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쓴 약을 삼키다 (Bitcoin bites the bullet)

SoulBitcoin
22 min readJul 16, 2019

비트코인의 난제 풀어쓰기

[번역자의 말]
이 글은 영어 원문을 번역한 글입니다.
업로드에 대해 원저자의 허락을 얻었습니다.
직역이 매끄럽지 않은 표현은 일부 의역하였습니다.
원문 주소: https://medium.com/@nic__carter/bitcoin-bites-the-bullet-8005a2a62d29
원저자의 트위터: https://twitter.com/nic__carter

2019년 6월 20일

개혁에는 역설이 따르는 법이다. 때론 길 한가운데 세워진 펜스나 대문 같은 제도가 존재한다. 이때 모던한 개혁가라면 유쾌하게 그 앞으로 나아가 “도무지 쓰임새를 알 수 없어. 치워버립시다!”고 외칠 것이다. 반면 총명한 개혁가는 다음과 같이 말할 것이다. “쓰임새를 찾지 못했다면 없어지게 내버려 둘 수는 없지. 돌아가 생각해 보시오. 그리고 돌아와 쓰임새를 찾았다고 말하면, 그 때 비로소 없앨 수 있게 허락하겠소.”

– G.K. 체스터튼, The Thing: Why I am a Catholic

비트코인의 문제점은 너저분함에 있다. 우아함과는 거리가 멀다.

Gwern Branwen, Bitcoin is Worse Is Better

암호화폐(cryptocurrency) 디자인에 있어서 공짜 점심이 없고 트레이드오프(tradeoff)만 있을 뿐이라는 이야기를 종종 듣게 됩니다. 이 주장은 논쟁에 힘이 부친 비트코인 옹호론자가 왜 화제의 최신 암호화폐 프로젝트가 10,000 TPS(초당 처리 거래 수)를 도달하더라도 그 보장성은 비트코인에 미치지 못할 것인지 설명할 때 반복되는 논점이기도 합니다.

오늘날 무수한 알트코인(alternative systems for permissionless wealth transfer)이 나타나는 상황에서, 사토시 나카모토와 그 뒤를 이어 받아 비트코인을 만들어 나간 사람들의 비트코인 디자인 철학에 대해 되짚어 볼 가치가 있습니다.

이 글에서 저자는 비트코인의 여러 기능들이 제멋대로 생겨난 것이 아니라, 무수한 충격에 견딜 수 있도록 지속가능하고 내성이 뛰어난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엄선되었다는 점을 말하고자 합니다.

이런 주장은 언뜻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곧잘 “막 비트코인을 뜯어봤는데, 내가 비트코인을 고쳐보겠어”라는 사람들로 넘쳐나곤 합니다. 하지만 보통 비트코인의 디자인의 타당성은 장기적 관점의 추론을 통해 알 수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비트코인은 번거롭고, 부담스럽고, 답답해서 혁신을 가로막는 여러가지 기능들로 점철되어 보이지만, 이는 더 장기적이고 중대한 목적을 수행하기 위한 특성입니다. 아래에서 비트코인이 야심찬 장기 목표를 위해 택한 인기 없거나 더 어려운 특성들을 다루겠습니다.

  • 관리/자율 환율 시세(Managed/unmanaged exchange rates)
  • 고정/유동 공급량(Uncapped/capped supply)
  • 빈번한/드문 하드포크 빈도(Frequent/infrequent hard forks)
  • 재량적/비재량적 통화정책(Discretionary/nondiscretionary monetary policy)
  • 무제한/제한 블록공간(Unbounded/bounded block space)

관리/자율 환율 시세(Managed/unmanaged exchange rates)

특히 중앙은행이나 경제학자가 많이 제기하는, 가장 흔한 비판 중 하나는 비트코인에 가격 안정성이 결여되어 있어 화폐가 될 수 없다는 주장입니다. 일반적으로 중앙은행의 목표는 구매력의 안정화(비록 연간 2% 내외의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구매력 하락은 통용될 수준으로 받아들여지곤 하지만)와 완전 고용 같은 다른 목표들 사이 최적점을 찾는 것입니다. 다른 자산과의 환율 시세(역자주: 다시 말해 비트코인의 가격)를 관리하는 메커니즘이 없는 비트코인은 선험적으로(a priori) 화폐가 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국가의 법정통화에 대한 전통적 관점은 어떤 방식으로든 관리의 기능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다음은 전 IMF 의장 크리스틴 라가르드(Christine Lagarde)의 말입니다.

지금으로선 비트코인을 위시한 가상화폐(virtual currencies)가 법정통화나 중앙은행의 질서에 끼치는 위협은 미미하거나 일절 없다고 봐야할 것입니다. 왜냐면, 변동성이 높고, 리스크가 크며, 에너지 소비가 많고, 기반 기술의 확장성이 제한적이기 때문입니다.

스웨덴 중앙은행의 부총재 세실리아 스킹슬리(Cecilia Skingsley)는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저는 사람들이 자산에 하나로서 비트코인에 투자하는 것은 문제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통화가 되기에는 비트코인은 너무 변동성이 높습니다.

물론 비트코인 가격의 변동성은 관리가 불가능합니다. 희소한 공급에 따라 비트코인 가격은 오로지 수요의 함수로 결정되기 때문입니다. 비트코인은 완전 비탄력적 공급을 가지고 있어 그 저변의 확대는 요동치는 가격의 등락으로 이어집니다. 이는 중앙은행의 다양한 정책을 통해 상대적으로 안정된 환율의 관리가 가능한 법정화폐와 대비됩니다.

통화정책에 내재된 트레이드오프는 흔히 통화당국이 두가지 꼭짓점을 선택하고 나머지 한 꼭짓점을 포기해야만 하는 트릴레마 관계(trilemma, 세가지 딜레마)로 표현됩니다. 다시 말하자면, 특정 통화를 안정적인 다른 재화(보통 미국 달러와 같은 다른 나라의 통화)에 연동시키기 위해서는 본 통화의 공급(통화정책)과 수요(자본의 유출입)을 동시에 관리해야 됩니다. 중국은 아래 도표 상 C선택지를 택하고 있는 좋은 예로, 중국 위안화는 달러에 고정(soft peg)되어있고, 중국인민은행은 통화정책을 행사합니다. 그렇기에 자본통제가 필수적으로 요구되게 됩니다.

통화경제학의 ‘불가능의 삼각정리’

1992년 조지 소로스와 스탠리 드러켄밀러가 영국 파운드와 독일 마르크 사이의 고정환율이 계속 방어할 수 없을 정도로 약해진 점을 파고 들어 영국중앙은행을 벼랑으로 몰아세운 사례는 악명이 높습니다. 영국중앙은행은 실패를 시인하고 변동환율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런 제약의 최근 사례로는 미국 달러에 고정(soft peg)된 통화를 운용한 홍콩이 고역을 치른 경우입니다. 홍콩에게는 불행스럽게도, 최근 몇 년간 미국 달러의 강세가 진행되면서 홍콩 통화정책당국은 늘어나는 물가목표 수준을 달성하기 위해 고생해야 했습니다. 홍콩에서 미국으로의 자본유출 행렬은 문제를 어렵게 더 만들었습니다.

홍콩은 위 도표 상 A 선택지를 택하여, 통화정책 재량권을 포기하고 자본 유출입의 자율성과 고정 환율제도를 지켰습니다. 고정 환율제도를 포기한다면 홍콩은 자본 유출입의 자율성을 지키면서도 미국 연방은행의 정책금리 제도와 별개의 통화정책을 가지고 갈 수 있는 통화정책의 자주권을 되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따라서 통화정책에 있어 피할 수 없는 트레이드오프가 확인됩니다. 아무리 강대한 국가도 이로부터 자유롭지 않습니다. 본국의 통화와 타국 통화의 환율을 고정하려면 통화정책 측면의 종속관계 감내 혹은 자국민의 해외 자금 송금 금지의 두가지 중 하나를 선택하는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만 합니다.

따라서 통화경제학자의 관점에서는 비트코인이 다른 자산과의 환율 시세를 관리할 방안이 없다는 사실이 전혀 놀랍지 않습니다. 비트코인은 자본의 유출입을 자유롭게 유지하고 고정환율 정책을 포기한 신생 디지털 국가와 같습니다. 비트코인은 통화정책에 있어 점근적 통화 공급 목표(asymptotic money supply targeting)을 통한 극단적 자율성을 행사할 수 있으나, 자본 유출입을 통제할 어떤 메커니즘도 없어 자연스레 환율을 관리하는 중앙은행의 기능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이를 여러 국가의 통화 묶음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페이스북의 새 암호화폐, 리브라(Libra)와 비교해보겠습니다. 리브라는 항상 기초자산인 증권과 통화 묶음을 관리할 기구가 필요하기 때문에, 단언컨대 절대 비허가적(permissionless) 암호화폐가 될 수 없을 것입니다.

비트코인은 가격(다른 자산과의 환율)을 자유롭게 변하도록 내버려둠으로써 환율을 관리할 별도의 기구가 필요 없도록 설계되었습니다. 가격 변동성과 불확실성은 비트코인의 희소성과 비허가적(permissionless) 특성의 효익을 누리기 위해 비트코인 사용자가 지불하는 대가에 해당합니다. 비트코인이 삼킨 쓴 약은 불안정한 환율(가격)이며 그 대신 비트코인은 어떠한 기구로부터도 구애 받지 않게 되었으며 독립적인 통화정책을 펼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훌륭한 거래라 하겠습니다.

고정/유동 공급량(Uncapped/capped supply)

암호화폐 산업 내 가장 열띤 논쟁거리 중 하나는 진정한 의미의 희소성(finite supply)이 달성 가능한지 여부입니다. 이는 사실 네트워크 보안유지 비용을 수수료와 인플레이션 중 어떤 방식으로 조달하는지에 달려고 볼 수 있습니다. 현재 아무런 비용 없이 암호화폐 네트워크 보안을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리플(Ripple)의 주장을 믿는다면 더 드릴 말씀은 없습니다). 다른 조건이 같다면, 암호화폐 보유자는 해당 암호화폐의 추가 공급량이 적을수록 이익입니다. 거래 수수료만으로 보안유지 비용을 충분히 감당할 것으로 판단되면 수수료 기반 보안 모델이 바람직하다 할 수 있습니다.

사토시 나카모토 역시 비트코인이 장기적으로 블록보조금(subsidy)을 통한 인플레이션에서 점차 완전히 수수료 모델로 이행하여야 한다고 믿었습니다.

비트코인의 인센티브 시스템은 거래수수료를 바탕으로 유지될 수 있습니다. […] 일단 미리 결정된 수량의 비트코인이 발행유통된 후에는 비트코인의 인센티브 시스템은 인플레이션을 떠나 완전히 거래수수료 기반으로 이행할 수 있습니다.

궁극적으로, 암호화폐(permissionless setting)에서 두 보안유지 비용 지불방식에 따른 차이는 명백해집니다. 영구적 인플레이션을 택하거나 거래 수수료 바탕의 자립적 시스템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신규 암호화폐 사이에서 인플레이션 방식의 인기를 감안했을 때, 신규 암호화폐가 탄탄한 수수료 시장을 육성할 수 있는 규모를 이루는 것은 매우 어려운 목표가 되어가고 있다는 의견이 떠오르고 있습니다.

그러나 비트코인은 그 특유의 방식으로 두 선택안 중 공급량의 고정과 수수료 방식이라는, 일시적으로는 더 쓴 약을 삼키고 그 대가로 진정 의심할 여지 없는 희소성을 획득합니다. 이 선택이 옳은지는 지켜보아야 합니다. 비트코인의 거래량은 늘어나고 거래자는 블록공간(block space)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는 방식을 계속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합니다. 수수료 시장이 어떻게 성장할지에 대한 가장 포괄적인 해석은 아래 댄 핼드(Dan Held)의 자료가 다루고 있습니다.

https://blog.picks.co/bitcoins-security-is-fine-93391d9b61a8

향후 비트코인의 수수료 시장의 변화 방향을 미리 알수는 없지만, 이미 비트코인이 현재 전체 채굴자 수익의 9%를 차지하는 강력한 수수료 시장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은 고무적입니다.

빈번한/드문 하드포크 빈도(Frequent/infrequent hard forks)

포크(fork) 빈도 역시 개별 암호화폐의 디자인 철학에 대해 많은 것을 말해줍니니다. 예를 들어, 이더리움(Ethereum)은 올바르게 기능하는 중앙기구, 개발비용 재원으로 활용 가능한 자금력, 빠른 개발과 새로운 업그레이드(iteration)에 중점을 둔 점 등 다양한 강점을 가진 혁신적인 비트코인 경쟁자로 자리 매김해왔습니다. 반대로 비트코인 개발자는 포크를 통한 개발을 경시하고 일반적으로 세그윗(SegWit) 업그레이드와 같은 자발적 참여 방식(opt-in)의 소프트 포크(soft fork)를 지향합니다. (하드 포크는 ‘이전 버전과 호환되지 않는 네트워크 업그레이드’란 의미로 사용하였습니다. 하드 포크 시 기존 노드(node)는 새로운 버전의 네트워크와 호환성을 잃을 수 있습니다.)

저자는 위 차이가 곧 개발 과정이 어떤 방식으로 구성되어야하는지에 대한 근본적 입장 차이로 이어진다고 생각합니다. 아르준(Arjun)야신(Yassine)은 이 주제를 심도 깊게 다루고 있습니다.

https://medium.com/@arjunblj/a-conflict-of-crypto-visions-6f3e28066454

앞서 설명처럼 일부 암호화폐 개발자는 주기적 하드 포크를 통해 네트워크를 업그레이드 했습니다. 모든 사용자의 소프트웨어 호환성을 유지하면서 네트워크 시스템을 자주 업그레이드하려면 주기적 하드 포크 정책이 필수적입니다. 그러나 성급한 하드 포크는 숨겨진 버그 또는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수 있으며, 사용자가 대응하기에 충분한 시간이 없을 수도 있습니다. 버지(Verge)비트코인 프라이빗(Bitcoin Private)의 경우처럼 잘못된 위기 대처법의 하드포크는 혼란을 야기합니다. 이더리움, Z캐쉬(Zcash)와 같은 블록체인은 모네로(Monero)의 6개월 주기 하드 포크 정책처럼 주기적 하드 포크 정책을 채택했습니다.

빈번한 포크는 본 글의 다른 디자인 특성과 마찬가지로 편리하지만 단점이 있습니다. 비트코인 코어(Bitcoin Core)처럼 느리고 심도 깊은 거버넌스 스타일은 신속한 조치에 적합하지 않은 한편, 하드 포크가 빈번해지면 의사결정권이 소수에게 집중되며 네트워크 보안은 공격에 취약한 상태로 노출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포크를 담당하는 개발자는 자신과 내부 핵심층의 이익을 위해 사용자의 이익을 훼손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네트워크의 자원을 착복하거나 자신이 소유한 하드웨어에서만 작동하도록 작업증명 방식(PoW)을 바꿀 수도 있습니다. 권한의 집중은 다른 섬세한 블록체인의 특성과 마찬가지로 대가가 따릅니다.

주목할 점은 운용방식이 분산된 블록체인일수록 테세우스의 문제(Theseus Problem)를 마주한다는 사실입니다. 이는 주인 없는 블록체인이 시간이 지나도 단일한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개발 능력의 균형을 맞추어야 한다는 사실을 의미합니다. 이 주제에 관해 아래 자료에서 더 세부적으로 다루었습니다.

https://medium.com/@nic__carter/what-is-it-like-to-be-a-bitcoin-56109f3e6753

종국에 논쟁을 해결할 책임이 가진 단일 기구가 없는 공개형 블록체인은 테세우스의 문제와 직면하게 됩니다. 비트코인은 하드포크 최소화로 인한 불편함 대신 네트워크 안정성을 얻습니다.

재량적/비재량적 통화정책(Discretionary/non-discretionary monetary policy)

예술가 또는 엔지니어라면, 제약이 곧 창의력을 낳는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문제가 되는 디자인이나 상황을 구체화시키면 이따금씩 혁신적 솔루션에 도달하게 됩니다. 원칙적으로, 사용 가능한 자원이 많아질수록 자원 배분 과정에 신중을 기할 가능성은 낮아집니다.

러시아 작곡가 이고르 스트라빈스키(Igor Stravinsky)는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제약이 늘어날수록 자기 자신을 해방시키게 된다. 예측할 수 없는 제약을 뚫고 나가면 수행의 정밀함은 높아질 수 밖에 없다.

이 현상에 관한 연구 저변은 좁지만 급성장하고 있습니다. 메타와 주(Mehta, Zhu) (2016)는 “희소한 자원의 현저성과 풍요”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정리하였습니다.

희소성은 제약 환경에 따른 사고방식을 형성해 결과적으로 제품 사용 환경에 대한 다양한 접근을 가능하게 하고 (즉, 소비자가 주어진 제품의 기본적 기능 이상을 생각하게 함) 제품 사용의 창의성을 향상시킵니다.

이런 현상의 사례는 얼마든지 있습니다. 벤처 기업투자의 경우, 과도한 자금을 투자 받은 스타트업은 오히려 곧잘 실패합니다. 스타트업이 날씬한(lean) 상태를 유지하도록 권장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자원에 제약이 있을 때 필요없는 미팅과 두서 없는 R&D를 줄이고 매출 창출 기회에 집중하게 됩니다. 현금이 넘쳐나는 성숙 단계의 회사의 경우, 성과 없는 M&A 활동에 많은 자원을 낭비하는 일이 흔합니다.

위 현상이 국가의 통화 정책 관점에서도 일어나는지 생각해보겠습니다. 자본희석(dilution)을 통해 자금 확보(근본적으로 정부가 인플레이션을 활용하는 방법)가 쉬워지면 외교적 분쟁과 같은 무분별한 활동에 소모되기 쉽습니다. 암호화폐에서도 재량적 인플레이션은 긍정적 요인으로 자주 거론됩니다. 인플레이션과 특정 형태의 거버넌스를 결합해 개발활동에 필요한 운영과 마케팅 등에 재원을 조달하는 기능을 제공합니다. 즉, 통화정책 재량권은 정책 입안자에게 엄청난 재원을 제공합니다. 그러나 단점도 있습니다. 지대추구, 자원 남용, 부의 재분배의 문제를 야기하여 프로젝트의 장기적 건전성을 해한다는 점입니다.

많은 경우 통화정책 재량권을 통해 필요에 따라 공급량을 늘릴 수 있는 기능은 비트코인과 대비되는 혁신으로 소개됩니다. 그러나 저자는 중앙기구가 정치적 현안을 해소하기 위해 인플레이션으로 재원을 조달하는 방식의 팽배한 통화정책 모델 방식을 답습하는 것에 지나지 않다고 판단합니다. 중앙기구는 통화 공급에 대한 재량권을 유지하고 주기적으로 정책을 재정비하기 위해 부채를 늘린다. 베네수엘라와 아르헨티나 같은 사례에서 보듯, 정부는 이런 특권을 남용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암호화폐 개발자라고 다르길 기대할 수는 없습니다.

비트코인의 고정된 공급량은 변덕스러운 통화정책을 피하기 위한 극단적 헌신의 산물이며 비트코인적 방식의 해결책입니다. 많은 사람이 반대하는 그로테스크하고 오만한 해결책이자, 비트코인 디자인의 결정적인 요소입니다. 통화정책의 변수를 제거함으로써, 비트코인은 항구적이고 진정한 의미의 희소성을 제공하고 사람의 의사결정 요소를 완전히 제거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이는 큰 비용을 수반합니다. 비트코인 비판론자는 비트코인의 “높은” 수수료를 조롱하지만, 블록보조금이 계속 감소함에 따라 궁극적으로 네트워크 보안을 유지하기 위한 수수료 상승 압력은 지속될 것입니다. 그리고 다른 작은 암호화폐 프로젝트와 달리, 비트코인은 인플레이션을 통한 이익을 추구하지 못할 것입니다.

도표의 왼쪽 열에 속한 모든 프로젝트가 정책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제멋대로 발행량을 조정하지는 않았지만, 근본적으로 이해관계 상황에 따라 공급량 증가를 발현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둔 샘입니다.

통화정책 재량권을 투입해 용병 개발자를 고용하고, 마케팅으로 과대 광고를 벌이고, 자원 할당권을 가진 단일 법인의 운용 재원을 조달하는 것은 편리한 접근법입니다. 저자는 이 접근법이 잘못된 트레이트오프라고 주장하며, 중앙기구의 관리가 없는 새로운 모델이 장기적으로 더 뛰어난 내성을 가진 접근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자본배본이 있으려면 정책 입안자가 있어야 하며 언제든 외부의 압박에 노출되거나, 변질되거나, 강압당하거나, 타협할 수 있습니다. 비트코인은 인플레이션에 기반한 재원 조달 가능성을 없애고 자기 스스로 헤쳐나가기로 결정하는 쓴 약을 삼켰습니다.

무제한/제한 블록공간(Unbounded/bounded block space)

블록공간에 관한 논쟁은 위에서 언급한 자원의 제약과 비슷한 의미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더 큰 블록공간을 옹호하는 주장은 더 많은 블록체인 기술 적용 사례, 사용자 저변의 대중화, 낮은 거래 수수료 등 더 큰 블록공간을 통해서만 이룰 수 있는 네트워크의 잠재성을 거론합니다. 비트코인의 블록공간 보존을 옹호하는 주장은 일부 기능의 미미한 개선을 위해 거래 검증 비용을 높이는 것은 너무 대가가 크다고 주장하며 이를 반박합니다.

비트코인 캐쉬(Bitcoin Cash)나 BSV와 같은 비트코인 포크 네트워크에서는 표준적으로 개발자가 아닌 채굴자가 블록 크기를 책정하며 실제 비트코인의 실질적 블록 크기 상한 2mb를 훨씬 상회하도록 책정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블록 공간은 경제적 외부 효과를 야기하므로 문제가 됩니다. 블록 크기 상한을 올리는 것은 채굴자에게 비용이 들지 않습니다. 사실, 대규모의 채굴자는 영세한 채굴자를 불리하게하기 만들기 위해 더 큰 블록 크기를 선호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블록체인의 용량은 인증에 소요되는 비용 증가에 따라 인바운드 지급을 확인하고 체인이 유효한지 확인하려는 거래검증 노드 운영자에게 매우 실질적인 비용을 야기합니다. 채굴자와 블록 크기에 영향을 받는 사용자는 인센티브가 일치하지 않습니다.

이런 외부 효과에 직면한 비트코인은 최초 블록 크기를 1mb로 제한하였고, 현재 일부 비현실적으로 극단적인 경우 4mb까지, 보다 현실적으로는 약 2mb로 제한합니다. 비트코인의 정통 논리의 관점에서는 네트워크의 비경제적인 사용을 배제하기 위해서뿐만 아니라 거래 검증에 수반되는 비용을 계속 낮게 유지하기 위해 블록 공간을 제한한다는 점입니다.

또한, 간단한 경제학적 관찰을 통해 무제한의 블록 크기의 결과가 어떨지 명확하게 알 수 있습니다. 복제 가능한, 가용성 높은 특성을 지닌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하려는 수요는 사실상 무제한하기 때문에 블록 공간의 가격이 너무 낮으면 사용자들은 어떤 데이터든 가리지 않고 모두 블록 체인에 저장하고자 할 것 입니다. 이 현상의 문제는 거래검증을 하기 위한 다운로드 용량이 커지고 지속적으로 하드 드라이브가 필요하게 되어 거래검증의 비용을 영구적으로 증가시킨다는 점입니다. (이더리움의 State Rent 개선안에서는 이 문제를 인정하고 해결책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비트코인은 소위 높은 수수료를 문제로 보지 않고 오히려 받아들여, 높은 블록 생성 비용을 통해 특정 스패밍이 비싸고 경제성이 없게 만듭니다.

BSV와 같은 블록 공간 상한을 완전히 열어 놓은 블록체인에서는 일반적으로 낮은 사용량(BSV의 일일 활성 주소(daily active addresses)는 1만개 미만으로 비트코인의 80만개와 대비됨)를 보이다 인공적으로 많은 데이터가 네트워크에 주입되는 시기에 사용량이 급증하여 장기적으로 거래검증을 매우 어렵게 만듭니다.

비트코인(빨강)과 BSV (주황)의 일일 데이터 전송량. Coinmetrics

EOS의 경우는 흥미로운 사례입니다. 블록공간 비용이 비교적 저렴한 점을 감안할 때 (기술적으로 정교한 네트워크 리소스 시스템을 통해 가격이 ‘책정’되었음에도 불구하고) EOS 네트워크는 비경제적이거나 스팸 성격의 사용량 비율이 높았습니다. 이것은 일견, 네트워크 사용량을 과장하려는 인센티브가 높았고 사용량을 과장하는데 필요한 비용이 적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 경우 경제적 인센티브에 따라 (네트워크 또는 특정 dApp(분산화 애플리케이션)을 홍보하기 위해) 수백, 수천만의 데이터베이스 항목이 만들어져 블록체인에 스팸 성격의 부담을 줍니다. 이는 매우 실제적 결과를 낳았습니다. 일례로 오늘날 EOS의 전체 아카이브 노드(archive node)를 운용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사실은 공공연한 비밀입니다. 아카이브 노드는 네트워크를 쿼리하려는 데이터 제공 사업자에게만 필요한 기능이긴 하나, 이는 여전히 네트워크 리소스의 관리 방만으로 인해 네트워크의 표준 기록을 유지하는 것이 어려워진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블록 공간에 관한 논쟁은 네트워크의 지속 가능성 문제로 이어집니다. 블록 체인이 수수료를 청구 할 수 있으려면 사용자가 블록 공간에 가치를 두어야만 합니다. 그러나 블록 크기의 제한이 완전히 사라지면 블록 공간의 가치가 없어질 것으로 추론해볼 수 있습니다. 공급이 무한한 상품에 대해 사용자가 가격을 지불할 수 있을까요? 블록 공간을 제한함으로써, 비트코인은 언젠가 채굴자의 블록보조금을 대체할 수수료 시장을 유지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에 반대론자들은 블록 크기를 늘리면 점점 더 사용량이 많아지고 결과적으로 수수료로 드러날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MIT 비트코인 엑스포의 저자 발표자료: 비디오

저자는 이를 ‘넓고 얕은 수수료 시장 모델’이라고 칭합니다. 실증적으로, 이런 수수료 시장은 아직 현실화되지 않았으며, 페이스북의 리브라(Libra) 같은 컨소시엄 블록체인이 결제시장을 잠식하게 되면 저비용과 결제 기능을 핵심으로 한 여타 암호화폐의 미래는 희망을 잃을 수 있습니다.

주요 블록체인 채굴자에게 지급된 일간 수수료(달러 기준) Coinmetrics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외에는 어떤 자산도 차트에 나타나지 않습니다. 그 중 라이트코인(Litecoin)만이 하루에 천달러 이상의 수수료를 기록하였습니다. 비트코인 캐쉬(BCH), BSV, 대쉬(Dash), Z캐쉬(Zcash), 모네로(Monero), 스텔라(Stellar), 리플(Ripple), 도지(Doge)는 모두 일일 수백 달러 수준에 그치고 있습니다. 이것은 비트코인과 같이 향후 공급량을 줄여 나가려는 암호화폐의 지속 가능성에 나쁜 징조입니다. 현재,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을 제외하고는 어떤 암호화폐도 수수료를 기반으로 거래검증 시장을 유지할 수 있는 위치에 진입하지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블록 공간에 가격을 책정해 수수료 시장의 발전을 이끄는 것은 일견 고통스러운 비용을 수반하지만 비트코인의 핵심적 특징이기도 합니다.

저자는 이 글을 통해 무엇보다도 이상하거나, 너저분하거나, 망가진 것처럼 보이는 비트코인의 디자인 특성은 이면에 합당한 이유가 있다는 점입니다. 그렇다고 비트코인의 특성이 논쟁의 여지 없는 최선의 방안이라고 확신할 수는 없습니다. 정당성을 입증할 만한 다른 대안도 분명히 있으며, 수천 개의 프로젝트에서 다른 디자인의 가능성을 적극적으로 실험하고 있습니다.

사토시 나카모토는 전능한 서반트(savant)가 아니었고 일부 시스템의 향후 발전 방향을 예상하지 못한 부분도 존재하긴 하나, 비트코인이 선택한 트레이드오프는 대체로 정당성을 입증할 수 있습니다. 비트코인이 절대적으로 옳은지 아직은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이 점은 분명합니다. 한눈에 잘못 설계된 듯한 비트코인의 특성을 찾게 되더라도, 자세히 살펴보면 대체로 그런 특성이 필요한 정당한 이유를 발견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Thank you to Allen Farrington and Matt Walsh for the feedback.

저자: Nic Carter

Castle Island Ventures의 파트너. Coinmetrics.io의 공동설립자

[번역자의 말]
이 글은 영어 원문을 번역한 글입니다.
업로드에 대해 원저자의 허락을 얻었습니다.
직역이 매끄럽지 않은 표현은 일부 의역하였습니다.
원문 주소: https://medium.com/@nic__carter/bitcoin-bites-the-bullet-8005a2a62d29
원저자의 트위터: https://twitter.com/nic__car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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