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endle, 저널리즘을 구할까

나는 매일 같이 ProductHunt 를 들락거리며 새로운 서비스들, 흥미로운 제품들을 찾는다. Product Hunt는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서비스(product)를 대상으로 하는 랭킹서비스다. Product Hunt 에는 매일 약 30여개의 서비스가 소개되는데, 유저들은 맘에 드는 서비스를 담아 두거나 투표(upvote)를 할 수 있다. 평균적으로 약 700개의 vote를 받으면 그 날의 1위가 된다.

내게는 이렇게 새로운 아이디어(서비스)를 접하는 것이 어떤 취미 같은 것인데, 흥미로운 서비스를 미리 맛보고 남들에게 알리는 일이 퍽 재미있다. 회사에서는 이를 위한 대화방을 만들어 멤버들과 공유하고 있기도 하다.

Blendle

여느날과 다름없이 서비스들을 둘러보는데 Blendle 이라는 서비스가 눈에 들어 왔다. 저널리즘에 새로운 수익모델을 제안하겠다는 그들의 목표가 마음에 들어 망설임 없이 베타 유저 신청을 했다.

Blendle 메인 페이지, 현재 베타 서비스 중이다.

신청 이후에는 별다른 관심을 두지 않았지만 그들은 이따금씩 어떻게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는지를 메일로 보내왔다. 자세히 읽어볼 생각은 못 했지만, 그런 정보를 유저들에게 전달하는 것 자체가 준비된 서비스라는 느낌을 주었다.

알고보니 Blendle은 이미 2014년 부터 서비스를 시작했고, 네덜란드와 독일 등에서 이미 65만 명정도의 유저를 갖고 있었다. 유럽의 컨텐츠 소비시장이 우리에 비해 많이 성숙했다고 해도, 성공하기는 어려운 비지니스 모델이라고 생각했기에 그렇게 많은 유저를 갖고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온라인 뉴스 수익화라는 지상과제

인터넷과 디지털 정보사회의 발전 등등 우리가 흔히 그런 아는 이유들로 독자들은 지면을 떠나 온라인으로 이동했다. 하지만 온라인 뉴스 수익화는 이들을 겨냥한 미디어 업계의 강력한 의지만큼의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온라인 뉴스 수익화를 위해 여러 모델들이 제안되었고, 시도되었으나 독자층이 두텁고 기사의 품질이 좋은 대형 언론사들조차 의미있는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뉴욕타임즈의 PayWall 모델이 대표적인 예다. 뉴욕타임즈는 디지털 혁신을 공격적으로 진행하는 언론사 중 하나로, 유출된 내부 '혁신보고서'스노우폴 기사 등에 그들의 강한 '디지털 퍼스트' 의지를 읽을 수 있다.

매달 10개의 기사가 제공되고 그 뒤로는, 이 PayWall을 만나게 된다. — NewYork Ti

PayWall 은 일정 개수의 기사를 무료로 제공하고, 그 이상의 기사를 읽기 위해서는 유료결제를 해야 하는 방식으로, 일종의 기사 ‘맛보기’ 방식이다. 뉴욕타임즈는 2011년 Paywall 을 도입했고, 2015년 말에는 디지털 유료 독자가 10만 명에 도달했다고 자랑스럽게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아직 축포를 터트리기엔 이르다. 뉴욕타임즈가 유료 독자를 통해 벌어들 일 수 있는 돈을 185M 달러(약 2천 억)으로 추산할 때, 이는 뉴스룸 운영비를 충당할 만한 수준에 불과할 뿐, 거대 미디어 기업 뉴욕타임즈의 연 운영비 1.4 B 달러(약 2조) 에는 턱 없이 모자라는 금액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주목해야할 사실은, 가장 성공적으로 PayWall 을 운영하고 있는 뉴욕타임즈조차, 뉴스룸 운영비를 충당할 수준에 그친다는 것이다. 결국 다른 언론사들에게 PayWall 은 언감생심이다.


Micro Payment

애플의 뉴스가판대 (apple.com, 2016)

2015년 애플은 Flipboard 형식의 뉴스앱을 소개한 바가 있다. 유저들은 자신이 원하는 매거진, 언론사의 뉴스 들을 읽고, 추천되는 기사들을 볼 수 있다. 다만 유저는 기존의 오프라인 방식과 다름없이 자신이 읽고 싶은 매거진을 ‘구독’해야 한다. 대다수의 정기간행물들이 온라인으로 이동하며 당연스럽게 도입한 방식이다. 하지만 기존의 ‘구독’방식에는 너무 익숙해져서 간과하고 있는 불편이 있다. 단 한 개의 짧은 기사를 읽고 싶더라도 잡지를 구매/구독해야만 한다는 점이다.

Blendle

Blendle 의 창업자 Klöpping은 이런 ‘묶음판매’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iTunes for Journalism’ 를 제안했다. iTunes에서 원하는 음악 만을 구매해 들을 수 있듯, 유저가 원하는 기사 만을 선택하고 지불하게 하자는 제안이었다.

플랫폼 내부에서 이뤄지는 소규모의 거래를 일컫는 Micropayments 는 우리에게 제법 익숙한 모델이다. Klöpping 이 언급한 iTunes 뿐 아니라, 우리가 즐겨하는 모바일 게임 속에도 아이템 구매를 위한 앱내결제(In-app purchase)시스템 등으로 적용되어 있다. 다만 이런 방식이 Journalism에 시도된 적은 없다.

Blendle, (Wired, 2016)

Blendle 은 이 아이디어(Micropayment)를 서비스의 기본으로 두고 있다. 기본적으로 유저는 위 이미지처럼 횡으로 나열된 기사들을 볼 수 있다. 이 기사들은 자신의 관심사에 따라, 주제별로, 혹은 Blendle 의 Editor 들이 권해주는 기사들이다. 또한 친구들이 좋아한 기사, 읽은 기사들도 볼 수 있다.

첫 번째 기사 구매를 축하하는 메시지, 짧은 Feature 기사가 0.19$로 책정되어 있다.

유저는 기사를 선택할 때마다 각 기사에 정해진 금액을 지불한다. 신용카드 등으로 충전(Top Up)할 수 있는 Credit 이 기본적인 결제 수단이다. 평균적으로 신문 기사는 0.19센트에서 39센트 사이에서, 잡지 기사는 9센트에서 0.49센트 사이의 가격으로 책정되어 있다.

위 언론사들과 제휴하여 세계시장을 공략할 컨텐츠를 확보했다. ( 관련 기사 : businessinsider )

Blendle은 2014년 출시 10달 만에, 유럽의 디지털 출판사 Axel SpringerThe New York Times 로 부터 4M(48억 가량, Pre-Series A)을 투자받았다. 2016년 3월 23일, Blendle은 기존의 독자들을 바탕으로 여러 굴지의 언론사들과 제휴하여 세계 시장에 베타 서비스를 시작했다.

제 살 깎아먹기?

“충분히 좋은 서비스를 만들면 사람들은 기꺼이 지불할 것 입니다. ”
Alexander Klöpping ( bloomberg, 2016 )

Blendle 또한, 새로운 온라인 미디어 채널이 등장할 때마다 단골처럼 등장하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한정된 온라인 독자를 다른 채널로 분산시키는 제 살 깎아먹기가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런 우려스러운 시각에 답하려면 Blendle이 유럽시장에서 만들어낸 650,000 명의 유저 절반 이상이 35세 이하라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이들은 페이스북으로, 트위터로, 구글으로 별다른 비용없이 뉴스를 구독하던 이들이다. 앞서 Spotify 와 iTunes에 대해 언급했듯, Blendle 서비스가 제공하는 핵심적 가치 중 하나는 ‘사용성’이다. Klöpping은 이런 비판에 이 같이 답한다. “If you make the service good enough, then people will pay.”(Klöpping, 2014) 훌륭한 사용성으로 새로운 독자를 창출하겠다는 자신감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Micro Payment 그 이상

Unsplash, Olu Eletu, 2015

Blendle 에서 유저는 원하는 기사만을 선택해 구매할 수 있다. 이 시스템은 출판물의 일부였던 기사의 위상을 완전히 새롭게 바꾸어놓는다. 기사는 이제 출판사의 이름 없이 각각의 가치를 갖는다. 결국, 기사의 선택은 온전히 독자의 몫이 되고 선택받지 못하는 기사는 도태된다. 독자들에게 선택받는 좋은 기사가 더 좋은 기사를 낳는 선순환을 만드는 것이다. 게다가 Blendle에는 이를 가능케할 장치가 하나 더 있다.

출판물로서의 기사에는 피드백 창구가 없다. 기사의 이해당사자 혹은 극성 독자들은 편집국에 전화를 하거나, 이메일을 보내 제 의견을 표하겠지만 대다수의 독자들은 그저 침묵한다. 기사의 논조, 품질에 불만이 있더라도 자신의 시간을 써가며 의견을 전달할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 그러다 불만이 쌓이면 그저 구독을 취소해버리면 될 뿐이다. 온라인 뉴스의 댓글창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댓글창은 비어있거나, ‘악플’로 도배되어 있기 일쑤다.

Blendle에는 각 기사에 가격이 부여되어 있다. 독자는 Credit으로 이를 지불해야만 기사를 읽을 수 있다. 기사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기대에 충족되지 않는 기사라면? 독자는 그저 기사 아래에 표시된 환불(Refund) 버튼을 누르면 된다.

Blendle에서는 기사가 맘에 들지 않거나, 심지어 잘못 클릭했다는 어줍잖은 변명에도, 바로 Refund를 받을 수 있다!

독자는 기사를 다 읽고 나서야, 기사의 가치를 판단할 수 있다. 따라서 환불은 독자가 보내는 가장 강한 불만족의 표시이다. 게다가 독자에게는 그들의 불만족을 표시해야할 합리적인 이유가 -아까운 돈을 돌려받기 위해-있다.

환불의 과정을 매우 간단하게 만든 것도 인상적이다. 기사 아래의 환불 버튼을 선택하면 환불을 원하는 목적을 묻는다. 보기에서 이유를 고르고 환불을 요청하기만 하면 특별한 절차 없이 즉시 credit이 채워진다.

이렇게 모인 피드백은, 기사와 언론사에 전달되어 더 좋은 기사가 생산되는데 좋은 거름이 된다. 블랙컨슈머들이 환불 기능을 악용할 여지가 있지만 Blendle 에 따르면 현재까지 환불요청은 평균 10% 에 불과하다고 한다.


저널리즘은 공짜가 아니다

News is free, but Journalism isn’t

우리는 매일 뉴스의 홍수 속에 살고 있다. 뉴스들은 비슷한 제목으로 마구 쏟아지고, 자극적인 뉴스들은 포털 메인에 걸려 독자를 유혹한다. 하지만, 흙 속의 진주처럼 가끔 만나는 좋은 기사들이 있다. 중요한 사실들에 근거해 추론해낸 결론을 담은 기사, 심도 있는 분석, 좋은 인터뷰 등 'What' 이 아닌 ‘Why’에 집중하는 기사 들이다. 이런 기사들을 생산해내려면 좋은 기자들이 필요하고, 그들이 취재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들이 생산한 컨텐츠가 공짜일 수 없는 이유다. Blendle이 보여주고자 하는 기사들도 마찬가지이다. 과연 Blendle 이 저널리즘 생태계에 구원자가 될 수 있을지 기대가 된다.


3월 23일, Blendle 의 베타서비스가 시작되자마자 많은 관심이 쏟아졌고, 이에 창업자 Klöpping이 감사의 영상을 메일로 보내왔다. 젊고 에너지 넘치는 서비스라는 생각이 든다.

베타 유저 신청

https://launch.blendl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