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Review] 정유정 <종의 기원>

惡, 그 결실로써의 우리

정유정 <종의 기원>

1. 종의 기원 — Fittest (적자생존의 법칙)

<종의 기원>의 원저자는 찰스 다윈이다. 그는 ‘살아남아 번성할 수 있는 특성’을 진화시킨 종이 대를 이어갈 확률이 높다고 설명했다. 그 특성을 바탕으로 무자비한 환경 속에서 살아남은 생존자들이 우리들의 조상이고, 그 최종 결과물이 우리들 인 것이다.

찰스 다윈 — 적자생존의 법칙

그렇다면 우리 조상들의 ‘살아남아 번성할 수 있었던 특성’은 무엇일까? 역사를 반추해봤을 때 모르긴 몰라도, 선의나 희생 같은 듣기 좋은 특성들만 있진 않을 것이다. 생존을 위해 살인도 불사했을 것이며, 피칠갑도 여러 번 했으리라. 작가는 현생을 사는 우리들 기저에 자리한 이런 ‘악’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고자, <종의 기원>이란 제목을 붙였을 것이다.

95~99% 순도의 늑대개(좌)와 40% 미만 순도의 늑대개(우)

2. 길들여진 개, 야생의 늑대

개와 늑대는 *동일한 종(Species)이다. 다만 인간에게 우호적인 특성(친교, 사냥, 목축 등)을 가진 늑대 종들은 인간의 친구가 되어 개라고 불리게 되었다. 나머지 늑대들은 야생에 남겨졌다. 그런데 인간에게 우호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늑대에게 악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인간의 경우, 사회화 과정을 통해 본능을 억누르고 사회 규범에 맞게 행동하는 방법을 배운다. 주인공 한유진은 자신을 옥죄고 있는 사회 규범(리모트)을 내팽개치고 살아남기 위해 본능을 쫓는다. 그 결과로, 인간사회 구성원으로서의 특성에 부합하지 못하는 사이코패스, 포식자 등으로 불리게 된다. 그는 야생(새우잡이배)으로 돌아가게 된다.

  • 동일한 종: 다양한 관점이 있지만, 자발적으로 생식이 가능하며, 그렇게 낳은 자손이 생식능력이 있다면, 같은 종으로 간주한다고 한다.
Batman Dark Knight

3. 웃기지 마. 살아남는 쪽이 이기는 거야.

종탑 꼭대기에서 친형-유민을 죽이며 유진이 읊조리는 말이다. 배트맨 다크나이트에서 하비의 말에 답하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주인공은 유민과 동일한 환경에서 성장했으며, 해진은 주인공보다 열악한 환경에서 자랐다. 유민과 해진은 사교적이고 예의가 바른, 사회통념 상 ‘선’에 가까운 아이들이었다. 이 구성은 작가가 악의 근원을 설명하기 위해, 성장배경이라는 변수를 통제하고 선천적 특성을 ‘독립변수’로써 설정한 것으로 생각된다.

정리하면 주인공은 선천적으로 악한 사람이다. 특히 결정적인 생존의 갈림길마다 어두운 내면의 그림자를 드러낸다. 그는 악할지언정, 주요 등장인물 중 다음 세대들에게 유전자를 전달할 수 있는 유일한 개체가 된다. 오랜 시간 동안 이런 정제 과정을 거쳐 지금의 우리가 존재하는 것일까?

4. 혼란과 애정 어림. 이 양가감정의 정체는 무엇일까?

정신과 전문의이자 융 분석가인 이나미 씨의 서평에 나오는 내용이다.

우리는 사이코패스 살인마라고 하면, 우리와는 확연히 다른 뿔 달린 악마 혹은 치밀하고 잔인한 흉악범으로 상상하기 십상이다. 살인마와 우리를 심리적으로 분리하기 위한 방어기제인 것은 아닐까?

작가는 사이코패스 살인마를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평범한 사람으로 묘사한다. 그는 형들을 따르고, 자기가 저지른 일을 괴로워하며 어쩔 줄 몰라하기도 한다. 그런 모습들을 보며 안타깝기도 하고, 말미에 주인공이 무사히 외국으로 도망가기를 바라기도 했다.

주인공의 입장에 몰입되어 읽는 독자들에게 작가가 전하고자 했던 말은 이런 것이었을까?

“너라고 다를 것 같아?”

적의 화장법 (아멜리 노통)

5. 한국의 아멜리 노통?

정유정 작가의 소설은 처음인데, 흥미롭게 읽었다.

흥미로운 서사 방식과 숨 가쁜 스토리 전개, 세밀한 배경 묘사가 특징인 것 같다. 작가 아멜리 노통이 떠올랐고, 그중에서도 “적의 화장법”이 비슷한 특징을 많은 부분 공유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스포가 될 수 있으니, 자세한 언급은 생략하겠다.

6. 종의 기원 영화화. 주인공에 어울리는 배우는..

정유정 작가의 작품 중 “내 심장을 쏴라”는 벌써 영화화됐고, “7년의 밤”은 장동건, 류승룡이 주연을 맡아 올 상반기에 개봉 예정이라고 한다. “종의 기원” 또한 영화화된다고 한다.

남궁민 @ 비열한 거리

영화화가 된다면 주인공은 “남궁민”씨가 어떨까? 캐릭터의 특성상, 연민의 정이 느껴질 정도로 적당히 연약하면서도 순간순간 어두운 본성을 드러낼 수 있어야 하는데, 다른 사람은 떠오르지 않았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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