사병단”이 사라지는 순간, 인류가 거인에 맞설 수 있는 가능성은 사라지고, 인류는 성 안에 갇혀서 언젠가는 거인에게 멸망당하게 될 것은 자명한데도 말이다.

“편차” 를 줄일수록 집단의 경계는 강화되고, 크리에이티브는 약화된다.

편차를 줄이는 건 집단의 안정성과 소속감은 높이는 좋은 방법이다.
입사시에 학력을 따지고, 고난도의 입사시험과 면접을 치르는 것은 편차를 없애는 1차적인 방법이고, 이후에 들어온 직원들의 평가와 보상을 비슷하게 가져가는 것 또한 편차를 줄이는데 효과적이다.
이렇게 필터를 늘려갈수록 회사에는 놀랍도록 ‘비슷한’ 사람들만 남게 된다.

처음 입사시에는 정말 다양한 괴짜들이, 저마다의 비전을 갖고 들어왔지만,
몇 해가 지나 회사에 남은 사람들을 돌아보면… 다 비슷비슷 해졌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꽤 있을 것이다.
결국 비슷한 방법으로 들어와서, 비슷하게 일하고, 비슷하게 보상받는 것을 참은 사람들만 남은 것이다.

반대로, 편차를 인정하고, 오히려 편차를 강하게 두면 회사는 더 크리에이티브 해질 수 있다. 이 편차는 직원을 뽑는 방법을 다양하게 함으로써 커질수도 있고, 직원들에 대한 평가와 보상을 강화함으로써 커질 수 있다.
그럴 때, 괴짜를 포함한 다양한 직원들이 자신들의 능력을 인정받으며 크리에이티브를 뽐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회사는 더 큰 덕을 보게 될 것이다.

편차가 클수록 크리에이티브 측면에서 더 건강하다고 볼 수 있다.
이건, 광고회사에 한정한 내 가정일 수 있겠지만,
광고회사의 크리에이티브를 가늠할 수 있는 척도는
직원들의 “평균 연봉”이 아니라 “연봉의 표준편차”일 것이다.
엇비슷한 고연봉을 받는 큰 회사보다, 성과에 따른 연봉 차이가 큰 작은 회사일수록 진짜들이 다닐 이유가 많다고 생각한다.
대기업 광고계열사는 직급과 호봉에 따른 연봉 체계를 적용하고,
독립 광고대행사는 매해 성과에 따라 변동폭을 크게 가져간다고 하니
광고인들이 일반적으로 독립 광고대행사의 크리에이티브가 더 뛰어날 것이라 인식하는 것도 어느 정도 이해가 된다. “용병”이라 불리는 자들이 돈도 많이 받고 일도 더 잘 하는 셈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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