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미평양냉면 — 너무나 한국적인,

이번 글쓰기부터는 형식을 바꾸어 각자의 의견을 모두 소개하는 것이 아닌, 전체적인 의견을 흐름에 따라 (내 맘대로) 기술하기로 하였다. 물론 되도록 소수의 목소리도 기고 안에 존재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평냉특집 마지막 주제는 트위터를 한창 뜨겁게 달구었던 진미평양냉면이다. 기실 7월에 방문했던 곳을 이제야 와서 기술하는 것이라 우선 동호회원들 및 독자들에게 죄송하기 이를 데 없다. 그러나 글 쓴다고 누가 돈을 주는 것도 아니므로 내 마음대로 할 것이다…는 건 물론 아니고 죄송합니다☆

잡설은 이쯤에서 각설하고, 먼저 냉면부터 살펴보자.

냉면, 1만원

언제나 생각하곤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맛있으면 용서된다. 그러나, 사실 이 “그럼에도 불구하고”가 용납할 수 있는 범위는 어디까지일까?

봉밀가에서 먹은 냉면도 이 정도로 타래 상태가 처참하지는 않았다. 물론 맛은 그보다 낫다. 비교 대상 자체가 아니다. 그러나 나는 한 그릇에 만원짜리 음식을 먹으러 왔다. 시장통 국밥이 아니라. 차마 건드리기도 전인데 고명은 국물 속에서 냉수마찰을 즐기고 있다. 적어도 이것이 맛있는 비주얼은 아니다.

그래. 그래도 정말로 맛있으면 그만이니까.

맛은 어떨까? 면은 진한 메밀향을 좋아하는 사람을 만족시키기에는 부족하지만 찰기는 우선 합격점이다. 국물은 좀 아쉽다. 본래대로라면 면의 찰기를 살리고 동시에 메밀향을 부각시키기 위해 좀 더 조미료 사용을 좀 더 자제했어야 한다. 짠맛과 단맛이 다소 메밀향을 누른다. 하지만 덕분에 간 자체는 괜찮은 수준이다. 그렇기 때문에 초심자들도 부담스럽지 않게 먹을 수 있다(즉, 타협이다). 고명은 두 가지 고기가 올라간다. 돼지와 소. 껍데기가 있는 제육을 차가운 국물과 먹는 것도 재밌는 경험이다.

투덜대긴 했지만 결론적으로 맛은 1만원이라는 가격을 뒷받침하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다만, 여전히 그 맛을 뒷받침하는 형식이 부족하다. 아쉽다.

접시만두, 1만원

만두는 어떨까. 다들 봉밀가에서의 끔찍한 경험 때문인지 찬양 일색이었다. 숙주와 두부, 좀 더 고기 함량이 높고 존재감 있게 간이 되어 있다. 전형적인 이북만두에 비해 참기름 향과 후추향이 다소 자극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 대신 초심자도 큰 어려움 없이 즐길 수 있다. 그렇다. 이 역시 타협이다. 음식에 있어 타협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아쉬운 부분일 수도 있다. 하지만 대다수의 사람에게 거슬릴 정도는 아니다. 이 집에서 어쩌면 제일 영리하게 만든 음식일지도 모른다.

물론 그런 만두 하나에 약 1700원이다. 나는 사먹을 것이지만, 판단은 독자의 몫이다.

편육 반/제육 반, 25000원

누군가가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빌어먹을 을지면옥이 모든 걸 망쳤어. 거기 사실 제육이 맛있는 게 아니라 양념장이 맛있는 건데, 우리는 자꾸 평양냉면집에 가면 제육이 맛있을 거란 헛된 기대를 하지.”

상당히 공감한다. 적어도 노포에 앉아 수분 다 빠져나간 뻑뻑한 제육을 씹으며 삶이란 무엇인가, 하는 고뇌에 빠져 소주를 시켜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더욱 공감할 것이다(물론 나는 그런 적이 없으므로 내 추측이다).

“삶은 고기” 형태의 음식이 가지는 기본적인 보관 방법의 한계는 어쩔 수가 없다. 물론 해법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고, 다른 방식으로 해결한 곳들도 있다. 하지만, 진미는 그러한 방법을 택해서 잃어버리는 것이 수분을 잃어버리는 것보다 더 크다고 생각한 것 같다. 그러므로 제육/편육에 대한 사람들의 평가는 언제나 극과 극을 달린다. 같은 사람도 어느 날은 욕을 하고 어느 날은 칭찬을 한다.

참고로 이 날은 훌륭한 편이었다. 뻑뻑한 느낌은 거의 받지 못했고 특히 편육도 쫀득한 뉘앙스가 있을 정도로 촉촉했다. 그리고 훌륭한 양념장이 존재한다. 결론적으로 시간대만 잘 맞춰 방문한다면, 괜찮은 편육과 제육을 먹을 수 있다. 물론 시간대를 잘 못 맞출 경우는…

결국 보관으로 잃어버리는 퀄리티 유지는 고스란히 식객의 몫이다. 이제 좀 이런 말도 안되는 일은 그만할 때가 되지 않았을까?

결론적으로,

맛 자체는 딱히 어디 뒤지지 않는다. 능라보다 낫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거기서 느껴지는 아쉬움들— 형식/퀄리티 유지에 대한 노력 등 — 은 분명히 너무나도 한국적이다. 그래서 맛있으면 그만이고, 같은 돈을 내고도 운이 없어 맛있는 것을 못 먹는다. 이제 이런 건 좀 사라질 때가 되지 않았을까. 적어도 이 정도 가격대의 식당이라면.

물론 나나 당신들이나 이러한 불합리에도 불구하고 이 곳을 다시 방문하게 될 것이고, 이것이 우리의 팔자인 듯하다. 쥔미푱양냉면 솨랑해요!

p.s

이로써 강남 평양냉면 트릴로지가 끝났다. 다음 글 부터는 파인다이닝 특집이 올라올 예정이다. 필진도 바뀔 예정이니 많은 사랑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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