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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crets of learning

photographed by myself

어떤 풀리지 않는 문제에 골몰해있다가, 한동안의 시간이 지난 후 불현듯 그 문제의 답이 떠오르는 경험을 해보았을 것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배움은 경사면과 같지 않고 계단과 같아서 정체기를 지난 후 급격하게 다음 레벨로 레벨업이 된다.

문제는 그 정체기를 견디기 어렵다는 점이다. 그 정체기를 조금 더 잘 지나기 위해서, 내가 경험한 배움의 비밀 몇가지에 대해서 적어보며 스스로를 독려해보려 한다.


지난 2015년 11월, 영국 하이퍼아일랜드에서 8달의 고강도 코스웍을 끝마치고 논문을 쓰러 한국에 돌아왔을 때 나에게는 세가지가 고갈되어 있었다. 1. 된장과 마늘 팍팍 들어간 냉이 된장국. 2. 잠. 3. 정신적에너지.

스웨덴에서 시작하여 영국, 싱가폴, 미국 등에 위치하고 있는 디지털 & 디자인 교육 기관 하이퍼아일랜드. 그들의 만트라 중 하나가 바로 “Team is everything!”이다. 그만큼 커리큘럼은 팀 내에서 개인의 역량과 팀 다이나믹의 양육에 촛점을 두고 있으며, 흔히들 말하는 프로페셔널한, 감정을 배제한 채 효율적인 프로세스를 따르는 것 따위는 집어치우고, 그것이 정말 최선의 문제해결 방법인지 끊임없이 스스로와 팀을 챌린지 하는 법을 훈련시킨다. 기존의 가설을 거부하고 해결하려는 문제 중심으로 모든것을 재정렬하는 것- 그것이 디자인 씽킹의 핵심이다.

안그래도 문화와 언어가 다른 사람들인데, 문제를 덮고 에둘러가는 방법이 아니라 직면하게 하는 방식이라니. 그러다보니 그 기간은 정신적 하드 트레이닝이었다. 다 큰 어른들이 울고, 싸우고, 얼싸안는다. 처음엔 이 미친 집단에 동화되기 싫어 안간힘을 쓰다가, 결국은 내가 이런 인간이었나 싶게끔 감정적으로 벌거벗게 되었다.

그리하여 코스웍이 끝날 때쯤, 나의 정신적 에너지는 모두 소진되었다. 돌아와서 2주동안은 아무도 만나지 않고 잠만 잤다. (유럽에 온 한국인으로서 놓칠수 없는 기회였기에 금요일에 과제를 던지듯 제출하고 토,일로 인근 국가 여행도 가야했기에 잠도 부족할 대로 부족한 상태였다.) 이후로도 한달 가량은 하루에 12시간정도를 잤다. 오죽하면, 남동생이 자고 일어난 나를 보며 하룻밤 자고 일어날 때마다 어려진다고 하였다.

그제서야 정신이 들어 친한 친구를 매일같이 만나 영국에서 있던 모든 일들을 쏟아내었다. 무엇을 배웠고, 무엇을 느꼈는지, 그것이 나에게 어떤 의미인지 봇물 쏟아내듯 쏟아내었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영어로 이야기하게 되면, 그 자리에서는 상황 파악도 잘 안되고 반응할 줄도 몰라서 어버버..하다가 집에 와서 아, 이렇게 말할걸! 하고 뒤늦게 생각이 나는 것처럼. 지난 8개월간의 경험, 너무나 새롭고 강렬해서서 하루하루가 생생한 그 배움의 경험들이 그제서야, 적체되어있던 나의 언어로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이야기하다보니 디자인씽킹이, 팀 다이나믹이, 데일리 리플렉션이, 이렇게 재밌는거였나? 깨닳음이 모락모락 생기기 시작했다. 그 재미가 너무나 커서, 다른 사람들에게도 이것을 알리고 전하고 싶었다.

그렇게 소울파머스라는 퍼실리테이션 회사를 시작하게 되었다.

매번 다른 회사를 만나, 그 팀의 특성에 맞게 퍼실리테이션을 준비하면서 기존에 배운 디자인씽킹의 새로운 면을 발견하게 되고, 이론과 실재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배움의 완성은 다른 사람을 가르쳐주는 것이다, 라는 말을 실감하게 되는 순간이었다. 변화하는 팀의 모습을 보며 나의 배움도 성장하였다.

이러한 신기한 경험을 통해 두가지를 배우게 되었다.

Your articulating language defines your learning

언어와 지식의 상호관계에 대해 많은 연구가 있고, 서로 반대되는 의견도 있지만 나는 언어가 생각을 규정한다는 것을 경험으로 느끼게 되었다. 프로그램 언어를 모르면 프로그램을 짤 수 없고, 음을 모르면 곡을 쓸 수 없듯 언어는 생각을 담는 그릇이다. 어떤 것을 배우든지간에, 자신의 언어로 체화해서 이야기하는 것이 그래서 중요하다. 안다고 생각하는 것과, 그것을 말하고 쓰고, 다른 사람에게 설명할 수 있는 것은 다르다. 선명하게 전달하는 노력을 거듭할수록 지식, 생각, 느낌의 Definition이 높아진다. 영어로 인풋이 들어와 막연하게 담고만 있던 지식과 생각을 내가 가장 편안한 모국어로 이야기하면서 생각이 자라고 뻗어나가는 것도 그 때문이었다.

이는 아이디어와 실행의 관계와도 비슷하다. 처음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그 아이디어에 실체가 생기기까지 그 아이디어를 뚜렷하게 볼 수 없다. 아이디어를 구체화하면서 아이디어의 단점, 장점, 그리고 개선점까지 보이기 시작한다. 그 아이디어를 정말로 보고, 듣고, 만지고 할 수 있게 되면 그제서야 상품의 가치를 매길 수 있게 된다.

이제 나는 시드니에서 UX디자이너로 일하게 되면서, 가장 익숙했던 나의 언어에서 살짝 멀어져, 디자인, 영어, 개발언어 등 생소한 언어들을 사용해 나의 생각과 아이디어를 전달하는 것을 훈련하고 있다. 개발자의 언어와 디자이너의 언어는 서로 다르다. 팀원의 언어와 팀 리더의 언어도 다르다. 영어의 표현과 한국어의 표현도 다르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이 언어의 차이에서 나타나는 관점의 차이에 대해 글을 써보고 싶다.

Your learning is still growing unless you stop applying it

배움의 완성은 졸업도, 논문의 완성도 아니다. 적용이다. 적용과 성찰을 거듭하면 그 배움은 끝나지 않는다. 팀 다이나믹에 대해서, 디자인 씽킹에 대해서, 하이퍼아일랜드를 졸업한 이후에 더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

학교가 나에게 던져준 것은 디자인씽킹이라는 거대한 주제와, 그 주제에 대한 일부의 지식이었다. 그 주제의식이 졸업 후에도 나를 떠나지 않고 내 안에 남아서, 불확실성에 대한 연구를 하고, 사업을 하고, 커리어의 전환도 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 이후 지금도 매일같이, 디자인씽킹을 처음 전파한 그 친구와 함께 팀 리플렉션을 하고 있다.

그래서 배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시작을 위한 강력한 계기와 이후의 동력이 되어줄 sustainable한 주제를 찾는 것이다. 그 주제가 나를 떠나지 않고 계속 남아서, 나를 움직이게 해줄 수 있어야한다. 물론, 나머지 절반은 자기와의 싸움이지만.


TV에서 쇼미더머니의 우원재가 나왔는데, 96년생이란다. 나와 10살 차이이다. 그의 재능과 잠재력에도 감탄했지만, 이미 완성된듯한 용기와 철학에 감복했었기에 더욱 놀랐다. 삼십대는 이제, 열살 어른 사람들에게도 배워야하는 나이임을 직감했다.

삼십대. 더 잘 배우기 위해서 내가 느낀 배움의 비밀에 대해서 정리해보았다. 
1. 내가 배운 것을 표현하고, 다른 사람에게 전할 때 더 잘 배울 수 있다. 
2. 적용하는 한 배움은 계속 성장한다.

정리하고보니 무척이나 기본적이다. 그래서 더 확고해진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