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를 선배, 선생님으로 부르게 된 사연

송요창
5 min readJul 4,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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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업계의 독성 말투 문제, 고칩시다! 글을 읽어보면 장구한 역사를 가지고 기술 업계에는 독성 말투를 쓰고 있다. 아무리 뛰어난 인재라도 이런 보이지 않는 반사회적 행동은 큰 비용을 발생시킨다고 한다.

짧게나마 존중과 배려를 실천한 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선배, 선생님

우리팀에는 나와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젊은 동료가 있다. 처음부터 호칭을 선배나 선생님으로 쓰기 시작했고, 지금은 우리 팀 전체가 쓴다.

이 문화는 다른 팀에도 조금씩 전파되고 있다. 고 행복 회로 풀 가동

행복이라고 써진 회로가 불타는 이미지
행복 회로 풀 가동

대표인 범준님부터 별다른 호칭없이 다 님으로 부르는 회사에서 왜 이런 호칭을 쓰는지 의아할 수 있을테니, 이 호칭을 선택한 배경에 관해 설명하겠다.

동료를 존중하자

앳된 얼굴 때문인지 출생연도를 들어서 인지 맨 처음 생각난 호칭은 막내였다. 군대식 문화가 직장안에 뿌리박힌 우리나라에서 막내라고 하면 나보다 어리니까 막 대하는 사람으로 인식한다.

대표적으로 막내라는 호칭을 붙여서 망가진게 방송작가 세계다.

막내 작가를 부섭게 노려보는 강호동 사진
막내 작가와 막내 PD 모두 고생이 많다

그럼 반대로 누구나 어렵게 생각하는 호칭은 무엇이 있을까? 1박2일의 강호동은 예능에서 카리스마를 발휘하는 MC이지만 일반인을 대하거나 어려운 일이 있을 때 자연스럽게 선생님을 찾는다. 이 호칭은 경찰관이 길거리에서 소동피우는 사람을 타이를때도 사용한다. 선생님이나 선배란 호칭에는 당신을 무시하지 않는다는 의미를 담고 있어 듣는 이가 기분 나쁘지 않은 호칭이라 이처럼 사용한다고 생각한다.

선생님으로 동료를 부르면 은연중에 당신을 존중한다는 의미가 전달될테니 누구라도 막 대하는 일이 없을꺼라 기대하며 선택했다.

전문성을 인정하자

프론트엔드 프로그래머로 첫 커리어를 시작한터라 불안한 마음도 있었다. 그렇지만 공자께서 말씀하시길

세 사람이 길을가면 그 중 반드시 나의 스승이 있다

고 하지 않았나. 내 동료는 나보다 프론트엔드 분야 업력이 길어서 사소한 부분부터 어려운 문제까지 막힘없이 해결해주는 멋진 선배이자 선생님이었다.

선생이나 선배를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아래처럼 나온다.

선생
1) 학생을 가르치는 사람
2) 학예가 뛰어난 사람을 높여 이르는 말

선배
같은 분야에서, 지위나 나이ㆍ학예(學藝) 따위가 자기보다 많거나 앞선 사람

누군가의 전문성을 나타내기에 적절한 호칭이다. 거장, 명장, 마스터 등이 주는 무게보다는 가벼운 점도 좋다.

질문하는 사람이 모르는게 당연해서 부끄럽지 않다

앞서 살펴본 바 선배, 선생님이란 단어는 더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어서 어떤 질문도 대답해줄 수 있다고 느낀다. 더 뛰어난 사람에게 뭔가를 물어볼 때 덜 부끄럽다. 이렇게되면 누구나 편하게 질문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뛰어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에게 배운 10가지 에서 어리석은 질문은 없다고 나온다. 그러나 때때로 우리는 질문하기 망설여 질때가 있다.

‘나만 이걸 모르는거 같은데 질문해도 될까?’
‘이거 모르면 혼자 바보되는거 아닌가?’

이런 망설임때문에 질문하지 못하기도 한다.

선생님이나 선배를 찾으면 내가 모를 수 있는 사람임을 자인하게 되니까 작게나마 위안이 된다. 이렇게 부르기 시작하니까 뭐든 편하게 질문할 수 있었다.

행동으로 보여주기

어느날 내가 먼저 선배, 선생님으로 불렀다. 이렇게 부르기로 팀이 합의한다고 한날 한시에 입에 붙을리도 없고 어떤 이들은 반발할 수도 있다고 생각해서 그랬다. 우스개 소리처럼 부르기도했고 깊은 마음을 담아서도 불렀다.

데일리 스크럼이나 스프린트 회고 등 공개적인 자리에서 누구누구 선배 혹은 선생님이 있어서 든든하다고 얘기했다. 은연중에 동료의 전문성이 우리팀에 보탬이 되고 있음을 드러내서 계속 지지를 보낸거다.

혼자 계속 선배와 선생님을 찾는 세월이 얼마나 지났을까 어느날 동료들이 이 호칭을 쓰기 시작했다. 말은 안했지만 참 뿌듯했다.

최근 선생님이란 말을 달고 사는 재용님 메시지 발췌

대기업 회장님이 데이터경영이라고 선포하면 하루 아침에 그 조직이 데이터로 의사결정하는 조직으로 탈바꿈하던가? 우리는 많은 OO경영을 봐서 알지만 권한을 가지고 문화를 퍼뜨리려고해도 잘 안된다. 뭔가 조금이라도 퍼져나가라면 스스로 생각했을 때 좋다고 느껴야 한다고 본다.

맺는말

애덤 그랜트가 트윗으로 아래와 같은 말을 남겼다.

It’s easier to fill gaps in competence than gaps in character.

혹은 이런 말도 있다.

사람은 고쳐쓰는 게 아니다

말은 다르지만 그만큼 사람의 성격은 변하기 어렵기때문에 나온 말일게다. 그렇다고 포기하기에는 우리가 살아갈 날이 너무 많다. 하루 아침에 엄청난 변화를 일으킬 수 없다면 조금씩이라도 방향을 트는 노력을 해보면 좋겠다. 이런 노력이 쌓이면 많은 사람이 더 행복한 기분으로 일할 수 있는 세상이 된다고 믿는다.

그래서 난 오늘도 선배와 선생님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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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요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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