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회사에서의 기억들(4) — 병특 이후, 그리고 대학원?

Wonhee Jung
kokr
Published in
8 min readJul 22, 2019

--

2002년 말 혹은 2003년 초, 대학 졸업후 산업기능요원으로 들어갔던 중앙정보기술(이후 센트럴에스티) 에서의 아픈 기억과 급여 연체로 인해 전직했던 어헤드모바일에서 남은 마지막 1년을 다 채워갈 무렵, 이런저런 정상적인 ‘대학 졸업 후 진로’ 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3년간 나름 회사에서 소프트웨어 개발자로서의 경험을 해 봤고, 대학 4년을 휴학없이 공부하고 졸업한 다음 병특을 하는 바람에 이미 “대졸 및 대졸예정자” 로 한정되어 있던 대기업 신입사원 채용에는 응시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렇다고 인맥이나 지연, 학연이 좋은 것도 아니었고, 부산에서 태어나고 자라 대학교까지 졸업한 나에게 그 당시 있는 서울/수도권의 유일한 개발자 인맥(그룹?)은 당시 활동하던 PC통신 나우누리의 자바개발자 모임이 전부였다. 그때 알던 분들이랑은 아직까지도 페이스북을 통해서 인맥을 이어오고 있다. 비록 사는 곳이 달라져 지금은 100% 온라인 인맥이지만…

Photo by Kevin Curtis on Unsplash

뭔가 한단계 도약이 필요했고, 대기업 신입공채는 이미 막혔기 때문에(중고신입?), 그 당시에 생각했던 다음 단계는 현재 네이버나 카카오와 같은 위치였던 다음(Daum) 같은 SW쪽 대기업을 가거나 아니면 대학원에 진학하는 것이었다.

3년간 서울생활을 하면서 SW개발자로서 부산으로 내려간다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게 결국 부모님과 계속 떨어져 생활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지금은 아내가 된 당시 여자친구와도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는 장거리 연애를 계속 해야 한다는 뜻이었지만, 일단 그런 일들은 뒤로 미루고 우선은 몇 달 쉬면서 다음 방향을 결정하고 싶었다.

광진구 구의동의 반지하 전셋방을 그대로 일단 두고 부산에 한동안 머물 준비를 하면서 두가지를 해두었는데, 하나가 당시 서강대학교 컴퓨터공학과(전산과였나?) 산업대학원에 응시한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당시 대학동기였던 지영이가 다니던 회사에 면접이나 한번 보고 가라는 이야기를 듣고 부산 내려가는 길에 아무 준비없이 가서 회사 면접을 본 것이었다.
혹시라도 내 뜻대로 뭔가가 안 풀리더라도 최소한 괜찮아 보였던 중소기업을 다니면서 산업대학원을 다니며 다음 준비를 할 수 있겠다라는 계산이었는데, 어쩌다 보니 면접을 본 다음 날인가 그 다음 주 정도에 곧바로 인터뷰에 합격했다면서 언제 출근할 수 있냐는 연락을 받았다. 거기가 유엔젤이었다.

저축이 있었지만 1년 이상씩 놀면서 뭔가를 준비할만한 금액은 아니었기에 일단 여기에서 일하면서 다른 회사 인터뷰를 준비하거나 학업준비를 하자는 계산이었다. 학부 졸업하고 바로 같은 학교…

--

--

Wonhee Jung
kokr

Lifelong gamer and learner, loves lifehack. Senior Software Engineer@Blizzard Entertainment. Master’s degree in CS@UIUC, current CS grad student@GeorgiaTe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