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Review] 한밤의 아이들

마법적 사실주의와 경계를 뛰어넘는 역사의 보편성

한국판 표지는 Magical Realism 느낌이 안 사는 관계로,,

Best of the Booker

16년 한강씨가 “채식주의자”으로 맨부커상을 수상하면서 문학계의 일약 스타로 발돋움했다. 살만 루슈디 또한 “한밤의 아이들”을 통해서 부커상을 수상하면서 유명해지게 되었는데, 그냥 스타가 되었다고 하기에는 뭔가 아쉽다. 20세기 문학계에 한 획을 그었다고 하면 그나마 위안이 될까? 아래는 루슈디의 부커상 도장깨기 행보이다.

Man Booker Prizes
  • 1981년: 부커상 수상
  • 1993년: 부커 오브 부커스 수상 (25년 수상작 중 최고작)
  • 2008년: 베스트 오브 더 부커 (부커상 40주년 독자 선정 최고작)

영미문학권에서는 굉장한 작품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하지만 영어를 현란히 가지고 논다는 작가의 스타일을 존중하여, 원문의 맛을 살린다는 명목으로 소극적인 번역을 한 역자 탓에 글이 굉장히 이국적으로 느껴진다. 또한 작가가 다방면(언어/종교/역사/심리/철학 등)의 해박한 지식을 글 속에 쏟아부었기 때문에, 엄청난 분량의 각주를 뛰어넘을 각오를 해야 한다. 물론 페이지도 1000장에 육박한다. 요약하면 완독 하기 힘든 책이다.

Magical Realism

Magical Realism Art by Tomek Setowski

작품의 가장 큰 특징으로 꼽히는 것은 “마술적 사실주의”이다. 마술과 사실, 두 단어 조합은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주의 깊게 읽다 보면, 쉽게 지나칠 수 있는 Fantasy적인 요소들이 인도 현대사의 주요 사건들(인도 독립, 중국 및 파키스탄과의 전쟁, 방글라데시 분리, 1975년 계엄 등)과 정교하게 맞물려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환상과 현실의 경계가 모호해지기도 하고, 환상이 현실을 더욱 현실적으로 만드는 장치로 쓰이기도 한다.

“Magic Realism is a literary movement associated with a style of writing or technique that incorporates magical or supernatural events into realistic narrative without questioning the improbability of these events.”(현실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되 환상적 요소를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문학적 경향 정도인 듯). from <Encyclopedia.com>

Forrest Gump

포레스트 검프에서도 이런 형식을 발견할 수 있다. 영화에서 톰 행크스는 허구적인 캐릭터로 등장하지만 베트남전에 참전하고, 중국에 탁구선수로 파견되어 핑퐁외교의 일등공신이 되는 등, 미국 현대사의 주요 사건들을 압축하여 보여주는 역할을 한다.

Saleem Sinai Birth∝ Independent Day of India

주인공 살림 시나이는 1947년 8월 15일에 자정에 태어난다. 이 날은 인도가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날이다. (우리나라보다 딱 2년 늦다.) 독립한 인도의 탄생과 함께 태어난 살림은 조국의 운명과 궤를 같이 하게 된다.

인도도 8.15가 광복절이다. 신기하다.

탄생에 대한 부분도 흥미롭다. 살림은 영국인 아버지와 가난한 인도인 어머니 사이에서 잉태되는데, 태어나자마자 영국인 아버지는 본국으로 돌아가 버린다. 영국 식민지 지배를 벗어나 홀로서기를 해야 할 위태로운 인도를 표현한 듯하다.

Midnight’ Children

살림과 같은 날 자정에 태어난 아이들은 ‘한밤의 아이들’이라 불린다. 모두 1001명으로 자정에 가까울수록 초자연적인 능력을 갖게 된다. 살림은 텔레파시로 1001명의 아이들과 텔레파시로 소환해서 대화를 나누고(인간 폴리콤?) 다른 이들의 감정을 읽을 수 있는 능력을 지닌다. 살림의 라이벌인 시바는 싸움의 능력을 지닌다. (X맨의 자비에와 매그니토의 오마쥬가 아닐까?)

X-men First Class

그 외에도 1001명의 한밤의 아이들은 각기 다른 능력들을 지닌다. 살림은 ‘한밤의 아이들 협회(MCC)’를 조직하여 자신만의 패거리를 만들어보겠다고 결심한다. 하지만 살림은 언어도 종교도 각기 다른 한밤의 아이들을 통합하는데 실패하고 조직은 와해된다. 인도의 다양한 언어/종교/문화로 인해 발생할 인도 분열(파키스탄, 방글라데시 독립)의 복선인 듯하다.

현재의 인도,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Saleem vs. Shiva

이상을 꿈꾸지만 연약한 살림. 지배욕을 주체 못 하는 강한 시바.

두 인물을 통해 인도 민주주의 태동기의 정치인들의 갈등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는데, 우리나라 현대사에 있었던 갈등과도 일맥상통하게 느껴진다. 민주주의를 외치다가 대공과에서 고문당하다 희생되었던 이상주의자들, 쿠데타를 통해 권력을 탈취하여 18년 동안 독재를 한 군부는 살림과 시바를 고스란히 반영하지 않나 한다. 전혀 달라 보이는 두 나라이지만, 역사의 흐름에는 차이를 뛰어넘는 보편성이 존재하는 듯하다.

“나를 비판하다니 괘씸”

내 맘대로 써본 한국 버전의 스핀오프

일본인 사이토와 함께 사는 한국인 미자(미치코)의 뱃속에 아이가 생긴다. 그들은 함흥에 거주하고 있었는데, 만삭이었던 어느 날 동해바다 너머에서 거대한 섬광과 함께 떠오르는 버섯구름을 보게 된다.

불길한 예감에 재산을 처분하여 일본으로 떠나려던 찰나에, 일본은 무조건 항복을 선언한다. 대한민국 국민들을 태극기를 들고 광장으로 나와 기뻐하는 한편, 일본인들과 그들에 동조한 한국인들에 대한 무차별적인 살육이 시작된다. 동시에 만삭인 미자는 생과 사를 오가는 아비규환 속에서 아들을 낳는다. 미자는 자신들의 아이임이 밝혀질 경우, 함께 몰살 당할 것을 우려하여 때마침 아이를 낳은 자기 몸종의 아이와 바꿔치기한다.

516 쿠테타

그 후 아이는 부모와 함께 김천으로 이남을 한다. 대학생이 되어 4/19 혁명에 가담했다가 고문으로 죽을 고비를 넘기고, 군대에 입대한다. 5/16일 아무것도 모르고 서울시청에 행진을 왔다가 뒤늦게 쿠데타였던 것을 깨닫는다. 이후 공무원이 되어 경제개발 5개년계획 입안에 참여하게 되고, 이를 바탕으로 막대한 검은돈을 거머쥐게 되는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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