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글 “꿈을 쫓기 위해…”에 관한 인사이트

며칠 전에 번역해서 올린 글을 페이스북에 공유한 뒤, 하루 동안은 잠잠했다. 갑자기 조회수가 급격히 증가하기 시작하더니 이틀 만에 약 1만 5천 뷰를 기록했다.

구독자가 갑자기 늘어서 글쓰기가 조심스러워졌다. 원저자 허락없이 번역한 글이 바이럴을 탔으니 거의 날로 먹은 셈. 사실 저작권 상의 문제가 없는지 이리저리 알아보고 있다. 미디엄이 구상하는 향후 수익모델이라는 것이,글을 쓴 사람이 자기 글이 읽힌만큼 이익을 가져갈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이라고 하는데 만약 그렇다면 함부로 번역해서 퍼뜨리는 건 분명 문제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어쨌든 양심상 인사이트라도 공유해야겠다 싶어 상황을 지켜보면서 얻은 몇 가지 내용을 정리해보았다.

1. 좋은 글은 읽힌다

‘좋은 글’의 정의가 애매할 수 있다. 미디엄과 같은 온라인 플랫폼은 그 정의를 단순화시켰다. 많은 사람들이 읽고 나서 반응하는 글, 즉 댓글을 달거나 하트를 누르거나 공유를 하는 글이다. 영어로 읽는 일이 익숙하다면 미디엄에는 매일 읽을거리가 넘쳐난다.

“꿈을 쫓기 위해…”가 단순히 ‘좋아요’ 누르고 싶은 글을 넘어서서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퍼나르는 글이 된 데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을 거다. 표면적으로는 직장인들이 호응할 수 있는 주제라는 점에서 그랬겠지만 내가 보기에는 그것이 근대 이후를 살아가는 인간들의 본질적인 ‘불안’을 건드리는 지점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본다.

요컨대 이런 거다. “직장을 다니기는 싫다. 그렇지만 쉽게 그만둘 수는 없다. 나는 대체 왜 사는가? 무엇을 해야 하는가? 회사를 관둠으로써 사회경제적 기반을 잃는 모험을 할 생각은 없고, 그래도 직장을 다니면서 삶의 의미는 찾고 싶다. 조그만 꿈이 있다면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을 하는 것인데, 언제쯤 가능할까?” 이런 고민을 하는 사람들에게 ‘지금 그만둘 생각은 하지 말고, 오랜 시간을 들여 나올 준비를 하라’라는 메시지는 그 자체로 큰 위안이 아니었을까? 사실 나도 읽으면서 그 지점에서 울림이 있었고.

어쨌든 흔한 자기계발서에서 나온 것이 아닌, 업계 유명인이 최근에 쓴 글이라는 점에서 글 자체가 갖는 시의적인 파워도 있었다. 충분히, 잘 갈무리만 된다면 널리 읽힐 수 있는 글이었다.

2. 은근히 많은 직접 유입

전체 조회수 중 7% 정도는 이메일 또는 링크 주소 등을 통한 직접 유입이다. 미디엄이 매일 뿌리는 데일리 다이제스트의 효과일까? 글을 올릴 때만 하더라도 내 계정의 구독자가 많지 않았고, 구독자가 늘었다 하더라도 기존에 올려둔 글이 소개되진 않을테니 직접 유입이 이토록 많은 것은 좀 아리송한 구석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초 공유를 페이스북으로 했고 이에 따라 조회수의 약 88%가 페이스북을 통해 일어났는데도 그 다음으로 많은 유입이 이 경로였다는 점은,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 바깥에서 컨텐츠를 소비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주는 지점이 아닌가 한다.

3. 매직 넘버 42

제목을 좀 과장해서 붙여봤다. 지난 글 조회수 대비 완독률(Reads)은 처음에 조회수가 100 정도였을 때도 42%였고 조회수가 1만 5천을 넘은 지금에도 42%다. 그러니까 이 글을 10명이 읽으면 6명은 반드시 중간에 나가는 등의 이유로 집계에서 제외된다는 것이다.

왜 나갔을까?

재미가 없거나, 읽다가 너무 길게 느꼈거나, 맘에 안 드는 내용 때문에 글을 다 읽기 전에 나가버리면 완독률에 체크가 안 되는 것으로 보인다. 아마 분명히 그런 기능이 제공될 것으로 예측되는데, 어느 지점에서 이탈률이 높은지를 보여주면 글을 쓰는 사람들은 (이미 방송국 이 시청률 곡선 분석 내용을 바탕으로 오래전부터 해왔던 것처럼) 독자들의 흥미를 유지시키기 위해 어느 지점에서 자극을 주어야하는지를 고민하게 될 지 모른다. 물론 진정 좋은 글을 고민하는 사람은 그것과 상관없이 전체적인 흐름에 더 집중하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종전에 써 두었던 페이스북과 관련된 글들은 조회수가 상승하면서 (아마 이번에 쓴 글을 보고 나서 뭐 더 없나 하고 찾아보신 분들이 아닐까 싶은데) 완독률도 같이 올라갔다. 적극적으로 좋은 컨텐츠를 찾는 사람들은 완독률이 높은 게 아닌가 한다. 다음 번에도 이번처럼 많은 사람들이 유입되는 일이 있을진 모르겠는데, 비슷한 길이의 글에 대한 인사이트 분석할 기회가 또 있다면 42가 완독률 매직넘버인지 아니면 글마다 다른 것인지 비교해볼 수 있을 것 같다.

4. 낮은 추천 수

조회수가 안 뜨니까 아마 사람들은 잘 모르겠지만, 조회수 대비 추천 수가 신기할 정도로 낮다(조회수 1만 5천/추천 10개). 아마 미디움 계정을 가진 한국 사람들이 많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추측된다. 사실 나도 여기를 미디움으로 불러야 할지 미디엄으로 불러야 할지 갈피가 안 잡힐 정도로 소개된지 얼마 안 된 곳이기도 하고, UI가 익숙치 않아서 아래쪽에 하트가 뭔지 모르는 사람이 많은 것도 추천 수가 낮은 이유일 거다.

다시 말해 지금 미디움에서 한국어로 글을 쓴다는 것은, 매우 선도적인 일이다. 업계의 얼리어답터들에게 나 자신과 자기 팀을 알릴 수 있는 기회다.


덧1. 그러니까 이 글을 읽고 맘에 드셨다면 미디움 가입하시고 (페이스북/구글로 매우 쉽게 가입 가능) 하트를 눌러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덧2. 아울러, 비영리 목적의 번역과 온라인 포스팅에 있어서의 저작권 침해에 관한 통상적인 용인 한도에 대해 잘 알고 계신 분이 있다면 댓글로 조언 부탁드립니다.


정치 스타트업 와글에서 일하고 있는 김정현입니다. 부족한 글쓰기와 말하기로나마 일을 하고 사람을 만납니다. 페이스북 계정은 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