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undscape: (You cannot) Hear the picture.

런던 National Gallery에서 열리고 있는 Soundscape란 전시를 봤다. 여러 사운드 아티스트-음악가 들이 각자 그림을 하나씩 고르게 하고, 그 그림을 통해 자신이 받은 인상을 소리로 표현한다는 (듣기에 좋은)흥미로운 기획이었지만 그것을 담아낸 방식, 장소 자체가 결국 전시 자체를 재미없게 만들어버다는 기분이 들었다. 전시 입장 시 모든 관람객은 전시 이전에 작은 시네마로 들어가 20분 가량의 음악가/큐레이터들이 직접 자기 작품에 대한 해설을 하는 비디오를 보고서 입장하도록 강제된다. 이후 관람객은 멀티채널 사운드 작업을 비교적 잘 설계된 방에서 최소한의 밝기만으로 보이는 그림을 동시에 감상하게 되는 것이 이 전시의 개요이자 마지막이다.

이 전시는 시작도 전에 재미있고, 또 재미가 없는 전시가 되버린다. 관람객은 이미 어떤 의도로 이것들이 설계되어졌고 어떤 부분을 이해하고, 감상해야되는지 숙지한 채로, 딱 그만큼의 시간만큼만 투자해서 이해하게 된다. 음악은 대부분 10분 가량이었고 몇몇 작업은 왜 이것이 멀티채널 설치가 필요한지에 대한 설득력이 부족해보였다. 그 중 Jamie XX의 작업은 그가 고른 그림의 테크닉(그는 점묘화를 골랐다) 매우 길이가 짧은 트리플렛과 수많은 크로쳇으로 이루어진 폴리 리듬들과 여러번 프로세싱된 엠비언트적인 텍스쳐의 필터 조작을 통해 옮기려는 일련의 시퀀스들의 나열이었다. 음악 자체는 나쁘지 않았지만 음들로 그냥 방을 채우는 것 이상 외에 다채널 디퓨징이 필요한 것이었냐고 생각해보면 그렇지는 않았던 것 같다. 왜냐하면 이런 사운드스케이프 작업의 방법론이자 결과값은 ‘소리를 통해 가상의 공간 또는 있었던 공간을 임의로 생성/재현해내는’ 것일 것이다. 멀티채널 사운드 인스톨레이션의 특성상 가장 최적의 경험이 주어지는 위치가 어떤 한 소실점으로 강제되기 마련인데, 소규모 갤러리도 아닌 내셔널 갤러리같은 거대한 곳에 끊임없이 입장객이 들어오는 곳에서는 관람객이-마크 로스코 전을 보러 간 이영애가 아닌 이상- Sweet Spot에 오래 머무르는 것 자체가 꽤 어렵다. 그러므로 관람객은 이미 들은 큐레이터의 코멘트 (Jamie는 영상 속에서 작업하는 모습만이 나왔다)에 자기 자신의 인상비평만 조금 더하는 정도로 각 방을 지나게 된다.

그렇게 수많은 기술적 실험들과 자세한 코멘터리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Nico Muhly, Jamie XX 같은 거대한 이름을 걸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림과 가장 매치되는 사운드스케이프를 보여준 것은 Gabriel Yared와 그가 고른 Les Grandes Baigneuses였다. 옥타토닉 등 무척 드뷔시적인 음악도 음악이지만 그의 사운드 셋업 또한 Chamber Music에서 음악가들이 위치할 자리에 스피커를 두는 가장 명확하고 효과적인 배치였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결국 재미가 없는 전시가 된다. 재미없다고 말하는건 이런 전시의 기대값을 바짝 낮춰서 거의 평면적인 경험을 하게 될 것이란 이야기이다. 마치 밀랍인형 전시를 보러 가서 매우 잘 만들어서 진짜같아 보이는 김연아 인형을 보면 이런 기분이 들 것이다. 아직 그것이 서울에서 하고 있다면 그걸 보러가는걸 추천하겠다.

미술관과 전자음악가 사이의 연계 프로젝트들이 여기저기 많이 보이지만 제발 기획자들은 진지한 논의와 설계 없이 그저 음악가 자신을 클럽이나 라이브 쇼가 아닌 전시에 데려놓는다고 무슨 숨겨진 심연이 보이는 것도, 엄청나게 진지한 일이 되는것도 아닌 걸 좀 생각했으면. 거기에서 단 한가지 다른게 있다면 평소같으면 쉴틈없이 떠들 사람들이 음악 앞에서 최대한 조용히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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