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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아홉, 그녀의 이야기

혼밥의 고수
혼밥의 사전적 정의는 ‘혼자 먹는 밥 또는 그런 행위’라고 한다. 혼밥이라는 말이 생긴 지는 불과 1년 ~ 2년 밖에 되지 않아 혼자 밥을 먹는 사람들이 눈에 띄게 늘어난 것도 얼마 되지 않았다. 사실 8년 ~ 9년 전에도 혼자서 밥 먹는 사람들은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지만, 그때만 해도 혼자 밥을 먹는다는 건 같이 먹을 사람이 없다는 암묵적인 생각이 만연할 때라 나도 혼자 먹는 건 꽤 꺼려했었다. 어쩌다 가끔 혼자 밥을 먹어야할 때면 편의점에서 삼각 김밥 한 개와 작은 컵라면 하나를 사서 먹거나 일부러 사람이 많지 않은 시간에 식당에 가곤 했다.
한 번은 이런 적이 있었다. 대학생 때 나는 기숙사에서 3년 정도 살았는데 주로 아침, 점심, 저녁 삼시세끼를 학식으로 해결했다. 값이 싸기도 했고 맛도 그리 나쁜 편은 아니라 동기들끼리도 자주 애용했었다. 우리 대학교 내 학식은 총 세 곳에서 먹을 수 있었는데, 한 곳은 기숙사 1층에 있고 다른 한 곳은 중앙도서관 옆, 마지막 한 곳은 정문 앞에 있었다. 정문 앞에 있는 곳은 교수 및 직원들이 가는 곳이라 학생들은 많이 가지 않아 남은 두 곳에서 밥을 먹곤 했다. 기숙사 생활을 했기 때문에 주로 기숙사 1층에 있는 식당에 가곤했는데 그날은 유독 강의 시간이 애매해 중앙도서관 옆에 있는 식당을 갔다 퍽 난감한 경험을 했더랬다. 식당 문에 들어서자마자 주변을 둘러보니 나처럼 혼자 밥을 먹으러 온 사람은 아무도 없었던 것이다. 짐짓 아무렇지 않은 척 식판을 받고 눈에 띄지 않는 구석으로 갔지만 혹여 누가 볼 새라 허겁지겁 밥을 먹었다. 군중 속 외로운 섬이 된 기분이었다. 생각해보면 필요에 의해 혼자 밥을 먹어야 할 때는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혼자 밥 먹는 것이 어려웠던 건 타인의 시선이 두려웠기 때문이다.
한 해 두 해 지나면서 혼자 밥을 먹는 것이 누군가와 같이 밥을 먹어야 하는 것보다 편할 때가 많아진다. 하루 종일 사람들에게 치일 때면 식사만큼은 누구의 간섭을 받지 않고 맘 편히 먹고 싶은 욕구가 불쑥 불쑥 튀어 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생각도 혼자 밥을 먹을 때의 뻘쭘함과 약간의 부끄러움을 이기진 못한다. 그래서 처음 혼밥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사실 만으로도 묘한 동지애가 생긴 기분이랄까.
흔히 혼밥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진 이유로 1인 가족 증가를 꼽았지만 비단 그런 수치적인 이유만 있진 않을 것이다. 보다 본질적으로 접근하면, 치열하고 각박한 생활 속에서 ‘나’ 자신의 취향에 좀 더 집중하려는 사회적 현상이라 볼 수 있다. 어릴 때는 부모의 기대 속에서 친구들과 끊임없이 경쟁해야했고, 성인이 되면서 경쟁구도는 더 짙어진데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찾아야하는 과제까지 더해 한치 앞이 보이지 않는 길을 걷는 기분을 지금 20·30대는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렇게 마음은 지쳐가고 곪아가지만 이러타할 해결책 없이 아무렇게나 방치되어 있는 청년들. 그 속에서 혼밥은 불필요한 감정 소모를 하지 않는 대안 중 하나였던 것이다.
이런 저런 이유들로 혼밥을 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하지만 난 아직 맘 편히 혼밥을 즐기진 못한다. 막상 혼자 밥을 먹게 되면 아무것도 안하면서 밥만 먹는 것이 참 어렵다. 괜히 핸드폰을 들여다보거나 공책을 가져가 무언가를 필기하며 분주한 척 하게 된다. 혼자 밥 먹는 것이 여간 쉬운 것이 아니다. 또한 다른 사람들과 같이 식사를 할 때면 다양한 메뉴를 골고루 먹을 수 있지만 혼자 먹을 경우 한 가지 메뉴만 맛을 볼 수가 있다는 것도 아쉬운 부분 중 하나다. 그러나 분명한 건 이런 단점은 불편한 사람과의 식사에서 겪는 긴장된 어색함 보다 충분히 견딜만하다는 점이다.
자취를 하면서 혼자 밥을 먹어야 하는 날들이 많아진다. 한 상 가득 정성스럽게 차린 집밥이 아닌 살기위해 대충 한 끼 때우는 간단한 밥이나 배달 음식을 주로 먹는다. SNS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맛집에 가고 싶지만 선뜻 혼자 가기는 꺼려진다. 묵혀놓고 누군가와 함께 가겠노라 마음속으로 정해놓지만 번번이 약속을 잡는 것도 쉽지 않다. 이럴 때 혼밥을 적당히 즐길 수 있는 용기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아직 혼자 밥을 먹는 것이 익숙하지 않지만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독립해 내 의지대로 마음껏 누리고 싶다. 비록 조금의 수고를 견뎌야 할지라도.
고수의 길은 멀고도 험하다.
