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신작 리뷰 : 대의 명분이 게임사에 미치는 영향(2부)

이상원
9 min readOct 20,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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쿡앱스 마케팅 지원팀 수익화 담당자 이상원입니다.

매월 쿡앱스 구성원분들께 한 달 동안 시장에서 주목 받았던, 주목 받을만한 신작 게임을 리뷰하고 인사이트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게임사의 만족스럽지 못한 서비스에 적극적으로 항의하는 유저, 이에 게임사가 대응하는 방식이 최근 게임 업계에서 큰 화제였습니다. 이와 관련된 사건을 보며 유저를 대할 때 게임사에 필요한 가치관이 무엇일지 다시금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게임사가 올바르고 올바른 가치관으로 게임을 제작하고 운영한다면 유저는 불만 고객이 아닌 스스로 게임을 알리는 팬덤이 될 것입니다. 2부에서 저는 게임사의 가치관(대의 명분)이 게임사의 제품과 유저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공유드려 대의 명분의 중요성을 알려드리려 합니다.

Market
게임사의 유저 시위 대응과 결과

9월 신작 정리
대의 명분이 게임사에 미치는 영향

Market : 게임사의 유저 시위 대응과 결과

넷마블의 페이트 그랜드 오더를 시작으로 유저의 트럭 시위는 게임 업계에서 일종의 항의 문화로 정착했습니다. 이 이후부터 지금까지 10회 이상의 유저 시위가 있었고 게임사는 간담회 진행처럼 유저 의견을 수용하거나 아예 무시하는 등 다양한 대응을 하고 있습니다.

대개 게임사는 간담회 진행 후 후속 조치를 취했다.(출처 링크)

넷마블의 페이트 그랜드 오더가 2021년 1월 초 이벤트로 지급하기로 한 재화를 미지급한 것을 기점으로 유저는 트럭이란 수단으로 항의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벤트 재화 미지급 건은 항의의 발화점이었고 유저는 게임사의 서비스에 계속 만족하지 못한 상황이었습니다. 넷마블은 간담회가 있기 전까지 6차례의 사과문을 게시하였으나 유저의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했고 2월 6일 게임사 최초로 유저 간담회를 진행하게 됩니다.

페이트 그랜드 오더 사태의 타임 라인

넷마블은 넷마블 부사장 참석처럼 유저 불만과 건의를 최대한 수용하려는 자세로 간담회를 진행했습니다. 간담회 당시 유저는 넷마블이 신뢰 호소만을 내세워서 불만이 있었으나 간담회 후 넷마블은 유저 건의를 구체적으로 시행할 계획을 공지했고 이를 모두 착실히 이행했습니다.

넷마블이 간담회를 진행한 최종 목적은 잃어버린 유저 신뢰 회복이었습니다. 간담회에서 넷마블은 구체적이지 못한 답변을 하였지만 이후 빠르게 구체안을 마련했고 페이트 그랜드 오더 사건은 게임사가 유저 항의에 대응하는 선례가 되었습니다.

2022년 9월 페이트 그랜드 오더의 목표 달성이 눈으로 보였습니다. 9월 7일 유저는 넷마블에 신뢰의 표시로 커피트럭을 보냈습니다. 유저가 게임사의 서비스에 만족하지 못했다면 게임사가 지녀야 할 가치관 혹은 대의명분은 유저의 신뢰를 회복하여 팬덤으로 되돌리는 것입니다. 팬덤은 그들 스스로가 게임을 알리는 훌륭한 마케팅 지원군이기 때문입니다.

(출처 링크)

과연 게임사가 유저 항의에 대응하는 태도가 게임 매출에 큰 연관이 있을지 궁금한 분들이 많을 것입니다. 페이트 그랜드 오더는 유저 항의와 간담회 후에 매출 감소가 눈에 띄지 않았습니다.

페이트 그랜드 오더 간담회 전/후 매출 그래프(출처 : data.ai)

9월 신작 정리 : 대의 명분이 게임사에 미치는 영향

시장은 끝을 알 수 없는 망망대해와 같습니다. 항해 도중 암초를 피하기 위한 조치나 당장의 식량을 위해 외딴 섬에 머무는 것이 있을 수 있겠지만 망망대해에서 원하는 목적지에 닿기 위해 기업은 명확한 지침이 필요합니다. 혁신적인 강연으로 TED 5800만 조회 수를 달성한 HR 컨설턴트 사이먼 시넥은 저서 ‘인피니트 게임’에서 ‘유한 게임’과 ‘무한 게임’이라는 개념을 소개합니다.

유한 게임은 주어진 시간 동안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단기적인 접근 방식입니다. 이를테면 망망대해에서 암초를 피하는 방법, 당장의 식량을 구하는 방법이 유한 게임이라 할 수 있습니다. 기업은 이렇게 암초를 피하고 당장의 식량을 구하는 활동만으로는 목적지에 다다를 수 없습니다. 목적지에 다다르기 위한 무한게임이 필요한 것입니다.
무한 게임은 ‘대의명분’에 따라 행동하고 경쟁이 아닌 그룹의 성장이 목표인 장기적인 접근 방식입니다. 시장은 끝이 없는 망망대해 즉, 무한 게임이고 기업은 올바른 지침, 대의명분이 있어야 그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유한게임의 목표는 시작과 끝이 있는 게임에서 이기는 것입니다. 이긴다는 것은 어떠한 실적을 달성하거나, 경쟁사의 매출을 넘어서거나, 업계 1위 등으로 표현 할 수 있겠습니다. 유한게임에서 경쟁사는 싸워서 이겨하는 상대이며 게임에서 승리하면 유한 게임은 끝이 납니다. 이 유한 게임에서 이겼다 하더라도 기업은 업계의 영원한 승리자가 아닙니다. 암초 하나 피했다고 목적지에 다다르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망망대해에 수많은 변수가 있을텐데 특정 상황만을 대처하도록 설계된 유한게임으로 이 변수를 해결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무한게임은 시작과 끝이 없는 게임을 지속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무한게임식 접근은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명확한 지침인 ‘대의 명분’을 따릅니다. 무한게임에서 같이 항해하고 있는 경쟁사는 싸워 이겨야 할 생다가 아닌 자신의 발전을 도와주는 선의의 라이벌입니다. 싸워 이겨야 할 상대가 없으니 당연히 승패 개념은 없습니다. 기업은 대의 명분에 따라 목표에 이르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여러 변수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습니다.

강조하였듯이 무한게임의 필수 요소는 대의 명분입니다. 대의 명분이란 긍정적인 미래를 그리는 뚜렷한 비전입니다. 올바른 대의 명분은 아래와 같습니다.

대의명분을 따르는 게임사는 어떻게 게임 시장에서 활동 중인지 이 책은 알려주지 않습니다. 이 책에서 언급이 없지만 게임 시장에 눈에 띄게 무한 게임 방식으로 접근하는 게임사가 여럿 보입니다. 보통 게임사는 그들의 대의 명분을 홈페이지에 소개하고 대의 명분에 동의하는 지원자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밸브 코퍼레이션은 수 백 만이 열광하고 장르를 ‘정의’하는 게임과 전 세계 엔터테인먼트와 플레이어를 연결하는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 대의 명분입니다. 밸브는 하프라이프 시리즈, 카운터스트라이크처럼 실제로 수 백 만이 열광 했던, 장르를 ‘정의’할 정도로 혁신을 보인 포트폴리오를 지니고 있습니다. 스팀덱, VR 등으로 게이밍 하드웨어에 도전하여 변화하는 PC 게임 시장에 유연하게 대처하고 있기도 합니다.

홈페이지 링크
대의 명분에 따라 상품을 제작한 결과

미호요는 ‘기술 오타쿠가 세상을 바꾼다.’가 그들의 슬로건입니다. 미호요가 제작한 게임과 팬덤에게 공급하는 콘텐츠를 보면 그들이 얼마나 대의 명분을 착실하게 따르고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미호요의 초기작 ‘붕괴 학원2(한국명 : 카와이 헌터)’와 차기작 ‘젠레스 존 제로’를 보면 타겟 유저를 일관되게 유지하면서 그 동안 미호요의 기술이 엄청나게 발전했음이 눈에 띕니다.

미호요의 흑역사가 된 2014년 작품 붕괴 학원 2(AKA. 카와이 헌터)
차기작 젠레스 존 제로는 8년 전 붕괴학원2보다 기술 발전이 확실히 돋보인다.

대의 명분의 요소 중에 ‘다른 사람의 이익을 추구하는 봉사 정신이 있어야 한다.’라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다른 사람은 고객을 의미하며 미호요는 다양한 온/오프라인 콘텐츠를 공급하여 고객의 이익, 이른바 ‘덕질’ 거리를 꾸준히 제공하고 있습니다.

세빛섬을 가라앉힐 뻔했다는 원신 여름 축제(출처 링크)
일본 유명 애니메이션 제작사와 협업한 원신 장기 애니메이션 프로젝트 발표

Royal Match의 제작사 Dream Games의 대의 명분은 ‘기술력과 창의력으로 수 년동안 사랑받는 고품질의 게임을 만든다.’ 입니다. 로얄 매치는 빠른 인게임, 경쟁, 다이나믹밸런싱 등 매치 3 장르의 혁신을 일으킨 게임입니다. 로얄 매치 등장 이후 매치3 퍼즐 시장은 거의 모두 로얄 매치의 요소를 받아들일 정도로 로얄 매치의 파급력은 막강했습니다. Dream Games는 2020년 로얄 매치 출시 이후 신작 없이 로얄 매치 운영에만 전념하여 대의 명분인 수년 동안 사랑 받는 고품질의 게임을 만들려 하고 있습니다.

홈페이지 링크

마치며

2000년대 초 나이키는 경영 혁신을 위해 ‘나이키의 경쟁사는 닌텐도다.’라고 정의했습니다. 같은 업계의 아디다스, 리복이 아니라 전혀 다른 업계의 게임 회사가 경쟁자라고 한 속뜻이 있었습니다.

나이키가 닌텐도를 경쟁 상대로 삼은 것은 무한 게임 방식으로 시장에 접근하겠다는 의도였습니다. 나이키가 경쟁 상대를 리복, 아디다스 등으로 했을 때와 닌텐도를 경쟁상대로 삼았을 때 태도는 완전히 달라집니다. 나이키의 목표가 가령 아디다스의 매출을 넘어 서는 것이라고 하면 이는 유한게임을 시작하겠다는 것이며 이 게임이 끝나면 나이키는 목표를 잃고 다시 망망대해를 헤메게 됩니다.

닌텐도를 경쟁 상대로 삼았다는 것은 나이키가 닌텐도의 매출을 넘어서겠다는 뜻이 전혀 아닐 것입니다. 나이키는 닌텐도를 무한 게임을 지속하기 위한 선의의 라이벌로 인식했습니다. 나이키는 스포츠 브랜드이므로 스포츠 브랜드를 위협하는 경쟁자는 당연 스포츠 브랜드를 쓰지 않게 만드는 것들입니다. 닌텐도는 즉, 스포츠 브랜드를 쓰지 않게 만드는 것들의 상징인 셈입니다. 나이키는 스포츠 브랜드를 쓰지 않게 만드는 것을 경쟁 상대로 두어 나이키의 대의 명분을 다시 잡고 무한 게임을 시작했습니다. 그 결과는 현재 우리가 나이키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로 가늠할 수 있습니다.

유한 게임만으로 시장을 대응하면 어느 기업이나 결국 한계에 다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이번 리뷰에서 언급했듯 게임사 역시 유한 게임만으로 행동하면 금방 한계에 다다른다는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무한 게임 시각을 지닌 게임사가 얼마나 혁신적인 제품을 보여 주는지, 팬덤의 사랑을 받는지도 말입니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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