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황과 잡념
미디엄에 개인적인 말만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개인적인 말을 하는 것을 싫어하기 때문은 아니고 미디엄이 근황을 말하기에는 적합한 매체는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도, 올해 초부터 9월 7일 현재까지 40여 개의 글을 썼기 때문에 미디엄에 애착이 있다. 이제 와서 2년 동안 쳐다보지도 않은 네이버에서 글을 쓰고 싶진 않기 때문에 미디엄에서 근황과 잡념을 말하고자 한다.
현재 나는 리투아니아 카우나스 기술대학교에 교환학생으로 파견됐다. 발트3국 중 하나인 리투아니아는 한국인에게 비교적 덜 알려진 국가이다. 크기도 작고 인구 수도 많지 않다.
한국만큼 살기 편한 나라는 아니지만 내게는 충분히 매력적인 국가이다. 저렴한 물가, 신선한 공기, 아름다운 사람들과 도시… 한국과는 180도 다른 풍경이 즐비해 있다.

하지만 교환학생 생활을 하다보니 코딩하는 시간은 확연히 줄어들고 있다. 친구와 2018년 12월 31일까지 함께 구상한 웹플랫폼을 만들기로 약속한 것이 있어 3일 연속 동네 카페에서 코딩하고 있지만 느린 와이파이 때문에 개발 속도도 더뎌지고 있다.
그럼에도 이 카페에 점차 애정이 생기고 있다. 7시간 동안 쳐박혀 있는 내게 아무 눈치주지 않고 반갑게 인사해주는 친절한 직원들 때문이다. 또 와이파이 속도도 다른 장소에 비하면 빠른 편이다. 앞으로 자주 이곳을 방문할 것 같다.

올해로 26살인 나는 여기서 결코 어린 편이 아니다. 프랑스, 터키, 이탈리아, 스페인 등등 여러 나라의 다양한 학생들을 만났지만 아직까지 나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은 못봤다. 심지어 나보다 어린데 석사 과정을 밟고 있는 친구들도 여럿 봤다. 이게 다 재수와 군대 때문이다. 이렇게 생각하니 한국 남자들 참 불쌍하다.
그래도 기분 좋은 것은 다들 내가 25살이라고 하면(국제 나이) 놀란다는 점이다. 어떤 친구는 내게 많아봤자 20살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국에서는 절대 들을 수 없는 말이다. 물론 예의상 하는 말일 수도 있지만 난 내가 듣고 싶은 말만 듣기로 했다.

어찌됐건 교환학생 온 김에 무엇이라도 해보자는 마음으로 여기서 할 수 있는 사업을 끊임없기 구상하고 있다. 지금 생각하고 있는 것은 단순히 말하면 옷장사이다. 한국은 겨울이 되면 이른 바 ‘롱패딩’을 입고 있는 대학생들을 어디서나 볼 수 있다. 리투아니아에도 대학 패션을 전파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모든 현상에는 그 근본적인 이유가 있다. 한국에서 대학생들이 롱패딩을 즐겨 입는 이유는 10 중 8, 9 ‘편하고 따뜻해서’이다. 대학 이름에서 오는 자부심도 한몫 작용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현상이 꼭 한국 학생들에게만 국한돼야 할 이유가 있을까? 편하게 부담없이 입을 수 있는 옷은 국가와 문화에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필요하지 않을까? 특히, 소박한 생활을 할 수밖에 없는 대학생들은 저렴하게 패딩을 구매하고 싶지 않을까? 이런 생각에 아이디어를 구체화하고 진지하게 시장 조사를 시작했다.
생면부지의 현지인들에게 무작정 말을 걸며 느낀 점은 ‘생각보다 장애물이 많다.’이다. 첫째, 리투아니인들은 주로 오프라인으로 쇼핑한다. 둘째, 패션에 관심이 많으며 획일적인 것은 거부한다. 셋째, 옷에 돈 쓰는 것을 그렇게 아까워하지 않는다.
내가 생각한 내 아이디어의 가장 큰 장점은 ‘캠퍼스에서 편하게 입을 수 있는 옷을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다.’인데 현지인들이 과연 이를 원할 지 의문이다. 솔직히 말하면, 시장조사는 내게 사업방향을 다른 방향으로 틀라고 권고하고 있다.
그런데, 내 직관은 내게 포기하지 말라고 속삭이고 있다. 어쩌면 현지인들도 스스로 몰랐던 수요를 내가 창출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내 직관이 옳을까? 아니면 내가 듣고 싶은 것만 듣 듯이 지금 내가 보고 싶은 현실만 보고 있는 것일까?
너무 많은 생각은 안 하기로 했다. 직관을 믿고 계속 도전할 생각이다. 우선, 학교 기념품 판매처 측이랑 단과대별 마케팅 팀과 연락해볼 계획이다. 이들이 허락하면 내 사업의 MVP(최소기능제품)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이들이 거절하면 같은 교환학생을 대상으로 홍보해볼 계획이다. 어떤 방향이든 내가 크게 빚질 일은 없다.
이것 때문에 안 되고, 저것 때문에 안 되고, 이래서 문제가 있고, 저래서 문제가 있고… 문제점만 생각하면 그 어떤 것도 도전할 수 없다. 도전함에 있어서 약간의 낙관은 필요한 것 같다. 물론,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은 끊임없이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100%의 긍정보다는 65%의 긍정이 적절할 것이다.
이번 포스팅은 여기서 마치겠다. 사업에 진전이 있다면 다음 기회에 포스팅하겠다. 진전이 없다면 망했다고 간단하게 언급하겠다. 어떻게든 소식은 전하겠다.
제목 그대로 근황 및 잡념이다. 스트레스를 글로 쓰며 푸는 사람인지라 오랜만에 아무 생각 없이 생각나는 대로 글을 썼다. 솔직히 요즘 한국말보다는 영어를 써서 그런지 작문 실력이 굉장히 줄었다. 그럼에도 글쓰는 건 내겐 기분좋은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