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싫어서


혼자 산다는 것에 대하여 이후.. 또 한번 내 마음을 고스란히 들여다본 것 같은 이야기.. 반가운 주제의 소설.

이 책을 끝까지 읽기 전엔 은근히 기대하는 결론이 있었다. 
그런데 결론은 내 생각과는 달리 현실적이였다. 
내가 비현실적인 것을 원했던 것은 아닌데.. 저자의 마무리 글이 이러하니 
결국 내가 비현실적인 생각을 했던 사람이 되고 말았다.

나 역시 한국사회를 떠나 어디론가 도피(이민)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이민을 생각했던 이유는 계나와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한국인이 가진 타인에 대한 태도나 삶에 대한 인식의 문제. 그리고 대화하는 방식 등이 너무 획일적이라 약간의 다른 생각도 허용하지 않는 분위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인생은 정해진 길이란 없다. 정답도 없다. 나 스스로 가장 행복한 선택을 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살아왔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에게 돌아오는 대답이란 ‘네가 아직 인생을 덜 살았구나’라는 한심한 눈초리였다. 아직 철들지 않은 어린애 취급을 받기도 했다. (지금도 여전히..) 보편적 삶이라는 테두리 안에 있는 것은 정상이지만 그것과 다른 삶은 이상한 것으로 치부되는 것들... 그런 것들이 여전히 슬프다.

‘그 사람이랑 결혼하면 네가 경제적으로 힘들지도 모르잖니. 
그러니 다시 한 번 생각해봐.’ 
‘그래도 기왕에 취직할 거라면 대기업으로 가야지. 아니면 전문직으로 가던가..’
‘저축을 많이 해라. 노후를 대비해야지. 여행다니면서 돈쓰지말고' 
‘이혼한 사람이랑 결혼하면 얼마나 힘든 줄 알아? 너 미친 거야.’

20대 초반 나는 이상했다. 특히 직장생활을 시작하면서 동료들이나 친구들과 대화 할때마다 ‘나는 조금 별난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왜 이혼한 남자를 만나면 안 되는지.
성 소수자는 병든 자들이라고 박해하는지.
여성의 인권과 권리를 말하면 페미니스트가 되는지. 
나는 사람들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래서 떠나고 싶었던 것 같다. 
정해진 삶과 편견이 너무 싫어서.. 
그리고 그걸 말하면 낙인 찍히는 한국사회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며 마음속에서는 딱 한 가지의 바람이 있었다. 
내가 한국에 살면서 늘 느껴왔던 그것.. 
한국사회가 한국에 사는 모든 이들에게 조금만 더 너그러워지길 바라는 바램이였다. 나와는 조금 다른 층위의 생각과 개인이라도 조금만 더 열린 마음을 가지고 바라봐 주었으면 하는 바램이였다.


P.11 : 내가 여기서는 못 살겠다고 생각하는 건… 난 정말 한국에서는 경쟁력이 없는 인간이야. 무슨 멸종돼야 할 동물 같아. 추위도 너무 잘 타고, 뭘 치열하게 목숨 걸고 하지도 못하고, 물려받은 것도 개뿔 없고, 그런 주제에 까다롭기는 또 더럽게 까다로워요.

.152 : 나는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생각해 봤어. 나는 먹는 거에 관심이 많아서 맛있는 음식이랑 과자를 좋아하지. 또 술도 좋아해. 그러니까 식재료랑 술값이 싼 곳에서 사는 게 좋아. 그리고 공기가 따뜻하고 햇볕이 잘 드는 동네가 좋아. 또 주변 사람들이 많이 웃고 표정이 밝은 걸 보면 기분이 좋아져. 매일 화내거나 불안해하는 얼굴들을 보면서 살고 싶지 않아. 
그런데 그게 전부야. 그 외에는 딱히 이걸 꼭 하고 싶다든가 그런 건 없어. 아무리 생각해 봐도.

P.161 : 몇 년 전에 처음 호주로 갈 때에는 그 이유가 ‘한국이 싫어서’였는데, 이제는 아니야. 한국이야 어떻게 되든 괜찮아. 망하든 말든, 별 감정 없어……. 이제 내가 호주로 가는 건 한국이 싫어서가 아니라 내가 행복해지기 위해서야. 아직 행복해지는 방법은 잘 모르겠지만, 호주에서 더 쉽게 행복해질 수 있을 거라는 직감이 들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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