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말이야, 캐릭터 문제야.”

여름에는 역시 귀신이지, 라는 생각으로 <보건교사 안은영>을 고른 건 아니었다. 재미있다는 이야기만 듣고 빌려왔는데 퇴마사 이야기였다. 아무 정보 없이 읽기는 아주 오랜만. 큭큭 거리다가 결국 이북을 샀다.

처음에 가장 좋았던 건, 문단 중간 중간에 나오는 인물들의 속마음이었다. 독백이 문단에서 전혀 튀지 않고 그대로 녹아 있으면서도 재미있었다. 예를 들어, 승권의 독백은 애절하지만 너무 웃겼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머릿속이 투명하게 보인다고 해서 별명이 해파리인 여자애였다. 그나마 좀 귀여운 어감인 젤리피시로 불려서 다행이지, 해파리 같은 여자애를 좋아하는 나는 뭐가 되는 건가. 승권은 늘 머리가 아팠다.” “너한테 필요한 건 키만 크고 얼굴이 여드름 밭인 농구부 주장이 아니야. 매일 아침 눈빛만 봐도 네가 매점의 서른여섯 간식들 중 뭘 먹고 싶어 하는지 아는 나라고. 승권은 농구부 주장보다 먼저 혜현을 찾아야 했다. 농구부 애들이 저 질퍽한 운동장에 하트 모양으로 꽂을 초들을 가지고 왔다고 했다. 비나 와라. 비나 와 버려라.

그 다음으로는 주인공들에 대한 묘사가 좋았다. 나중에 “서로의 흉터에 입을 맞추고 사는 삶”이라고 표현되는 인표와 은영의 삶은 아주 남달랐다. 오토바이 사고로 다리를 저는 인표에게는 장애라는 라벨 대신 유쾌함이라는 라벨이 붙었다.

무서워할 필요가 전혀 없는 자신을 무서워하는 사람들 속에서도 은영은 꿋꿋했다. “세상이 공평하지 않다고 해서 자신의 친절함을 버리고 싶지 않았다”는 문장은 이 책에서 가장 빛나는 부분일 것 같다.

그리고 은영의 캐릭터를 설정해준 강선의 이야기가 가장 오래 기억날 것 같다. 반전이라기보다는 약간 뜻밖이라는 느낌도 들었고, 부서질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한 강선이 안타까웠다.

소소하게는…

댓구가 재미있었다. 처음에는 좀 낯설다고 생각했지만 보다 보니 이렇게 A is B, and C is D.를 품사에 맞게 쓰는 걸 자주보지 못했던 것 같다. “연하늘색 핀 스트라이프 반셔츠에 면바지가 승권의 최선이었고, 승권이 관심을 가지는 대상은 오직 하나였다.” 이 문장보다 더 마음에 드는 댓구가 있었는데 책에는 표시를 해두지 않아서 이북으로 다시 읽으며 찾아봤지만 아직 못 찾고 있다. ;;

전학생 옴의 외모를 묘사하는 부분이 재미있었다. 처음에는 “얼굴이 달처럼 둥글고 입술은 붉어서 한복이 잘 어울리게 생겼네, 싶은 전통적인 미인”이라고 시작해서 “하북 위례성 때부터”, “붉은 입술로 웃었다”, “남자였을 때도 저렇게 동그란 얼굴에 붉은 입술이었을까.”, “신윤복이 그렸을 법한 여자애”, “붉은 입술로 웃었다”로 끝맺을 때까지 반복 변주해서 옴의 외모를 차곡차곡 쌓아가는 게 좋았다.

마지막 장에서는 너무 급하게 끝을 낸 게 아닌가 싶었다. 좀더 이야기할 거리가 풍부할 것 같은데, 끝을 내기 위해서 끝냈다는 느낌이 좀 들었다. 언젠가 2부가 나오면 좋을 것 같다. 그리고 ‘아는 형’이라는 별명이 붙게 된 계기에 대한 프리퀄이 나와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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