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드헌터를 위한 변명

링크드인에서 ‘매너 없는 헤드헌터’에 대한 글을 봤습니다.

제가 제대로 이해한 것이 맞다면, 일부 공감 가는 내용도 있지만 반론할 만한 부분도 있어서 정리해 보았습니다.

아래 글은 순전히 헤드헌터 입장에서 쓴, 100% 주관적인 의견입니다. 이 글은 다른 사람 의견을 대변하는 것이 아님을 밝혀 둡니다. 이 글을 다수 또는 전체 헤드헌터 의견으로 일반화하는 것은 부적절합니다.

글을 올린 분 의견을 정리해 보면,

1. 구직자 비매너와 헤드헌터 비매너를 거론하면서 후보자와 헤드헌터를 대립적 관계로 인식함.

2. 글 내용만으로는 본인 이직 관련해서 헤드헌터와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는지, 없었는지 파악이 안 됨

3. 헤드헌터가 글쓴이에게 동료 직원을 소개해 달라고 한 것을 예의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판단함

이 정도로 이해되나 글쓴이가 무엇을 주장하는 것인지는 정확하게 이해되지 않습니다.

비교적 긴 글이라서 제가 주장하는 결론을 먼저 말씀드립니다.

[결론]

헤드헌터에게 헤드헌터 본인 이력서를 달라고 요청하세요.

저는 포지션에 관심을 가지는 분에게는 직무요강과 함께 반드시 제 소개서(약력, 링크드인 url, 소셜 미디어 정보 등)를 보내드립니다. 전혀 모르는 사람이 갑자기 연락을 해온다면 누구든지 쉽게 마음을 열지 못합니다. 본인 이력서를 주기 전에 반드시 헤드헌터 이력서를 먼저 받으세요.

일반적으로 헤드헌터가 후보자에게 연락을 해서 포지션 관련 설명을 하고 이력서를 요청합니다. 대부분은 잘 모르는 헤드헌터로부터 연락을 받습니다. 서로 친분이 없고, 상호 본질을 모르는 상태에서 거래를 하게 된다면 아무래도 부적절한 오해가 있을 수 있습니다.

헤드헌터가 연락을 해온다면 우선 그 헤드헌터에게 본인 이력서를 달라고 요청하세요. 상호 교감을 위해서 담당 헤드헌터가 어떤 사람인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력서는 상대를 알 수 있는 중요한 자료입니다.

이력서를 받아본 후 그 헤드헌터와 거래 여부를 결정하시면 불필요한 언쟁이나, 논쟁이 확연히 줄어들 것입니다.

만 7년 이상 헤드헌터를 하고 있지만, 후보자로부터 제 이력서를 달라고 요청 받은 경우는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저는 제가 미리 제 정보를 제공하기 때문에 그럴 수 있으나, 아마 후보자 다수가 헤드헌터에게 그 자신 이력서를 달라고 먼저 요청하는 경우는 없을 것입니다.

어떤 헤드헌터인지 파악하기 위해서 반드시 이력서를 요청하세요.

만약 합리적인 이유가 있어서 이력서를 받기 어렵다면, 또는 그 헤드헌터가 이력서를 안 준다면 약력이라도 요청하세요. 어떤 업종에서 어떤 일을 몇 년이나 했는지 정도만 알아도 거래가 훨씬 수월하고 신뢰가 생길 것입니다. 후보자 본인이 경험한 업종과 거리가 먼 헤드헌터라면,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지만, 전형이 쉽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이마저 어렵다면 소셜 미디어 URL을 요청하세요. 요즘 소셜 미디어 계정 하나 없는 분 거의 없으니 소셜 미디어를 살펴보면 대략이나마 어떤 사람인지 파악할 수 있습니다. 페이스북, 링크드인, 트위터 또는 블로그 주소를 달라고 요청하세요.

위 모든 것을 못 받는다면 그 무엇이라도 헤드헌터를 파악할 수 있는 자료를 달라고 요청하세요.

위에서 언급한 것 중 하나라도 받지 못할 경우 그 헤드헌터를 신뢰하기 어렵습니다. 그런 헤드헌터가 있다면 거래를 안 하시는 게 좋습니다.

후보자와 헤드헌터가 단기간에 신뢰를 쌓기는 어려우므로 헤드헌터에게 이력서를 요청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후보자와 헤드헌터가 문서로 된 계약을 맺고 포지션을 진행하는 경우는 없습니다. 단지 상호 심리적 합의를 통해 포지션을 진행하게 되죠. 이 심리적 합의라는 것이 유리알보다 깨지기 쉬운 것입니다. 비록 친분이 깊지 않고 비즈니스로 만난 사이라 하더라도, 또 심리적 합의에 의한 비즈니스라 하더라도 신용은 중요합니다. 후보자와 헤드헌터가 서로 신용을 지키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어느 일방이 아닌, 서로 노력해야 합니다.

요지는 헤드헌터에게 이력서를 주기 전에 그 헤드헌터 이력서를 먼저 받아 보라는 것입니다.

[부연 설명]

세상에 여러 직업이 있고 헤드헌터는 그 여러 직업 중 하나일 뿐이다. 헤드헌터는 지극히 윤리적이고 도덕적인 사람이 하는 것이 아니며, 그저 이런 저런 이유로(대부분 생업이겠지만) 그 일을 하는 사람이다. 헤드헌터에게 윤리적, 도덕적 의무를 강조하는 분이 왕왕 있는데, 그런 의무는 모든 직업인에게 마찬가지로 요구되는 것이지, 특별히 헤드헌터에게 더 고차원적인 윤리적, 도덕적 의무가 요구되는 것은 아니다.

윤리적, 도덕적 의무에 관한 것은 개인 판단에 맡길 일이다.

거래 중인 회사 포지션에 적합하다고 판단되는 후보자를 서칭하고 추천하는 것이 헤드헌터에게 가장 중요한 일이고, 합격 시 고객사로부터 받는 수수료가 유일한 수입원이다. 다시 말하자면, 헤드헌터는 후보자에게 대단한 커리어 코칭을 해주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이다.

헤드헌터 입장에서 보면 합격한 후보자와 불합격한 후보자, 합격 가능성이 높은 후보자와 낮은 후보자, 계속 연락하고 싶은 후보자와 그렇지 않은 후보자 등이 있을 뿐이다.

헤드헌터는 매우 주관적 시선으로 이와 같이 후보자를 나눈다. 뭔가 대단한 합리적인 기준이 있는 것은 아니며 그 기준이 절대적인 선과 악으로 구분되는 것은 더욱 아니다. 이 점을 후보자는 반드시 인지해야 한다.

헤드헌터에게 포지션 제안을 받았다면 정말 자기 경력과 맞는지, 이직이 적절한지 스스로 판단해야 하며, 헤드헌터가 포지션 관련하여 충분히 신뢰할 만한 설명을 해주는지 파악해야 한다.

지원 여부는 최종적으로 본인 스스로 결정해야 하며, 헤드헌터가 임의로 지원을 결정할 수 없는 것이다.

헤드헌터는 회사와 계약을 맺고 해당 포지션에 가장 적합한 인물을 추천하며, 합격 시 계약된 내용에 의거 회사로부터 수수료를 받는 직업이다. 즉, 후보자나 합격자로부터 십 원 한 장 받지 않는다. 하여 헤드헌터는 후보자에게 고용된 사람이 아니며, 후보자는 헤드헌터에게 특별한 조건을 요구하거나 강요할 권리를 가지고 있지 않다. 포지션 진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가 있다면 합리적인 협의를 통해 해결하면 된다.

다만 추천 기회를 준 것만으로도 이미 상당한 도움을 헤드헌터에게 준 것이라 할 수 있고, 또 수수료를 받지 않는다고 해서 후보자에게 부적절한 언행이나 행위를 절대 해서는 안된다.

서로 존중해서 win-win 할 수 있도록 협업하는 것이 중요할 뿐이다. 더러 마치 헤드헌터를 본인이 고용한 것처럼 대하는 분들도 있는데 한번 생각해 볼 일이다. 굳이 구분하자면 헤드헌터는 언제나 ‘을’이다. 고객사에게 또는 후보자에게 헤드헌터가 ‘갑’이 되는 경우는 절대 없다.

헤드헌터는 후보자를 유혹하는 사람이 아니다. 만약 헤드헌터로부터 그런 감정을 받게 된다면 그 헤드헌터와는 거래하지 않는 게 좋다. 말솜씨가 아무리 좋아도 합격 가능성이 낮은 후보자에게 많은 시간을 투자하거나 지원을 종용하지 않는다. 되지도 않을 후보자 머릿수는 필요 없다. 즉, 머릿수를 채우기 위한 이력서 확보는 필요 없다는 것이다.

만에 하나 머릿수가 필요하다면 억지로 이력서를 받는 것보다 가짜 이력서를 만드는 것이 훨씬 수월할 것이다. 정말 머릿수가 필요하다면 말이다. 가짜 이력서를 만드는 헤드헌터는 없겠지만, 정말로 머릿수가 필요하다면 그렇게 하는 것이 더 수월하다는 것이다. 어차피 안 될 후보자이므로 가짜 이력서라는 것이 탄로날 일은 없다. 즉, 원하지 않는 후보자, 전형에 합격할 가능성이 낮은 후보자 이력서는 굳이 필요치 않다는 것이다.

정확히 모르긴 해도 우리나라에 헤드헌터 종사자가 수천 명은 될 것이다. 그 중에 몇 명과 거래를 해봤는지, 과연 본인이 거래해 본 헤드헌터 숫자가 직업군 전체를 대표할 만한 의견을 낼 수 있는 것인지 묻고 싶다.

헤드헌터와 거래 중에 불편하거나 모욕적이거나 부당한 대접을 받은 경험이 있다면, 그 헤드헌터 한 사람의 인격이나 직업관에 관련된 문제일 뿐이며, 다수 또는 전체 헤드헌터가 그럴 것이라고 일반화해서는 안된다.

적절한 커리어 코칭을 받고 싶다면 그런 일을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을(또는 헤드헌터를) 찾아서 합리적인 수수료를 지불하고 전문적 코칭을 받으면 된다. 그렇지 않다면 그저 본인이 잘 판단해서 진행 여부를 결정하면 된다.

돈 드는 것도 아니고 시간을 많이 뺏기는 것도 아닌데 헤드헌터의 제안을 한번 들어나 보고 판단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만약 비합리적인 제안을 받았다면 거절하면 그만이고, 헤드헌터가 마음에 안 든다면 앞으로 그 사람 제안은 안 받으면 된다. 굳이 기회를 먼저 걷어찰 이유는 없다. 기회인지 아닌지 생각해 본 후 걷어차도 늦지 않다. 물론 본인 경력에 비추어 생각해 볼 가치도 없는 포지션이라면 일언지하에 거절하는 편이 낫다.

많은 헤드헌터가 ‘뭘 좋아할지 몰라서 다 준비했어’, ‘언제 좋아할지 몰라서 항상 준비하고 있어’, ‘혹시 몰라서 또 준비했어’ 라는 마음으로 후보자에게 포지션을 제안하는 것 같은데 나는 그런 방식은 매우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사람 마음은 누구도 모르는 것이라서 특정 후보자에게 포지션을 제안할 적절한 타이밍인지 아닌지는 알 길이 없다. 후보자가 이직을 원하는지 아닌지는 포지션을 제안한 후에나 알 수 있다.

후보자에 관하여 얘기해 보자면, 참 다양한 후보자가 있다.

정말 예의 바른 후보자, 너무 친절해서 오히려 불편한 후보자도 있고, 약속 안 지키는 후보자, 면접 펑크내는 후보자, 합격 후 입사 안 하는 후보자도 있다. 연봉 속이는 후보자는 해운대 모래알만큼 많으며, 헤드헌터를 부하직원 다루 듯하는 후보자도 상당하다.

하지만 그런 후보자를 걸러내는 것이 헤드헌터가 할 일이다. 몇몇 후보자가 그렇다고 해서 모든 후보자가 그럴 것이라고 일반화하는 오류를 범하지 않는다. 비록 금전적 계약 관계가 아니지만 후보자는 그 자체로 헤드헌터의 중요한 자산이기 때문이다.

경찰이라고 다 법을 지키는 것도 아니고 가수라고 전부 노래를 잘하는 것도 아니며, 헤드헌터라고 전부 윤리적, 도덕적인 것은 아니다. 그저 한 사람 한 사람이 개인일 뿐이다. 아주 적은 표본을 가지고 전체적인 것으로 일반화하는 것은 심각한 오류를 범하는 것임을 알았으면 좋겠다.

헤드헌터에게 불만을 토로하기 전에 본인 경력을 한 번쯤 돌아볼 필요가 있다. 직장인은 보통 평생 몇 번 이직을 하게 된다. 부적절한 헤드헌터가 아니라면 평소 헤드헌터 몇 명과(가능하면 동일 또는 유사 산업군 출신으로) 친분을 가지고 꾸준히 거래하는 것이 좋다. 돈 드는 일 아니다.

후보자가 이력서를 헤드헌터에게 보냈다고 하자. 그 후보자는 헤드헌터를 위해 이력서를 보냈을까? 아니면 자기 자신을 위해 이력서를 보냈을까? 자신이 아닌, 헤드헌터를 위해 이력서를 주는 후보자는 없다.

후보자 한 명으로 인해 헤드헌터는 밥줄이 끊길 수도 있다. 거래 중인 고객사가 날아갈 수도 있고, 신용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 또한 차순위 합격 가능한 후보자가 탈락해서 금전적 손해를 이중으로 볼 수도 있다. 하여 많은 헤드헌터는 진심을 다해 후보자에게 포지션을 제안하고 진행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럴 가능성이 낮아 보이는 헤드헌터라면 상당한 주의를 기울여 거래하는 것이 좋다.

헤드헌터도 사람이고 후보자도 사람이다. 생판 모르는 사람과 거래를 하는 데 쉽게 신뢰가 쌓이기 힘들다. 꾸준하게 서로 연락하며 지내거나, 본인 동의 하에 회사 동료나 지인을 헤드헌터에게 소개해 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지인을 헤드헌터에게 소개해 주는 것이, 소개해 달라고 청하는 것이 예의에 어긋나는 일인지 모르겠다.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인연을 쌓아가면 신뢰가 생길 것이고 본인에게도 분명 좋은 기회가 올 것이다.

명확하고 논리적으로 이력서를 쓰는 것이 좋다. 백번 양보해서 띄어쓰기나 맞춤법은 틀릴 수 있다 하더라도(애교로 넘길 수준이라면) 문맥은 명확해야 한다. 읽기 불편하면 좋은 글이 아니다. 읽어서 한 번에 이해가 안 되면 좋은 문장이 아니다. 주장이 명확하지 않으면 좋은 글이 아니다.

이력서는 후보자를 판단하는 첫 번째 관문이며 그 전에 후보자 자신의 얼굴이다. 만약 문맥이 엉망인 이력서를 받는다면, 실제 아주 자주 받지만, 나는 일단 그 후보자를 신뢰하지 않는다. 이력서를 작성할 때 항상 국어사전을 찾아보기 바란다. 고치고 또 고치기 바란다. 문장이라는 것이 아무리 고쳐도 끝이 없는 것이다.

후보자 한 분 한 분은 헤드헌터에게 소중한 존재입니다. 헤드헌터 역시 후보자에게, 자산까지는 아니더라도, 언제든지 좋은 인연으로 만날 수 있는 존재임을 기억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유리알만큼 깨지기 쉬운 우리 영혼입니다. 서로 존중하며 사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헤르만 헤세가 쓴 <<싯다르타>에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습니다.

“모든 진리는 그 반대도 마찬가지로 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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