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에게 놀이란 무엇인가?’
첫 번째 강연이었던 정재승 교수님에게 던져진 질문은 ‘인간에게 놀이란 무엇인가?’ 였다. 놀이란 일반적으로 이런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한다. 특별한 생산적 목적없이 시간을 즐기기 위한 행동. 굉장히 무거운 주제를 담고 있던 다른 질문들에 비해 교수님에게 던져진 ‘놀이’라는 주제는 처음엔 가볍게 느껴졌었다. 하지만..

‘Homo Ludens, 놀이하는 인간'
Homo Ludens라는 말을 들어 본 경험이 있나? 부끄럽게도 난 무식해서 오늘 처음 들었다. 네덜란드 문화사학자 요한 하위징아(Johan Huizinga)가 자신의 저서 <호모 루덴스 : 문화에서의 놀이 요소에 대한 연구>에서 처음 언급한 개념으로, 놀이하는 인간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근데 논다는게 얼마나 대단하길래 하나의 개념으로 소개가 되는걸까?
잘 생각해보자. 우리의 삶은 어릴 때부터 놀이의 연속이었다.
유년시절 남자아이들과 여자아이들이 함께 즐겼던 소꿉놀이, 병원놀이. 그리고 놀이터의 수 많은 놀이기구. 성장하고 나서는 L월드나 E월드 등에 가서 롤러코스터를 즐기고, 다양한 축제를 즐긴다. 대학에 입학해서는 다양한 술게임도 존재한다. 카지노와 같은 도박 역시 놀이이며, 서커스는 우리가 감상하는 놀이 중 하나이다.
그래, 열심히 논다고 치자. 그렇다고 이 놀이가 뭐가 중요하냐는 말인가. 스튜어트 브라운이라는 작가는 ‘Play’라는 책에서 ‘인간은 놀이를 해야만 세상에 존재할 수 있다.’ 라고 말했다. 내 존재를 놀이에서 찾는다고?
오늘 강연에서 정재승 교수님은 놀이가 다양한 측면에서 우리의 뇌를 발달시켜준다고 말했다. 놀이를 통해 인간은 유년기에 생존에 필요한 다양한 삶의 지혜와 전략, 판단, 의사결정 실행들을 배운다. 또한, 유년기가 길기 때문에 열심히 다양한 방식으로 놀면서 뇌의 각 영역들을 발전시키고 있기 때문에 놀이는 매우 중요한 것이다.
‘All work and no play makes Jack dull a boy’
‘일만 하고 놀지 않는 것은 사람을 바보로 만든다’는 이 말은 오늘 첫 번째 강연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한마디였다.

삶에서 놀이라는 것은 없어진지 오래고, 그나마 시간이 난다면 그저 휴식만을 갈구한다. 경쟁사회 속 인간은 성장할수록 Homo Ludens로서의 성격을 잃어가고 있다. 일만 하다보니 놀이에 대해 잊게되는 안타까운 현실이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주변에 먼저 취업한 선후배 그리고 친구들을 보면 밤 늦게까지 일하고, 놀 시간이 전혀 없어보였다.
논다는 것은 1년 365일 중 많은 날을 일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리프레시가 될 것이고, 새로운 창조성을 부여하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실제로 미국의 한 회사는 회의에서 나오지 않는 이야기가 커피 브레이크(15분)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커피 브레이크(오픈 된 공간에서 자유롭게 이야기)를 더 늘리고, 회의(15분)는 커피 브레이크 속 이야기를 정리하는 과정으로 진행해서 효과를 봤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는 노는 기회를 일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전혀 부여하고 있지 않다. 간혹 회사에서 노는 기회를 제공해준다며 여러가지 프로그램을 한다고 들었지만, 결국 그 프로그램의 취지 역시 더 많은 아이디어를 뽑아내기 위한 업무의 일환이 된다.
‘나는 누구인가? = 나는 뭘 하면서 노는가?’
놀이를 통해 나를 알 수 있다? 교수님은 강연에서 ‘내가 뭘하면서 노는가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가장 제대로 보여주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몸으로 하는 놀이&머리로 하는 놀이, 친구와 함께 하는 놀이&혼자하는 놀이, 현실 세계의 놀이&사이버 세계의 놀이 등 여러가지 조건에 따라 놀이는 달라지는데, 이렇게 다양한 조건 속에 내 삶의 가치가 담겨있다고 한다. 놀이는 사실 내가 즐겁기 위해 하는 것이므로 그 안에는 사람의 본성이 당연히 담겨져 있을 것이고, 이를 통해 나 자신을 알아 볼 수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교수님은 내가 좋아하는 놀이의 기준으로 내 삶을 채우고 있는지 확인해보기를 추천했다. 그래서 한번 해봤다.
교수님 말씀대로 내가 최근 즐겨하는 놀이에 대해 강연이 끝나고 한 번 생각해봤다. 조금 놀랍게도 최근의 내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 투명하게 보였다. 취업준비생이라고 가능한 혼자 하는 놀이에 집중했던 나. 스스로 놀이라고 규정했지만 그것을 또 하나의 취업준비과정으로 여겼던 나. ‘놀이’로 접근했으나 그것을 또 하나의 ‘일’로 만들어버렸던 나. 최근 가지고 있는 고민과 스트레스가 나의 놀이에 그대로 반영되고 있었다. 반성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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