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X 디자이너에게 포트폴리오란

UX 디자인으로 커리어를 전향한 지 1년이 조금 넘었다. 3년 전 하이퍼 아일랜드에서 UX 디자인이라는 것을 접했을 때는 단어 조차 생소했다. UX에서 CX(Customer Experience)라는 단어까지 생긴 지금에도 여전히 UX와 UI, CX와 Marketing의 경계는 모호하고 그 정의 또한 제각각이다.

UX 디자이너가 하는 일, UX 디자이너가 되기 위해서 가져야 하는 스킬에 대해서 쓰려는 것은 아니다. 이제 막 걸음마를 뗀 내가 무얼.

그럼에도 불구하고 엊그제 UX 디자이너로서 첫 포트폴리오를 만들었다. 약 1년 4개월동안 NeoLAB 시드니에서 UX 디자이너로 일하며 나 스스로 돌아보기에도 재미있고 혁신적인 프로젝트를 했고, 이 것이 앞으로도(사업하지 않는한..?) 하고 싶은 일이라는 확신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 글은 포트폴리오를 만들어야 하는 내 나름의 이유를 정리하고, 보면서 도움을 받은 다른 사람들의 포트폴리오를 소개하고, 사용 및 고려한 툴들을 공유하는 데에 목적이 있다.

먼저, 포트폴리오를 만들어야 하는 이유.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과정은 reflection의 과정이다. 돌아볼 때만 볼 수 있는 모습이 있다. 그것이 얼마나 가치있었거나 혹은 가치 없었는지, 얼마나 새로웠는지 혹은 별반 다르지 않은 것이었는지. 돌아보는 것은 앞으로 나아가는 것 만큼이나 중요하다. 포트폴리오를 완성하지 못하더라도, 포트폴리오를 염두에 두고 지난 프로젝트들을 돌아보다 보면 이 곳에서 쌓은 경험들에 대해서 감사하고, 부족한 면들에 대해서 반성하게 된다. (감사하는 마음이 안든다면 어서 떠나야겠지?)

포트폴리오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고 나서 정말 많은 UX 디자이너들의 포트폴리오를 보게 됐다. 세상에 널리고 널린, 나빼고 다 장인인 UX 디자이너들에 좌절하기도 하고 내가 하는 일이 이렇게 멋진 일이던가? 흡족해하기도 했다. 하지만 가장 좋았던 것은, UX 디자이너가 하는 일 혹은 UX디자이너에게 팀이 기대하는 점이 뚜렷하게 정리가 되는 기분이었다.

입사와 동시에 제너럴리스트, 정확히 말하면 00인 (삼성인, 현대인, 엘지인과 같이 기업이 추구하는 특정 인재상에 부합하는 소속원)이 되길 기대하는 한국과 달리 외국의 잡 마켓에서는 스페셜리스트를 선호한다.

구인광고가 날 때에도 한국은 00회사 00팀에서 사람을 뽑습니다. 이런식으로 올라온다. 00팀이 기획 팀이면 기획자이고, 디자인 팀이면 디자이너구나. 이런 식이다. 반대로 여기에서는 UX Designer / Product Design / UI Designer / UX Researcher / Visual Designer 등 비슷하게 들리는 직무도 세분화해서 부르고, Job Description에서 직무를 정말 정성스레 자세히 묘사한다. 오죽하면 한국에서는 ‘구인글’이라 부르는 반면 영어로는 ‘Job Description’일까.

호주에 와서 구직을 할 때 어려움을 겪었던 점도 바로 이러한 문화 차이이다. 한국에서는 “내 경력이 이러이러한데, 어떤 일을 맡기시렵니까? 시켜주시면 모든 다 잘 할 수 있습니다!" 와 같은 논조가 먹힌다면, 여기에서 그런 말은 “엥? 너도 모르는 걸 내가 어찌 암?”과 같은 반응만 불러왔다.

내가 잘 알고, 잘 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는 직무인 마케팅 혹은 프로젝트 매니저가 아닌 하고 싶다는 열망만 있는 UX 디자이너로서의 전향. 그래서 더더욱 어려웠다. 그 때 다른 사람들의 포트폴리오를 더 많이 봤다면 어땠을까? 분명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운 좋게 포트폴리오 하나 없이 UX 디자이너로 호주에서 취업을 했고, 이제서야 포트폴리오를 만들었다.

주옥같은 포트폴리오들을 소개하기 앞서 먼저 누추한 내 포트폴리오부터 공개한다. 솔직히 쒵구려서 너무 부끄럽지만 아무도 안보는 포트폴리오처럼 멍청한게 없기에… 계속 발전시켜나가는 수 밖에.

나는 포트폴리오를 위해 readymag 이라는 플랫폼을 사용했다. 코드 한 줄 쓸줄 몰라도 웹사이트를 만들 수 있는 플랫폼이다. 물론 워드프레스를 이용해 직접 웹사이트를 만들 수 있는 실력이 된다면 가장 좋겠지만 그럴만한 실력은 안되기에… 그 외 고려했던 플랫폼들과 각각의 장단점은 다음과 같다:

  1. Paste app
  • 장점:
    - 아름다운 덱을 만들어준다. 폰트와 레이아웃 이미 아름답게 구성되어 있어서 할 일이라곤 글과 사진을 얹히는 것 뿐이다. 사진의 dominant color가 배경색이 되고, 그림자 등 사진의 효과도 아름답기 그지없다. 
    - 불러온 사진에 paste가 제공하는 디바이스(iphone, ipad, iphone x)를 프레임으로 깔 수 있어 앱/웹 demonstration에 유용하다. 
    - 웹 퍼블리싱이 되고, 모바일 최적화되어있다.
  • 단점: 
    - 폰트 크기 조절이 자유롭게 안된다. Large / Medium / Small 이 세가지 옵션 뿐이다. 
    - 레이아웃도 몇가지 옵션에 고정되어있다. 자유롭게 레이어 조절이 안된다. 
    - 온라인 퍼블리싱이 되기는 하나, 사전에 권한을 부여한 계정만 조회가 가능하다. 누구나 볼 수 있어야하는 포트폴리오의 특성 상, 사용자 초대 방식은 조금 어색하고 불편하다.

2. Semplice

  • 장점:
    - 모바일 최적화 당연히 되고. 최고로 아름다운 덱을 만들어준다. 
    - 템플렛도 있고, 자유 구성도 가능하다
    - 나만의 도메인으로 웹 퍼블리싱을 해준다.
  • 단점:
    - 비싸다. 99불. monthly subscription 이 아니라서 한번 내면 평생가는 거긴 하지만 그래도 10만원은 비싸요…

3. ReadyMag

  • 장점:
    - 웹의 거의 모든 기능이 다 된다. 파워포인트같이 생긴 워드프레스 같다. 
    - 무료 템플렛이 꽤 있다. 
    - 도메인 연결은 유료이지만, readymag 도메인을 사용하면 무료로 웹 퍼블리시가 가능하다.
  • 단점:
    - 도메인 연결을 하거나 웹사이트 장수가 늘어나면 유료이다. 월 15불가량 하는데 매달 나간다고 생각하면 꽤 큰 돈이다. (취업 되면 내려야하나?ㅋㅋ)

마지막으로 보면서 영감을 받고 참고했던 포트폴리오들을 소개하며 마칩니다.

1. http://tobiasahlin.com/

이분 레알 갓. 하이퍼 아일랜드 코스 디자이너인데 하이퍼 아일랜드 졸업장에 대한 자부심이 이 분 때문에 1 증가하였습니다. 디자인도 하고 개발도 하고. 경력도 마인크래프트랑 스포티파이 초창기 디자이너… 크으… 진짜 멋지신 분.. 얼굴도 잘생기신 분…

이분은 아마도 직접 만든 것 같다 이 사이트..

머리 잘 쓴 것은 메인 프로젝트 배너 페이지만 만들고 배너 클릭하면 각각의 프로젝트 오피셜 웹사이트로 간다. 물론 결과물의 네임벨류와 퀄리티가 굉장할 때만 가능한 스킬 같다.

2. http://www.lizvwells.com/

이 분 정말 배우신 분. 광고 회사 다닐 때도 팔로우 했었던 Stink Studio 다니시는 분. 역시 크으으으으…. 포트폴리오 사이트가 너무 간지나서 이 또한 포트폴리오에 넣어야 할 것 같은 기분. 그 흔한 CTA버튼 하나 없는 새로운 룩의 포트폴리오이고, 흡사 잡지처럼 만들었다. 위에서 소개한 Semplice로 만들었다고 한다.

배울 점은 dirty sketch 를 십분 활용하여 자신의 디자인 프로세스를 상세히 설명하였다. dirty sketch 이미지를 포트폴리오에 올릴 때에는 정성스럽게 컬러감 있는 배경 이미지를 깔아서 있어빌리티를 높였고 sketch 또한 documentation을 위해 아름답게 해야 한다는 가르침을 주었다. 이 분은 와이어프레임 그릴 때 내가 포스트잇에 적을 때 쓰는 싸인펜 써서 컬러링 하시던데. 일관되게 그렇게 하니까 그 또한 Personal Branding같고 좋았다. 앞으로 과정 사진을 더 많이 찍고, 와이어프레임 핸드 스케치 더 예쁘게 해봐야겠다 데헷.

3. https://www.kabhishek.com/salesforce

다큐멘테이션의 정석이다. 프로젝트의 네임벨류와 경력으로 승부보기 어려울 때에는 다큐멘테이션에 더 공을 들여야한다. 디자인 챌린지가 무엇이었고, 어떤 고민들을 했는지 과정에 집중한 점이 UX Design portfolio는 이렇게 만들어야 하는구나, 라는 지침을 주었다. 이 분은 거의 에세이에 가깝게 썼는데.. 저렇게 쓰려면 글솜씨도 좋아야한다는…. 나도 과정을 더 자세히 써야하는데.. 아직 과정을 돌아보며 정리중이다 ㅠㅠ

정리하자면 UX 디자이너에게 포트폴리오란 보기도 많이 보고 꾸준히 만들기도 해야하는 것이다. 나도 어서 이분들처럼 되고싶구나! 하아 뭐부터 새로 배워야할까… (어질)


UX Design NeoLAB Sydney Studio
Yoona Cho
urhere87@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