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여름 후기
진짜 잊지 못할 여름..
정말 올해는 믿을 수 없을만큼 스펙타클한 회사를 다녔다. 버티는게 미덕이라고 하지만.. 죽을것 같은 일을 할 만큼 회사에 목숨을 내놓고 다니지 말자는게 철칙이기 때문에 빠른 결정을 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부터 쓰는 글들은 다 사실이다

- 출근을 해보니 윗사람이 바뀜
아.. 진짜 첫날부터 경악한 회사는 여기가 처음이다. 출근을 해보니 나를 뽑은사람이 아닌 다른사람이 윗사람이 되었다. 뭐.. 그것까지는 좋다. 2일째가 되자 회사 회의실에서 나의 사수에게 윗사람은 자신이 면접담당이었으면 떨어졌을 사람이라고 이야기 했다. 웃긴건 회사의 회의실 문이 얇아서 내 자리에서 다 들린다는 것이었다. 이거.. 나가라는 이야기인가. 생각해서 오랜 고민끝에 윗사람과 담판을 져서 한번 맞춰가기로 했다.. 그러나 문제는 그 다음날 부터였다. 매일 출근해서 오후 2시까지 사수에게 결과물을 만들어서 제출하고 4시에 윗사람과 회의하고 저녁에 수정하는것을 반복하였다. 새로운 분야의 일을 하는것도 힘들었지만.. 사전지식이 많고,오랬동안 손발을 맞춘 사람들을 순식간에 따라잡는게 쉽지만은 않았다. 그러고 나서 생각해보니 왜 이런일을 하고 있는지 고민이 들었다. 나쁜말 보태자면 면접에서 속았다고 생각이 들었다. 가장 결정적인건 일을 시간에 맞춰 내느라 디자이너의 질문에 답할 시간이 없었다는 것에서 좌절을 했다. 또한 한달 넘은 디자이너의 직급을 낮춘다는 말을 공공연 하게 하는등 전혀 존중이라고는 찾을 수 없었다. 날을 새서 고민 한 후 나왔다. 지금도 후회하지 않는다. 시간이 꽤 지났는데 그 회사의 프로젝트는 잘 만들어 졌는지 조금 궁금하긴 하지만 언론 기사라든지 발표가 안보이는 걸로보면 쉽지만은 않은 듯 하다.
2. 2일만에 제안서를 파악하고 3일만에 목차를 뽑는 능력자를 원함
다음으로 갔었던 회사는 면접에서 붙을거라 생각하지도 않았는데 돌아가는 길에 다시 전화를 해서 불러들여 합격했다. “회사와 잘 맞는것 같아서” 라는 이유인데.. 성질 사나워 보이지 않고 말 잘들을것 같은 대졸(학력이 꼭 필요한 회사다)자를 원하는것이지 이제와서 보면 립서비스 였다. 출근하고 2주가 채 안되어 제안서를 쓰는데 야근에 철야까지 하고 아.. 나름 열심히 적응하는구나 싶더니 문제는 2주가 지나서 생겼다. 외근을 나가기 전날 오후 4시에 제안서를 (2주나 지난..)던저주고 외근 후 다음날 그 제안서 내용을 파악하고 담당자에게 질문할 리스트를 만들어 몇시간동안 이야기할 거리를 만들어 가는 재주는 나에게 없었다. 그나마 1–2시간 질문하는 것에 지나지 않았다. 여기서 공공제안서를 경험한건 좋았으나.. 3일만에 내가 모르는 사이에 나는 프로젝트 담당자가 되어있었고 PT담당이 되어 있었다. 꽤 큰 금액의 프로젝트이고 담당자에게 조금만 대화해봐도 내정된 업체가 있다는걸 알 수 있는데.. 도전하는것도 이해가 가지 않았고, 예고없이 일을 던지는 부분도 이해하기 힘들었다. 최선을 다하고자 했으나.. 제안서를 읽고 목차를 안보고 불러낼 만큼의 시간을 주지 않았다. 이건 나만의 변명이 아니라 나갈 때 나와 관련된 모든 사람이 인정한 부분이라는것을 말해두고 싶다. 여담이지만 결국 프로젝트에 떨어진 것으로 알고 있다.
3. 개발자가 없다. 그리고 일을 안한다.
공공 프로젝트에 신물이 나서 다음 갔었던 곳은 제안이 왔을때 직접 물어봤다. 그래서 작은 사업만 하고 크고 힘든건 하지 않는다. 라는 이야기를 듣고 들어가게 되었다…. 결과적으로 나의 판단실수 였던 것 같다. 개발자를 프리랜서로 고용해서 일을 하는데 고용된 프리가 일을 하지 않는다. 메일을 주고 전화를 하는것도 이해가 안갔다. 돈을 받고 일하는 관계이면 업무에 충실하는것은 기본 아닌가.. 그렇게 일을 망쳐놓고도 계속 일을 하는것을 보면 놀랍지 않을 수 없다. 3주동안 해놓은 일은 거의 없다. 더 끔찍한 것은 일을 못한다고 하면 다른사람으로 대안을 찾을텐데.. 그동안 못한다고 하지 않고 일을 안한다. 가장 이해가 안 가는 것은 왜 일을 해달라고 빌어야 하는것인지 이해가 안갔다. 일이란것이 주어지면 당연히 그 일을 해야 하는것 아닌가 싶었다. 사실 어제 저녁까지 해놓는다는 일이 있었는데 그 일을 12시까지 기다려도 해놓지 않았다. 결국 나는 3주동안 내내 개발자 교체를 요구했고 이번에 겨우 교체하게 되었다. 그러나 교체한 개발자도 못하면 더이상 답이 없다. 그리고 프리랜서 기획자가 해놓은 것을 정규직이 고객의 수정요청을 1년간이나 무한정 받는것도 미친짓이라고 생각했다.
4. 결론
이번 여름을 기점으로 이젠 정규직에 대한 미련을 슬슬 거둘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 더이상 뒤통수 맞는것도 싫고, 다른사람에게 해달라고 부탁하면서 일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속이지 말고 솔직하게 이야기 하고, 제대로 지원해주고 뒤통수 치지 않는 그런 일자리를 바라는 내가 어리석은 것인지 모르겠다. 사람들이 좀 착하고 정직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같이 일하는 처지에 서로 존중하면서 열심히 일해도 될까 말까인데 8년을 일했지만 올 여름에 만난 사람들 처럼 이상한 사람은 정말 처음 본다. 정말 잊지 못할 여름인것 같다. 다음에 면접을 보면 다음 5가지를 물어볼 것 같다.
- 어떤 일을 하는가.
- 누구랑 일을 하는가.
- 급여는 제대로 주는가.
- 정규직 개발자가 있는가.
- 어떻게 일을 하는가.
직장생활 8년만에 이런걸 면접장에서 물어봐야 한다는 사실이 진짜로 서글프다. 이런 일이 당연한 것이고 버티지 못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그런 사람하고는 특별히 할 말이 없다. 회사가 아니라 일단 내가 살고봐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