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우드로 기사 쓰기

삽질의 기록


IT 분야의 기자로 일하면서 기술에 대한 관심을 갖는 것은 중요합니다. 관심뿐만 아니라 내 생활이나 업무에 기술을 활용할 수 있다면 더 좋겠지요. 그래서 기사를 쓰는데 클라우드 서비스를 활용한 이야기를 해 볼까 합니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지금까지 어떤 고민을 했고 어떻게 풀어 나갔는지를 기록하는 차원에서 적어 봅니다.

현재 제가 일하고 있는 잡지의 기사 제작 과정은 다음과 같이 이뤄집니다.

원고 작성 — 텍스트/워드 파일과 그림 파일로 송고 — 편집 디자이너가 편집 — 프린트 및 PDF로 교정 — 출력 및 인쇄

별도의 송고 시스템이 없는 영세 월간지의 형편이 그대로 드러나는 프로세스네요. 한편으로 정해진 시스템이 없어서 이런저런 시도를 자유롭게 해 볼 수 있는 것은 좋다고 생각합니다.

이 중에서 기자가 손을 댈 수 있는 과정은 원고를 작성하고 송고하기까지인데, 송고는 편집 디자이너가 쉽게 사용할 수 있는 파일 포맷으로 해야 하니 기자 마음대로 바꾸기가 어렵습니다.

가볍게, 더 가볍게를 외치며 아이패드 미니까지 왔습니다.

이 글을 쓰는 현재 취재 때 쓰는 도구는 아이패드 미니(와이파이 버전)와 애플 블루투스 키보드입니다. 그 전에는 넷북을 썼는데 크지는 않지만 은근히 무게가 나간다고 느껴서 아이패드로 바꾼 것이 1세대를 거쳐 미니까지 왔습니다. 아이패드로 쓴 글을 PC로 쉽게 보내서 작업하고 싶다는 것이 클라우드 서비스를 고민하게 된 주된 이유였습니다.

한편으로 기사 원고가 매달 쌓이다 보니 하드디스크 용량을 차지하게 되고, PC의 문제로 하드디스크를 포맷하면서 자료를 날려 버리는 경험도 겪었습니다. 취재를 준비하거나 기사를 쓸 때 이전에 썼던 내용을 찾아 보는 것이 적잖이 수고스럽고 결과는 마음에 들지 않는 일이 되기도 했고요. PC에 저장된 문서 파일을 검색하는데 한계가 있다 보니 ‘클라우드를 써 보면 나아질까’ 하는 생각에 이른 겁니다.

입맛에 맞는 클라우드 서비스를 찾는 과정에서 나름대로 정한 원칙은 이렇습니다.

1. 플랫폼의 제약이 없거나 적어야 한다: 밖에서 쓰는 아이패드 미니와 회사에 있는 윈도우 PC, 또 가끔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갤럭시 넥서스)으로도 글을 쓰거나 읽어야 하니 최소한 이 세 개의 운영체제는 지원해야 합니다.
2. 파일 기반이 아닌 문서 단위로 저장해야 한다: 글을 파일로 저장하면 저장 공간의 문제를 여전히 안고 갈 것 같고, 사용 환경을 옮기면서 중복 파일이 생길 수 있어 일관된 버전 관리가 어렵겠다고 생각했습니다.
3. 오프라인 편집이 가능해야 한다: 지금 쓰고 있는 아이패드가 와이파이 버전이기도 하고, 집이나 회사가 아닌 자리에서 네트워크 연결이 항상 원활하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 중요한 고려 사항이었습니다.
4. 무료 서비스여야 한다: 유료 서비스까지 포함하면 더 다양한 선택을 할 수 있겠지만, 되도록이면 돈을 들이고 싶지 않았습니다.

구글 드라이브

우선 눈에 들어온 것은 구글 드라이브(Google Drive)였습니다. 사실 클라우드를 고민하게 된 시작의 절반 쯤은 '구글 드라이브를 업무에 활용하고 싶다'는 것이기도 했고요.

구글 드라이브의 조사 도구

구글 드라이브는, 문서 프로그램보다는 못하겠지만, PC 환경에서는 비교적 쾌적하게 쓸 수 있고 위의 원칙에도 대체로 잘 맞는 서비스인 것 같습니다. 크롬 브라우저를 사용하면 오프라인 환경에서도 작업이 가능합니다. 그리고 문서를 텍스트 파일이나 워드 파일로 저장할 수 있다는 점도 기사를 쓴 후 송고하는 과정에 도움이 될 거라고 판단했습니다.

구글 드라이브의 문서 업데이트 기록

구글 드라이브를 쓸 때 유용한 기능이 ‘조사 도구’와 ‘업데이트 기록 보기’ 기능입니다. 구글 드라이브의 조사 도구는 글을 쓰는 중간에 필요한 내용을 쉽게 검색할 수 있어 도움이 됩니다. 메모한 내용을 기사로 다듬는 과정에서 흐름에 맞게 처음에 적었던 내용을 지우거나 내용의 순서를 옮기는 일이 많은데, 업데이트 기록을 톨해 수정한 내용을 보거나 되돌릴 수도 있어 편리합니다.

그런데 iOS용 구글 드라이브 앱은 오프라인에서 문서 생성과 편집이 안 되었기 때문에(과거형이 된 이유는 밑에서 설명하겠습니다.) 와이파이 버전의 아이패드에서는 제대로 쓰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러면서도 최종 기사 작성 도구로서 구글 드라이브의 장점을 버리기가 아깝다는 생각에, 구글 드라이브와 함께 쓸 만한 취재 메모용 클라우드 서비스를 다시 찾아 보았습니다.

에버노트

에버노트의 태그

그래서 선택한 것이 에버노트(Evernote)였습니다. 에버노트의 장점은 카테고리와 비슷한 ‘노트북’과 ‘태그’의 두 가지 분류 방법을 제공해서 문서를 관리하고 찾는데 도움을 준다는 것입니다. 무료로 사용하면 업로드 용량의 제한이 있지만, 서식도 없는 텍스트 입력이 주 용도이고 이미지를 많이 넣을 필요도 없기 때문에 큰 문제는 아니었습니다.

에버노트 앱의 문서 카메라 기능

또 모바일 앱의 ‘페이지 카메라’ 기능도 매력입니다. 취재 환경에 따라서 아이패드와 키보드를 펴 놓기 어려운 상황도 있고 대면 인터뷰에서는 인터뷰이가 아이패드나 노트북을 부담스러워 해서 노트에 필기를 하는 경우가 있는데, 에버노트 앱은 문서 캡처에 적합한 ‘페이지 카메라’ 모드를 제공합니다. 필기한 글을 카메라로 찍어서 새 문서로 만들거나 기존 문서에 포함시길 수 있기 때문에, 키보드로 입력한 글과 펜으로 적은 글을 모아서 관리할 수 있습니다. 또 이미지로 저장된 내용에서도 텍스트를 검색할 수 있습니다.

iOS 메모 앱

아이패드에 쓴 글이

여기서 끝나면 그래도 좋았겠지만, 아이패드의 운영체제인 iOS가 7 버전으로 올라가면서 에버노트 앱의 한글 입력에 문제가 생긴 것이 화근이었습니다. 글을 입력하는 도중에 한글의 자모가 떨어지거나 쓴 글을 수정할 때 엉뚱한 글자가 되는 현상이 생겼습니다. 에버노트가 몇 차례 업데이트되면서 조금씩 나아지기는 했지만, 불편하고 신경이 쓰이는 것을 피하기 위해 iOS에 기본으로 포함된 메모 앱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아이클라우드에도 있고

어떤 꾸미기 기능도 없이 내용만 입력할 수 있어 쾌적하고 iOS에 기본으로 들어 있어 추가 설치에 대한 부담도 없는 것이 메모 앱의 장점입니다. 애플의 아이클라우드(iCloud)에 자동으로 저장되기 때문에 파일을 잃어버릴 걱정도 없습니다.(아이클라우드의 신뢰성은 조금 다른 문제겠지만)

iOS에 종속된 클라우드 환경이라는 것이 걸림돌이었는데, 최근에는 icloud.com 웹 사이트에 접속하면 PC에서도 동기화된 메모를 볼 수 있게 되어서 이 점도 어느 정도 해결된 것 같습니다.

다시, 구글 드라이브

구글 드라이브와 별도로 문서와 스프레드시트 편집 앱이 생겼습니다.

최근 구글 드라이브의 모바일 앱이 업데이트되면서 읽기 전용으로 바뀌고, 문서(iOS/안드로이드)와 스프레드시트(iOS/안드로이드)의 편집 기능이 별도의 앱으로 선보였습니다. 무엇보다 오프라인에서 문서를 만들고 편집하는 것이 가능해졌기 때문에, 에버노트나 메모 앱을 쓸 이유가 사라졌습니다.

그래서 이 글을 쓰는 지금은 구글 문서 앱으로 취재 현장에서 메모한 후 PC의 구글 드라이브에서 기사를 정리하고 있습니다. 다만 에버노트 앱에서 보였던 한글 입력 문제가 구글 문서 앱에서도 일어나는데, 이전 에버노트 앱만큼은 아닌 것 같고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거라고 생각해서 일단은 구글 문서 앱을 계속 써 볼 생각입니다.

삽질은 계속 된다

그간의 이야기를 적어 놓고 보니 짧은 '삽질의 역사'가 되어 버린 느낌이 듭니다. 앞으로 또 어떻게 달라질지, 무슨 삽질을 더 하게 될지 모르지만 계속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조금씩 좋아질 거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려 합니다.

Email me when 정수진 publishes or recommends stori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