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GL WORLD] 해외 참여형 정당들의 정책결정 사례들

WAGL
7 min readMay 12,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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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글에서는 특정 정파나 정치색에 관련없이 다양한 시민단체나 주민운동그룹, 청년모임이나 정당, 정치단체 등이 강연요청을 할 경우, 모임의 성격이나 취지가 와글의 미션과 부합된다고 판단되면 가급적 함께 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

지난 5월 10일에는 정의당의 요청으로 해외시민정치 사례와 한국 정당이 지향해야 할 바에 대해서 당직자를 대상으로 2시간여의 세미나를 가졌습니다. 세미나 이후 질문에 대한 답변용으로 정리한 것을 여러분과 공유합니다!

1. 이탈리아 오성운동

https://en.wikipedia.org/wiki/Five_Star_Movement

오성운동은 2009년 창당 이후로 온라인 포럼을 통해서 정책과 의견수렴을 해 왔습니다. 주간/월간 단위로 가장 많은 사람들의 업보트를 받은 정책제안이 상위에 노출되는 형태인데요, 당 창당 과정에서 5개 정책을 만들 때에(오성운동의 ‘5성’은 5가지 공약을 의미합니다) 이 공간에서 가장 많은 지지를 받은 제안이 공식 강령/정책으로 채택됐습니다. 5가지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상하수도 민영화 반대
2. 지속가능한 대중교통(대중교통 정비와 요금인하)
3. 지속가능한 개발(난개발 금지)
4. 전국민의 인터넷 이용권 보장 (무료 와이파이 등)
5. 환경주의

문제는 오성운동이 원내진출 이후 연정과 입각 거부, 타협없는 독자노선 등으로 사실상 입법기능을 전혀 하지 못했고 그 결과 이용률이 많이 떨어진 상태라는 점입니다. 여전히 유효한 지점은 당론 제안과 입법 발의의 기초단계로서 당원들이 직접 목소리를 내는 창구로 작동하고 있다는 것 정도가 있습니다.

2. 스페인 아호라 마드리드(마드리드 시민연합정당)

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Ahora_Madrid._Acto_Cebada,_19_Abril_2015_(17176109326).jpg

아호라 마드리드는 집권 이후 시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독자적인 시민참여 플랫폼을 론칭했습니다.

댓글을 통한 토론은 전세계 누구나 참여할 수 있으나, 실제 정책제안과 동일한 기능을 갖는 글 게시는 16세 이상의 마드리드 시민으로 인증된 사람만 가능합니다. 원칙적으로 마드리드 시민의 2%인 5만 명의 지지를 받은 글은 시의회에서 자동으로 표결통과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현재까지 5만 명의 지지를 받은 정책제안은 없었으나, 시의원들은 이곳에 제안된 내용들을 기초로 정책수립과 민원해결을 해나가고 있습니다.

https://decide.madrid.es/proposals

웹사이트의 왼쪽 위에 영어로 표시 옵션이 있습니다. ‘Proposal’로 들어가시면 최근 제안과 가장 많은 지지를 받은 제안 등 옵션을 선택해 사람들의 제안 내용을 보실 수 있습니다. 구글 크롬의 번역 기능을 활용하시면(스페인어->영어) 상당부분 해독이 가능합니다.

최근에는 시민참여예산제를 위한 별도의 페이지를 통해 800만 유로 가량의 시 예산 집행계획을 시민들의 제안과 투표에 위임했습니다. 시 전체에 쓰일 예산과 각 구별 예산에 관한 집행계획을 별도로 제안토록 하였는데, 이 중 시 전체 예산에 관해 가장 많은 지지를 받은 내용들을 살펴보면 1. 자전거 도로 건설 2. 시 건물에 태양광 발전 시설 설치 3. 공공 서비스 이용 통합 카드 발급 4. 강제퇴거자들을 위한 긴급 주거 지원 등이 순서대로 많은 지지를 받았습니다. 5월 15일 치러지는 최종 투표를 거쳐 이러한 참여형 예산 집행계획이 확정될 예정입니다.

https://decide.madrid.es/participatory_budget

3. 스페인 바르셀로나 엔 꼬뮤(바르셀로나 시민연합정당)

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Nit_electoral_En_Com%C3%BA_(18085655815).jpg

바르셀로나 엔 꼬뮤는 지방선거를 치르기 전에 창당과 당헌 및 윤리규약을 정하는 과정에서 데모크라시 OS라는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했습니다. 데모크라시OS는 찬반 기능이 붙은 페이스북 타임라인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찬성이 많은 글이 상위에 노출되고, 노출된 글에는 댓글 형태로 제안이 가능하고 공동편집을 통해 최종적으로 글을 완성할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40개의 핵심 정책을 선정했습니다. 이에 대한 내용은 와글의 ‘듣도 보도 못한 정치 3화’에서 더 자세히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오프라인을 통해서 제안된 내용들도 모두 이 공간에 노출시켜 전체 시민들의 심의와 토론을 거쳤습니다.

이렇게 해서 선정된 40가지 정책 가운데 특히 시급한 것을 골라, ‘집권 1개월 차 긴급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계획이 담긴 문서에는 1.일자리와 산업 2. 음식 주거 수도 전기 의료 이동권 소득지원 등 사회기본권 보장 3. 공공선에 반하는 민영화 재검토 4. 시행정의 새출발 및 정치적 특혜 특권의 폐지에 관한 구체적 정책내용이 제시되어 있습니다.

이후에도 바르셀로나 엔 꼬뮤는 당의 포털사이트를 통해 정책적 의견수렴을 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지난 1월 또 다른 긴급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이 새로운 긴급 계획에는 주로 청년층을 대상으로 하는 고용과 창업 지원에 관한 정책들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 외에도 지속가능한 경제라는 엔 꼬뮤의 큰 방향 아래 ‘연대 경제’와 관련된 인프라 구축에 관한 내용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https://participa.barcelonaencomu.cat/ca

추가적으로 아다 콜라우 시장은 자신의 블로그에서는 정책 행보에 대한 스토리텔링으로 시민들과 소통하고 시장 공식 웹사이트를 통해 모든 업무관련 일정을 매일 공개하고 있습니다.

마무리하며

이상 소개해드린 웹사이트 또는 정당들의 온라인 기반 접촉의 전략적 특징은 ‘이용자 우선’이라는 것입니다. 국내의 대부분 행정 및 정당 영역의 웹사이트나 ‘플랫폼’들은 웹사이트 개설자의 요구에 따라 공직자 또는 공공기관이 무엇을 했다는 ‘사업보고’ 형태가 많은 것이 사실입니다. 이용자들의 입장에서는 자신들이 할 수 있는 것보다는 웹사이트 개설자가 전달하고 싶은 것 중심의 정보를 얻게 됩니다.

반면 위에서 소개해드린 사이트들은 일차적으로 이용자들이 온라인 공간에서 자신들의 정치적 요구에 맞는 참여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방향으로 디자인하고 이를 구현하는 데에 많은 노력을 기울인 흔적이 보입니다. 그러다보니 이용자들이 생산해낸 정보가 지나치게 많아 피로감을 유발하는 측면도 있지만, 이용자들에게 정치적 권리를 부여하는 공간으로서 기능에 충실하다는 점은 분명해 보입니다. 추진과정과 집행 이후의 정책 실효성 평가는 물론 이후에도 지켜봐야 할 부분입니다.

앞으로 업데이트 되는 내용들도 빠르게 공유하도록 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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