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자살 버튼


내가 회사 앞 까페테리아에서 오래간만에 샌드위치로 점심을 때우고 있을 때, 그 남자가 다가왔다. 약간의 안부 인사를 마치고 여러가지 얘기를 한 뒤에 나온 얘기는, 아니나다를까 판매 행사 같은 것이었다. 파는 물건-이라기보다는 서비스-이 조금 독특했기 때문에, 그것이 내 관심을 끌었다.

“이 버튼을 누르면 당신은 죽습니다. 당신의 몸에는 당신이 아닌 다른 사람이 들어와서 대신 살게 되죠. 당신의 다음 역할을 할 사람은 당신의 기억과 버릇 등을 모두 알게 되니까, 당신은 죽지만 당신의 가족들은 당신이 죽은 줄도 모를 겁니다.”

그런 얘기를 멍하니 들으면서도, 나는 도대체 이 사람이 무슨 얘기를 하는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우선 나는 다른 것부터 물어보기로 했다.

“음, 정말 이 버튼이 그런 역할을 한다고 칩시다. 그래서 이 버튼을 누르는 사람들이 정말로 있다는 겁니까?”

“물론입니다. 여기 숫자가 적혀 있지요? 이 버튼을 누르는 사람들이 등록될 때마다 여기에 숫자가 하나씩 증가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 동안에도 버튼 아래에 있는 전광판의 숫자 — 정확히 볼 수는 없었지만 이미 수 만의 단위였던 — 가 빠르게 증가하는 것이 보였다. 마치 자동차 계기판의 거리계, 아니면 가스 요금의 계량기가 그렇듯, 방금 일 천 단위의 숫자가 하나 올라갔다.

“음. 뭐 알겠습니다만, 그래서 제가 이 버튼을 누를 거라는 겁니까?”

“물론이죠. 저희는 광범위한 고객 정보를 합법적으로 구매하여 그것을 기반으로 빅데이터를 구축합니다. 그래서 버튼을 누르실 고객들을 우선적으로 접촉하여 권유합니다.”

고객 정보를 사고 파는 것은 이 나라에서 합법이 된지 오래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태클을 걸 방법이 없다. 다만 이상한 것은 버튼을 누르는 것에 대해 어떠한 약관도 사용 설명도 없다는 것이었다. 나는 그것에 대해서도 궁금해졌다.

“그런데, 제가 이 버튼을 누르면 뭐 비용이나 이런 게 발생하거나 하지는 않습니까? 아무 댓가도 없이 버튼만 눌러도 되는 겁니까?”

“제가 방금 말씀드렸지 않습니까. 누르면 죽는다구요.”

설명은 쉬웠다. 죽기 전의 사람이 버튼을 눌러서 죽게 되면, 죽은 사람에게 어떻게 돈을 받겠는가. 즉, 무슨 계약을 하든 어차피 죽고 나면 땡인지라, 돈을 받는 것도 뭐도 안 되는 것이다. 버튼을 누르는 것이 실물 거래도 아닌 것인데다, 딱히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도 아닌 상황이 되어서 그걸로 뭔가 돈을 지불하게 만드는 것도 웃긴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죽고 난 뒤에 그 육체에 들어갈 사람에게 돈을 지불하게 한다고 했다.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전혀 누를 생각이 들지 않는데요.”

“여기 명함입니다. 몇 일간 생각해보시고 연락 주십시오.”

그 남자, 그러니까 (주) 행복상조 — 어처구니 없는 이름이었다! — 의 직원은 나에게 명함을 한 장 주고는 자리를 떠났다. 나는 이 회사가 도대체 실재하는 회사인지부터 궁금해져서 한참 인터넷을 뒤져보았다.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결국 이 회사는 ‘실재하고’, ‘상당히 주가가 오르고 있는 도중‘이라는 점이었다. 누르고 나면 죽는다니까 실제로 그 버튼이 동작하는지 확인할 수도 없는 일이라, 나는 그냥 그 얘기를 우스갯소리로 대충 머리 속 한 구석에 던져두었다.

——

그 날 저녁, 왜인지 모르지만 아내는 평소와는 다르게 화려한 화장을 하고 뇌새적인 실루엣이 드러나는 옷을 입고 있었다. 한참을 섹스리스로 지내던 것도 잊고, 나는 고3인 딸이 학원에서 돌아오기 전에 아내와 뜨겁게 섹스를 나누었다. 아내는 나를 끌어안고 내 아래에서 사랑스러운 비명을 질러댔다.

나는 아내의 위에 엎드려 가쁜 숨을 내쉬었다. 아내는 내 등을 쓰다듬으며 나에게 미소를 지었다. 이런 행복한 삶을 놔두고 자살이라니. 그 버튼을 파는 사람들이 장사가 잘 될지는 알 수가 없는 일이다. 그런 생각이 들자, 나는 우스운 생각이 들었다.

“왜 그래요?”

“아니, 오늘 낮에 회사에 재밌는 사람들이 찾아왔거든.”

나는 ‘버튼을 누르면 자살을 할 수 있다’는 얘기를 해 주었다. 세상이 아무리 우스워도 그런 사기 — 도대체 돈을 어떻게 받는지도 모르니까 정말 완벽하다고 할 수 있겠다 — 가 통하는 것은 무리일 것이었다.

그러나 나는 그 얘기가 나온 순간, 내 아내가 딱딱하게 굳어버린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우, 우습네요. 그런 회사가 있다니.”

“..그, 그렇지?”

딸이 학교에서 돌아올 시간이 되어, 아내는 그것을 핑계로 일단 침대에서 벗어나 샤워를 하러 들어갔다. 나 역시도 샤워를 해야 했지만, 방금 전의 아내의 변화를 이해할 수 없었기에 나는 멍청하게 그것에 대해 생각할 수 밖에 없었다.

——

“당신의 행복을 되찾아드립니다. 행복상조입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영업사원 xxx씨를 찾습니다만.”

“누구시라고 전해드릴까요?”

“ooo라고 합니다. 어제 만나뵈었는데요.”

아침 일찍 약속을 정하자, 어제의 그 남자는 나와 만났던 까페에 다시 나타났다. 나는 그 남자에게 다짜고짜로 물어보았다.

“그거, 누가 그 버튼을 눌렀는지 알아볼 수 있습니까?”

“그런 건 원래 안됩니다. 그런 기능이 없어요.”

남자는 고개를 내저었다. 나는 그러나 포기하지 않았다.

“하지만 몸을 사는 사람이 있으니까 버튼을 누르는 사람이 있는 거 아닙니까?”

“그건 그렇습니다만.”

“그리고 제가 이 버튼을 누르는 게 도움이 되죠?”

“뭐, 사실 성과급이 많이 나옵니다.”

나는 내가 생각하던 것이 맞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럼 그 성과급은 어떻게 측정되는 겁니까?”

“어, 그런 건 영업 비밀에 해당하는 거라서요.”

남자는 대답을 회피했다. 그러나 나는 별로 그 남자의 영업 비밀을 지키는 데에는 관심이 없었다.

“그럼 제가 추측대로 말해보겠습니다. 다른 사람이 살고 싶어하는 인생을 사는 사람이 버튼을 누른다면 그 사람의 몸에 들어가고 싶어하는 사람이 돈을 내는 거겠죠. 그럼 당연히 다른 사람이 살고 싶어하는 인생을 사는 사람에게 버튼을 누르게 한다면 성과급이 많이 나올테구요. 그렇겠죠?”

“뭐.”

남자는 딱히 부정하지 않았다.

“그럼 당신들이 구매하고 모은 그 빅-데이터에는 틀림없이 어떤 사람이 ‘주요 대상’인지에 대한 정보도 있겠죠. 그렇죠?”

“…뭐, 부정하지는 않겠습니다.”

나는 미소를 띄었다.

“그리고 누가 그 몸을 사서 들어갔다면, 그 사람은 그 ‘주요 대상’에서 빠져나가게 되겠군요. 사서 바로 파는 사람은 없을테니까. 맞습니까?”

“…뭐, 대충 그렇습니다.”

나는 시스템을 거의 정확히 이해했음을 깨달았다.

“…음.”

그 남자는 입맛을 다셨다. 틀린 말은 아니다. 당연히 남자가 갖고 있는 조회 프로그램에는 그런 조회 기능이 있다. 그렇지 않다면 전혀 무의미한 대상에게 영업을 하느라 발품을 파는 게 된다.

“비슷한 게 있긴 합니다. 정확히는 저희도 세부적으로는 그게 어떻게 결정되는지는 몰라요. 하지만 어떤 사람이 자살 확률이 높고, 그 사람이 자살하게 되었을 때 얻을 수 있는 것이 많다면 보통 ‘등급’이 높게 측정되기는 합니다.”

“그걸 해 달라는 겁니다.”

내 요구에 남자는 조금 고민하는 듯 했다.

“그걸 확인해드리면 버튼을 누르시는 겁니까?”

“뭐, 확인 결과에 따라서는 정말로 그 버튼을 누를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겠죠. 하지만 나쁜 장사는 아니지 않습니까? 그래서 제가 버튼을 눌러준다면 그게 더 좋은 것 아닙니까?”

남자는 고개를 설레설레 내저었다.

“더 많이는 보여드릴 수 없습니다.”

“굳이 필요 없습니다.”

남자는 가방에서 타블렛을 꺼내 고객 정보 조회 패널을 열었다. 첫 페이지에는 내 등급에 대한 정보가 나와 있었다. 내 등급은 A등급. 결혼정보회사에서 사람을 판단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삶에도 등급이 매겨진다는 것이 또한 우스웠다. 나는 내 아내의 신상 정보를 불러주었다.

우리 집에는 큰 빚도 없고, 아내가 걱정할 것도 없다. 건강하고, 낮에는 스포츠 클럽에 나가며, 친구들과 함께 놀러도 다닌다. 게다가 딸은 자기 앞가림은 충분히 할 정도이다. 그런 별다른 걱정이 없는 환경이라면 보통의 사람들이 “살고 싶어하는 인생”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내가 A등급인 것과 마찬가지로 A등급이거나, 낮아도 B나 C 등급이 한계일 것이다.

그러나 빅 데이터가 무슨 결론을 어떻게 내렸는지는 몰라도, 내 아내의 등급은 F 등급이었다.

“어, 이건 그러니까, 다른 것도 있습니다. 자살할 가능성이 영 없어도 등급이 낮으니까요.”

남자 또한 당황했는지, 시스템에 대한 변명을 늘어놓는다. 그러나 그렇다면 내가 A등급이라는 것이 설명이 안 된다.

“어, 새, 생각이 정리되면 연락 주십시오.”

남자는 가방을 싸서 일어났다. 나는 떠나가는 그를 잡을 수가 없었다. 나는 망연자실하게 그냥 그 자리에 앉아있었다.

나는 일이 도저히 손에 잡히지 않아, 건강을 핑계로 연차를 내고 집으로 돌아왔다. 문 앞에서, 나는 수다를 떨고 있는 아내의 목소리를 들었다. 지금까지 들어본 적이 없는 밝은 목소리였다. 내용은 잘 들리지 않았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그녀가 얘기하던 내용을 딱 멈추고는 “좀 있다가 다시 전화할께” 라고 하며 전화를 끊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나는 달려가 그녀의 손에 들린 휴대폰을 빼앗아 통화 목록을 확인했다. 이쪽에서 건 전화번호들이 전부 기존에 저장된 번호와는 전혀 다른 전화번호들이었고, 그 결과로 모든 번호들이 그냥 손으로 입력된 번호였다. 그녀는 당황하여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바라보았다.

“무슨 일이에요, 여보? 오늘 회사는요?”

“일찍 마치고 나왔어.”

나는 소파에 앉아 옆에 회사 가방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가방에서 버튼을 꺼내었다.

그 남자와 만났을 때 남자의 가방에서 슬쩍한 것이었다.

아내는 그 버튼을 보자 새파랗게 질렸다. 나는 버튼을 손에 쥐고 물었다.

“반응을 보니 알 것 같군. 넌 누구지?”

“여, 여보, 설명, 설명할께요. 잠시만, 진정해요, 제발.”

아내는 당황하면서도 다급하게 말했다. 그러나 나는 그 때, 내 인생의 그 어느 때보다 냉정했다.

“여보라고 부르지 마. 넌 누구지?”

“여보, 난, 나, 나는 당신 아내에요.”

나는 고개를 내저었다.

“셋을 셀 동안 대답하지 않으면 버튼을 누르겠어.”

어차피 내가 사랑하는 아내가 죽고 없다면 나에겐 의미가 없다.

“하나.”

“여… 여보..!”

“둘.”

“…누르지 …누르지 말아요!”

“셋.”

“아빠!”

“!?”

나는 당황해서 버튼을 눌러버렸다.

조금은 유감스럽지만, 버튼은 별다른 문제 없이 잘 동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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