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 연구가 쉽지 않다 — 1

마지막 날의 이야기 — 카엘 로엔


[7시 방향 30미터, 위로 5미터 위치에 마법 시야 장치입니다.]

귓속으로 마법 장치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목에 착용하고 있는 목걸이형의 이 장치는 근방 40미터 이내의 마법 장치를 검색해낼 수 있고, 사용자의 고막을 직접적으로 진동시켜 메시지를 전달한다.

원래대로라면 그 목걸이는 보안 장치를 검색하는 것은 정책상 불가능하지만, 사용자가 몰래 내부 코드를 뜯어고치면 보안 장치도 검색할 수 있게 고칠 수 있다. 이런 수정은 당연히 제품 보증 위반이다. 또한 사용자가 멋대로 수정을 못하게 하기 위해서 판매하는 마법사의 탑에서는 다양한 코드 업데이트를 한다. 하지만, 방어가 철통같다고 도둑이 안 드는 게 아니듯, 코드도 헛점이 있는지라 그걸 이용해서 뜯어고치는 것이 가능하다.

카엘 로엔. 어느 낡은 마법사의 탑 담벼락을 넘고 있는 그는 과거 평범한 마법사이자, 또한 평범한 도둑이었다. 그리고 또 한 때에는, 상을 수상한 적도 있는 위대한 마법사들 중 한 명이기도 했다. 다만, 지금은 그냥 좀 뛰어난-그리고 꽤 독특한- 도둑이다. 그리고 그 수정된 코드를 담고 있는 목걸이는, 그의 도둑질에 가장 도움이 되는 마법 물품 중 하나.

‘뭐, 전문 분야가 좀 바뀌었지.’

마법사였던 시절도 재미있긴 했지만, 결국은 뭐랄까, ‘끌리는’ 맛이 없었다. 스릴과 정복감, 성취감. 그것을 되찾기 위해 그는 잠시 집중했던 전업 연구 마법사를 그만두고 다시 마법사이자 도둑인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그는 그의 마법사 명성을 그다지 아쉽게 생각하지는 않았다. 예전이라면 절대 못할 것들을 이제는 할 수 있으니까. 예를 들면, 지금처럼 마법사의 탑 내부를 들락날락 거리는 것과 같은 일 말이다.

자신이 아무것도 모를 때에는 마법사의 탑을 훔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게 여겨졌었다. 그러나 그는 마법사의 탑에서 실제로 일했었고, 마법 덫에 대해서도 이제는 어지간한 다른 마법사들에 비해서도 뛰어난 지식을 보유하고 있다. 다만 굳이 문제가 있다면, 이제는 마법사들의 물건이 그냥 귀금속처럼 보이기보다는 예술품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그들에게 얼마나 소중한지도 뼈저리게 와 닿았다. 이제 그는 어떤 마법 물품이든, 거기에 들어갔을 노력이 생각나서 차마 훔쳐낼 수 없었다.

[정면 20미터, 지상에서 30cm 높이에 탐지형 마법 경보 장치입니다.]

‘누가 내 걸 훔쳐갔다고 생각하면.. 아휴.’

그래서 그는, 그냥 자신의 호기심을 충족시키는 용도로 도둑질을 했다. 말하자면, 미공개된 시제품 마법 물품이 생산되면 들어가서 확인해 보고 정보 시장에 팔아넘기는 식이었다. 어차피 공개될 물건이니 상관 없고, 숨겨둔 공간에 들어갈 수 있는가-무사히 빠져나올 수 있는가 하는 도전 의욕도 샘솟고, 자신은 정보를 팔아 돈도 벌고.

때로는 시제품 마법물품 옆에 ‘이 정보만은 공개하지 말아 주십시오’ 라는 쪽지에 더해서 돈이 놓여져 있는 경우도 있었다. 돈을 챙기고 원하는 대로 해 주었던 적도 있다. 가끔 돈 액수가 좀 적다 싶으면, 일부 정보는 ‘만류를 무릅쓰고’ 공개해 버린 적도 있다. 뭐, 카엘에게는 원하는 것을 모두 달성한 상태이니까 상관 없는 일이었다.

그가 지금 잠입해 들어가고 있는 마법사의 탑도 또한 그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이었다. 그 마법사의 탑에서는 그다지 대단한 제품이 생산된 적은 없었다. 전문 판매 분야는 다들 흔히 사용하는 마나 지성 도우미(지금 그가 쓰고 있는 목걸이와 마찬가지로) 였지만, 이상하게도 다른 마법사의 탑에서 생산되는 마법 물품들이 시기별로, 종류별로 주문되어 그 탑 안으로 이동되어 가는 것이 수상했다.

보통이라면 그것은 그 제품들의 문제점이나 약점, 장점 등을 조사하여 새로운 제품을 만드는 데 사용되는 것일 것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사람들에게 알려진 상품이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것이 역으로 수상했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날까. 뭔가 하고 있는 것은 틀림 없다. 애초에 제품을 판매하지 않는 마법사의 탑이 그 만큼의 마법 물품을 구매할 비용을 지불할 수도 없다.

카엘은 싱긋 웃으며 벽을 타고 올라, 어둑어둑한 2층의 창으로 다가갔다. 마법 장치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창문에 보안 방범 장치입니다. 자동식 석궁 4개가 연계되어 있습니다.]

카엘은 속으로 콧노래를 불렀다. 물리 덫 연계 마법은 자신이 만들어낸 것이다. 그것이 그의 완벽한 도둑질 승리 공식이었다. 말하자면, 자물쇠 제조자이자 열쇠 제조자인 사람이 도둑인 것이니, 어떻게 피할 수 있겠는가. 비록 이후 마법사들이 업그레이드를 해왔지만, 그래도 동작 원리 전체를 아는 사람에게는 아무 의미도 없는 법이다.

카엘은 마법 장치에 두 손가락을 대고 일정한 규칙으로 두들겼다. 톡, 토톡, 톡톡. 그러자 마법 장치가 카엘의 안경에 석궁의 위치를 표시했다. 석궁이 가리키고 있는 방향, 방아쇠의 위치, 방아쇠를 당기는 힘의 양 까지. 카엘은 방아쇠의 위치를 체크하고 벡터 힘 마법을 준비했다. 원리는 간단하다. 석궁의 방아쇠에 반대 방향으로 동시에 동일한 벡터힘을 가하면 된다. 그럼 당겨지는 방향으로 향하는 벡터힘과 상쇄되어 방아쇠는 당겨지지 않는다. 그러면 문이 열려도 함정은 동작하지도 않은 채로, 남게 되는 것이다.

준비가 완료되고, 카엘은 작은 스태프를 쥐고 마법을 시전했다. 스태프의 끝에 장착된 작은 크리스탈이 빛나며 마법이 시전되었고, 동시에 카엘은 창문을 열었다.

- 딸깍

‘안녕하세요, 주인 아저씨. 물건 구경하러 왔습니다.’

평소의 말버릇을 머릿속으로 흉내내며 작게 웃은 카엘은 방 안으로 들어갔다. 방에 들어가게 되면 그의 마법 물품은 자동으로 방 내부 정보를 통보한다.

[방 내부에 마나 지성 도우미 물품 1 개가 있습니다. 팔찌 타입.]

여유롭게 마법 물품을 찾을 생각으로 시선을 돌리던 카엘은 그대로 뻣뻣하게 굳어버렸다. 카엘의 앞쪽에 놓여 있는 책상에 사람이 앉아 있었다. 비록 카엘을 등지고 있기는 했지만. 너무 어두웠기 때문에 카엘도 또한 그를 발견하는 것이 늦었다. 만약 그가 움직이는 것이 느껴지지 않았다면 카엘은 미처 눈치채지 못했을 수도 있었다. 그는 자리에 앉아, 뭔가를 종이에 적고 있었다. 옅은 달빛에 아스라히 손이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원래라면 이러한 정보는 창 밖에서 분석할 때 — 그러니까 석궁의 개수를 알려줄 때 — 사람의 수가 함께 통보되었어야 하는 일이었다. 사람 판별 옵션이 켜져 있었다면. 카엘은 자신이 벌인 실수를 깨달았다.

‘이런 젠장! 옵션 꺼놨나! 완전 뒤집어 쓸 뻔 했잖아!’

카엘이 신경질적으로 목걸이의 윗쪽을 손가락으로 툭툭 두들기며 몸을 뺄 준비를 했다. 사람 판별 옵션이 꺼져있었다면 지금까지 이 안으로 들어온 것도 순전히 운에 불과했다. 주변을 감시하고 있는 사람들이 어디 있는지 전혀 모르는 채로 들어온 것이니까. 지금 당장 여기서 나가야 하는 것도 맞는 말이지만, 나갈 때에라도 당연히 켜야 한다.

[사람 판별 옵션이 꺼졌습니다.]

‘…어?’

카엘은 당황하며 방금 자신이 두들겼던 부분을 다시 두들겼다.

[사람 판별 옵션이 켜졌습니다. 현재 방 안에 주인님을 제외한 사람은 0명 입니다.]

‘…저게 사람이…아니라고?’

카엘은 그제서야 의심스럽게 그 ‘사람처럼 보이는 것’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그는 틀림없이 사람이었고, 또한 뭔가를 종이에 적고 있었다. 그리고 다 적은 것을 오른쪽으로 옮겨놓았다. 그러나 그 동작은 어떠한 군더더기도 없이, 그냥 오른팔만이 마법 펜을 움직여 글씨를 적고, 다시 종이를 잡아 오른쪽의 서류함으로 옮겨담는 것이 전부였다. 엄청나게 어두운 방에서, 어떠한 조명의 도움도 없이.

카엘은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무엇보다 그는 종이를 바라보고 있지 않았다. 완전히 정자세로 의자에 앉아 있을 뿐이었다. 바라보지 않는 종이에 뭔가를 써내려가면서, 그것을 마치면 옆의 서류함에 옮겨담는, 마치 오른손만이 살아있는 것과 같은 이질감. ‘저것’이 과연 사람일까?

그러한 이질감에서 벗어나기 위해, 그리고 확인하기 위해, 카엘은 평소의 자신이라면 이 상황에서 절대 하지 않을 말을 내뱉었다.

“실례합니다.”

‘그것’이 손을 멈췄다. 그리고 오른손을 들어올렸다. 손목에 착용되어 있는 팔찌가 눈에 들어왔다. 방금 전에 자신의 마법 장치가 알려온, 이 방 안에 하나 있다고 하는 마법 장치일 것이다. 어째서 그가 직접 돌아보지 않는 걸까? 뒤를 돌아보면 공격받을까봐? 목격자를 남기지 않기 위해서 죽일까봐? 그럴 거라면 말을 걸기 전에 공격했을 테니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인데.

“해치려는 게 아니니 뒤로 돌아보셔도 됩니다.”

그러나 ‘그것’은 뒤를 돌아보지도, 말을 하지도 않았다. 대신, 카엘의 마법 물품이 간단한 시스템 메시지를 알려 왔다.

[내부 코드 업데이트가 시작됩니다.]

잔뜩 긴장하고 있던 카엘은 그 메시지가 담고 있는 의미를 조금 늦게 깨달았다. 그것은 목걸이 내부 코드가 마법 네트워크 내에 저장된 새로운 버전의 코드로 바뀐다는 것이다. 요즘의 마법 물품들은 대체로 이런 자동 업데이트를 포함한다. 마법 물품의 오동작으로 인해 생겨날 수 있는 문제들을 하나씩 없애 가는 것이다.

그러나 카엘의 목걸이는 카엘이 멋대로 고친 마법 코드를 담고 있다. 따라서 공식 업데이트를 통해 업데이트되어서는 안 된다. 그랬다간 자신이 쓰고 있는 기능들을 못 쓰게 될테니까. 그래서 카엘은 목걸이에서 업데이트 기능을 강제로 사용 불가능하게 고쳐 두었다. 즉, 자동적으로 업데이트가 이루어질 수 없다. 카엘이 직접 업데이트를 하지 않는 이상.

더해서 어느 마법사도 대결에 임하면서 물품을 업데이트하진 않을 것이다. 하물며 도둑인 자신이 여기에서 그럴 리가 없다. 굳이 업데이트가 일어난다면, 누군가가 이 기기에 몰래 접속하여 업데이트를 수행하려고 드는 것일…

카엘은 방금 전에 떠오른 생각을 미친 것으로 취급하며, 다급히 앞쪽으로 뛰쳐들었다. 한 때 마법사였지만 원래는 도둑이었고, 도둑에게 날렵한 몸놀림은 중요 과목이다. 그는 그대로 발을 강하게 디뎌 책상을 건너뛰며 ‘그것’이 적어서 옆으로 옮겨두던 종이 중 두어장을 움켜쥐었고, 스쳐지나가는 상태로 고개를 돌려 자리에 앉아 있는 그것을 바라보았다. 달빛에 어스름히 비치는 ‘그것’ 혹은 ‘그 사람’은, 자신을 향해 어떠한 시선도 주지 않았고 어떠한 반응도 일으키지 않았다. 그는 그냥 우두커니 그 자리에 앉아 있을 뿐이었다.

다만 오른손이 움직였다. 동시에 ‘그것’의 입이 달싹였다.

“죽음의 칼날.”

들어 본 적이 없는 주문. 카엘의 목걸이는 주문에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았다. 원래대로라면 목걸이는 다른 사람의 피해를 입히려는 주문에 대한 방어 절차에 들어가야 했다. 카엘은 동작하지 않는 목걸이에 화를 내기 보다는, 바로 스태프를 휘둘러 자신의 최고의 마법을 선보였다.

“긴급 탈출!”

부우욱! 하는, 두꺼운 무언가가 찢어지는 듯한 소리가 울리며 꽤 많은 양의 피가 쏟아져 나왔다. 그리고 카엘의 흔적이 그 방에서 사라졌다. 누군가가 거기 있었다는 증거는 바닥에 흩뿌려진, 검붉은 피 뿐이었다. 방 안은 다시 정적에 휩싸였다. 스르륵, 조용히 창문이 닫혔다. 창이 닫힌 어두운 방 안은 어스름한 달빛으로도 잘 보이지 않았다. 잠깐의 소란이 거짓말이었던 것 처럼, 낡은 마법사의 탑은 어떤 소란도 없이, 이전과 마찬가지의 고요 속에 남겨졌다. 달이 구름 속에 들어가자, 탑의 모습은 거의 보이지도 않았다.


…시작했습니다. (사실은 자소서를 써야 하는데, …소설을 쓰기 시작했…)

원래라면 안 적어도 될텐데, 캐릭터를 만들어놓은 김에 마지막 날의 이야기를 풀겠습니다. 완전히 엔딩을 보는 것은 아니고, 그냥 ‘마지막 날’이 어떻게 시작되었는가…하는 부분만 풀려고 합니다. 소설 상 시점은 캐릭터의 ‘최종 연구 성과’ 단계 이후의 상황입니다. 다들 쎄죠. 헤헤헤.

캐릭터별 저작권은 각 캐릭터의 소유자 분들께 있습니다. 만약 이 소설이 출판되거나 판매되거나 한다면 각각의 분들께 우선 허락을 받을 것이고, ‘안 돼’라는 얘기를 들으면 캐릭터를 바꾸어야겠지요(…) 캐릭터 소유주가 누구인지에 대한 부분은 https://medium.com/@waynewide2/4167fb5d5e22 이 쪽을 참고하세요. 캐릭터 사용권에 대해서도 ‘쓰지 마’ 라는 얘기가 들려오면 바로 멈추겠습니다.

나머지 세계 설정에 대해서는 ‘당연히’ 제가 저작권을 쥐고 있습니다. 아직 아무한테도 팔지도 대여해 주지도 않았으니 여전히 제 것입니다. 제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겁니다(?)

추가. 만약 똑같은 설정 (혹은 매우 유사한 설정)의 다른 소설을 아시면 연락 부탁드립니다. …제가 늦었으니 제가 피해가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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