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님과 1on1으로 얻은 네 가지

theora
5 min readMay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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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직중인 회사에서는 매년 4–5월에 한 해의 업무 목표와 자기 개발 계획을 스스로 세우고 매니저와 면담하는 미팅을 한다. 항상 의미있는 미팅이었지만 특히 올해 미팅은 여러모로 큰 의미가 있었다.

지금까지는 서비스 기획자로 일했으므로 목표를 잡을 때 특정 프로덕트 대상으로 잡았다. 프로덕트 기획/개발 팔로업/런칭/개선 등이 주로 해야 하는 일이었다. Tech PM으로 업무가 바뀌면서, 내가 생각하는 가장 큰 변화는 목표가 프로덕트 중심에서 프로젝트 중심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드는 여러 가지 고민이 있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여러 고민들은 팀장님과 대화를 나누며 모두 해결되었다. 얻은 것이 많았던 1on1을 정리해봤다.

Photo by Priscilla Du Preez on Unsplash

1. 매니저와의 소통 고민

  • 그동안 공식적으로 2명의 매니저가 있었는데, 스타일이 아주 달랐다. 아주 작은 것까지 공유를 원하는 매니저와, 사소한 일을 이야기하기는 어려운 조직도 상 높은 위치에 있는 매니저. 그 간극이 커서, 현재의 매니저에게는 업무 공유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 기준을 잡는 것이 어려웠다.
  • 솔직하게 그대로 물어봤다. 돌아온 답은, 정답은 나도 모르지만, 계속 같이 얘기하면서 그 중간을 맞춰보자는 것이었다.
  • 주기적으로 1on1을 하려고 노력해보겠지만, 만약 어렵다면 꼭 요청해 주길 바란다고 덧붙이셨다. 그리고 1on1에서는 어떤 것이든 얘기할 수 있어요. 정말 사소한 것부터 다요. 라고 하셨다.
  • 보통 1on1은 정말 특별하게 문제가 있는 경우에만 요청하게 되는데, 스스로 필요하다고 생각할 때 내가 먼저 요청해 볼 수 있으면 좋겠다.

2. 직무 전문성 고민 — 엔지니어링 지식

  • 5년차가 되었는데, 직무를 바꾸게 되면서 다시 1년차가 되버렸다. 말이나 글, 설득 기술 같은 소프트스킬은 내 안에 잘 남아있고 여전히 잘 하지만, 하드 스킬은 zero가 된 기분. 최근 업무로 코드 리뷰를 리서치 하면서 pull request가 뭔지 부터 하나씩 알아보고 있는 나 자신을 보면서, 전문성을 키우는 것에 대한 걱정이 생겼다.
  • 이 걱정을 어떻게 해결하지? 대학원을 가야 하나? 기술경영전문대학원(MOT) 국내 과정을 한참을 뒤졌다. 영 애매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 내가 좋아하는 책 <직장인에서 직업인으로>에서 작가 김호는 “꼭 가지 않아도 되는 학교가 대학원이다.” 라고 말했다. 내가 연구하고 싶은 분야가 있는 것도 아니고, 논문을 쓸 계획도 아닌데. 오히려 나는 업무에서 전문성을 쌓고 싶은 거라면, 대학원이 정말 맞는 건가 고민이 되었다. 책을 읽어야 하나, 스터디를 해야 하나, 혼자서는 답이 잘 나오지 않았다.
  • 1on1 미팅의 마지막 즈음에 이 고민을 팀장님께 털어놓았다. 팀장님은 빠르게 해법을 제시해주셨다. 우리 조직의 프로덕트를 하나씩 함께 뽀개보자는 것이었다. 팀원들과 함께 돌아가면서 한 프로덕트를 맡아서 공부하고 공유해보자고 했다. 책도 이론도 대학원도 아니고, 실제 사례에서 실제 돌아가는 걸 보면 엔지니어링 지식도 쌓일 것이라고 했다. 그렇구나! 엔지니어링 지식은 책에 있는 게 아니라, 코드에 있는 것이구나. WIKI에 있고 BitBucket에 있고 Spinnaker에 있구나! 새로운 깨달음이었다.

3. 팀장님의 질문 — 네가 진짜로 원하는 게 뭐야

  • 원하는 일만 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너무 원하지 않은 일만 하다가 불만이 쌓이면 퍼포먼스도 안나오는 거니까, 어떤 방식으로 일하길 원했는지 물으셨다. 1on1 전에 5년차 서비스 기획자의 경력 개발 : 희망편 vs 절망편 글로 그동안 내가 원했던 것과 현재의 상황을 정리해보고 가길 잘했다. 이 내용을 거의 그대로 말로 풀어서 전달했다.
  • 4년 동안 서비스 기획자로 일했고, 내가 그대로 서비스 기획자로 직무를 이어갔다면 하고 싶었을 일에 대해 이야기했다. 하지만 현재 기획 조직에서는 이것이 잘 받아들여지지 않았을 거라는 것도 안다고 말했다. 또 불만이 쌓여서 서로 힘들었을 거라고 생각했다.
  • 그동안 해왔던 일과는 다른 일을 하게 되었지만, 내가 하고 싶었던 일과 비슷한 종류의 일을 지금 하게 된 것도 있다고 말했다. 자동화 툴을 만드는 일들, 개발 지식을 더 쌓을 수 있는 일들 같은 것. 오히려 지금이 더 좋은 면이 많다고 얘기했다.
  • 조직의 위키 문서 정리하는 일도, 사실 개인적인 프로젝트로 자주 하던 일이라고 이야기했다. 좋아서 한 일이고, 재미있었다고. 개인적인 나의 가치관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하는 것인데, 그것을 이룰 수 있어서 성취감이 큰 작업이었다고 덧붙였다.
  • 확장성이 있는 일을 할 수 있는 것도 참 좋다고 얘기했다.

4. 팀장님이 주신 social snack 냠냠

(*social snack : 무언가 성취했을 때 사람들이 내게 해주었던 기분 좋은 말, 내게 큰 힘이 되었던 누군가의 칭찬이나 다정한 말, 좋아하는 사람과 즐거운 시간을 보냈던 기억등은 마음이 힘들 때 힘이 되어주는 소셜 스낵이다. <직장인에서 직업인으로>, 69쪽)

“회사에서 하고 싶은 일만 할 수 있는 건 아닌데, 이런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제안해주는 게 매니저 입장에서는 아주 고마운 사람이에요.”

“theora님은 그런거 잘하잖아요!” 이런 것들이 이미 많아요. 저도 그렇고, 실장님도 알고 있어요.

“이제 혼자만 있는 게 아니니까요.”

“어디 허허벌판에 던져놔도 뭔가 할 일을 찾아서 할 사람이니까요.”

마무리하며

  • 글로 정리해보니 고민은 해결되고, social snack도 얻고, 올 한해 일 잘 해볼 에너지와 가득한 계획까지 얻었다. 얻은 게 참 많은 1on1이었다.
  • 커리어리에서 봤던 The Looking Glass: 7 Questions to Impress Your Boss도 많은 도움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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